일주일이 지나서야 현지원은 학교로 돌아왔다.
건장하던 체력이 많이 여위어 있었지만, 그래도 아파보이지 않아 다행이었다.
지애말로는, 그 일주일동안 회복하려고 쉰게 아니라 더 바쁘게 돌아다녔다고 한다. 얼굴볼새도 없다고 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그를 한번도 보지못했고,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다.
지애와 통화를 하긴 했지만, 그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왜 그러는지… 섭섭했지만
나도 그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재혁이와의 모든 기억을 완전히 거두는 시간이 나에게도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되기도 했고. 그래도 내심 그가 먼저 찾아주길 기다렸는데… 아니. 혹시라도 아파트 문밖에 서있지 않을까…문도 괜히 열었다 닫았다 해보고… 비어있는 그의 오피스를 들락날락 하며 기웃거리고…사실 아주 많이 기다렸는데.
그는 나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지애를 데리고 떠나려는 것일까.
결국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나혼자 가슴떨리며 헷갈렸던건가.


오피스안에 현지원은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그래. 이사람. 참 섭섭하구만…정말 수고많이 했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드디어 일을 관두러 왔구나.
이제 다 끝난건가. 현지원은. 당연히 미국으로 돌아가는건가…
하긴 지금까지 부모님과 떨어져 한국에 와있었던 이유는…지애를 찾기위한것. 그 하나뿐이었으니까..
이사장님이 문을 열고 나오시는데, 멍하니 현지원을 보다 문에 부딛칠뻔했다.

“아.. 안녕하세요 이사장님.”
“어. 이선생.” 이사장님도 조금 당황하셔서 얼른 지나가셨고.

“오랫만이다.”
웃고있는 현지원의 얼굴이 낯설다. 아니. 사실은 굉장히. 무지막지하게 원망스럽다.

“그렇네요.”
“잘 지냈어?”

뭐라고 대답을 할까. 잠시 고민을 했다.

“저 멀쩡하게 살아있다고 지애한테 못들으셨어요?.”
“지애얼굴 본지도…좀 됐네.”
“이제 일도 관두셨으니 저한테 일나가라고 잔소리 못하시겠어요.  어머. 그러고보니, 미국엔 아직 안가셨네요..?”

그가 피식…웃는다.  웃긴 왜웃어. 정들게.

“화났구나.”
“참…제가 왜 화가 나요?”
“아니면 됐고.”

아니. 잠깐. 저 사람이!
그가 웃으며 돌아선다.

“지각하겠다. 얼른 가봐.”

헛바람만 세어나왔다. 사실 지금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데…
아이들을 가르치는 내내 현지원이 웃던 모습이
더 나를 열받게 했다. 놀리는 정도가 아니고. 비웃는건가?
두고봐라. 수업만 끝나봐라…

퇴근시간이 되어 맘을 잔뜩먹고 그의 오피스로 갔는데.
벌써 오피스에 그의 흔적은 없었다.
짐도 다 챙겨갔는지, 아주 깨끗하니… 늘 걸려있던 그의 코트도,
Director Hyun Ji Won 이라는 푯말도.
모두 없었다.
지각하겠다고. 얼른 가라던 한마디가. 그의 마지막 잔소리였나…?

그가…가버렸다. 이제 이 오피스는 다른사람이 들어오겠구나.
늘 학교에 들어오면 보이던 그의 얼굴을.
이제는 볼수 없겠구나.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는..
그냥 멍하니…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현지원과는…이렇게 끝난건가..

“찬데 앉아서 뭐해?”
현지원이 검정색 긴 코트에 손을 넣고 나를 보고 서있었다.

창피함에 벌떡 일어났다.
아무일 없었다는듯 그를 휙 지나쳐 걷다 생각하니..

아니지. 내가 할말이 있었는데.
다시 휘리릭 돌아섰다.

“저한테…뭐 할말 없으세요?”

“왜. 너는 나한테 할말있어?”

아니. 또 이렇게 멍석 깔아주니까 입이 안떨어지네 싶더니…

“현지원씨. 다시봤어요. 이런사람인지 몰랐는데. 아주 이기적이고. 자기생각만 하고. 다른사람에 대한 배려나 관심. 또는 기본적인 예의. 연락에대한 매너. 뭐 그런게 전혀 없는 분이시네요?”

“….”  그가 말없이 나를 본다. 할말있으면 다 해..하는 표정으로.

“비겁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예요. 그래요. 미국에 가셔야죠. 제가 붙잡을까봐 그러세요? 절 피해다니신건가요? 제 나이 삼십이고. 그래요. 노처녀예요. 뭐. 그쪽도 봄총각은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해보니 손해보는것 같았나보죠? 전 과거도 복잡하고. 나이도 꽉찼고. 뭐. 내놓을 재산이나 특별히 잘난것도 없으니까요.”

“…”  아직도 안끝났어..? 하는 표정으로 그는 나를 보고있다.

“뭐예요. 지금. 이제 말할 가치도 없다는건가요? 제 입에서 나쁜소리 다 나오게 하구. 현지원씨는 어. 미안. 잘 살아라. 하고 끝내려고 기다리는거예요? 그래요. 좋아요. 지금 이길로 영영 미국으로 가신다면. 아예 할말 다하고 헤어지죠. 저 안붙잡아요. 지애도 찾으셨고. 이제 가족분들 계시는 미국으로 가시는거. 정말 당연하죠. 축하드려요. 제가 뭐 현지원씨랑 사귀는것도 아니고. 특별한 관계도 아닌데. 저를 그렇게 까지 피할이유는 없다고 봐요. 안그래요? 그냥 떳떳하게 가면 간다고. 인사라도 하고 가면 안돼요? 지금까지 정들은것도 있는데. 그렇게 혼자 끝까지 잘난척하면서 …”

이러려고한게 아닌데 갑자기 눈물이 터져나왔다.
내가 왜 울고이러지. 어. 어떻하지..?
하는순간.

나는 그의 품에 안겨있었다.
그의 심장소리가 들렸다.
바르고도 부드럽게…
베토벤의 Pastoral Symphony를 연상케하는 고동소리가..
그의 가슴은. 무척이나 따뜻했다.
이대로가 너무 좋았지만…
아니야. 약해지면 안돼. 이렇게 홀라당 넘어가면 안돼. 나는 그를 밀어냈다.

그런데 그가 내 손목을 잡더니. 내 얼굴에…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는…

“누가 그러든. 내가 간다고.”
눈물 맺힌눈으로 그를 올려 보았다.

“내가 어딜 간다고 그러는데?”
“직장도…관두셨잖아요. 출국준비하고…지애말로는..아파트도 내놨고. 비행기표도 사고. 짐도 싸고 계시잖아요.”

그의 눈빛속으로 빨려들어 갈것같았다. 나를 그렇게 뚫어지게 보고있었다.

“원래 이 직장은 시간이 자유로와서 택한거였어. …아파트는 돈이 필요해서 내놨고. 직장도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가려고 관뒀고. 비행기표는 지애 데려다주고 오려고... 또 짐은. 이사가니까 싸고있는거지.”

“그럼…안 가신단 말이예요?”

“갔으면 좋겠어?”

“왜…요? 가족들 모두 미국에 계시잖아요.”

너때문에…
라는 말이 듣고싶었다. 그의 입에서 너때문에 안가…라고 하기를 바라고있었다.

“왜…안가시냐구요.”

“너는 왜 안갔어?”
“네?”
“왜 하재혁에게로…가지 않았어? 그렇게 큰빚을 하루만에 갚는.. 능력있는 사람이고.…널 많이 사랑하던데. 왜 안갔어..?”
“그거야…아니.…근데 재혁이라는거… 어떻게 아셨어요?”
“만났었어 빚 갚으려고. 그래서 아파트 내놓은거고. 물론 아파트 팔아도 한참을 더 갚아야 하겠지만.”

하긴. 우리주위에 재혁이말고 그런일을 해줄사람이 누가 있나.  재혁의 양부모님들은.. 우리학교에도 많은기부금을 낸 사람들이었다.

“제가 왜 안갔는지는... 잘 아시잖아요.”
“너도 알잖아. 내가 왜 안가는지.”

끝까지 너를 사랑하니까… 라는 말은 안하네. 내가 먼저 해주길 바라는건가?

“넌. 내가 너를 언제부터 사랑했다고 생각해?”
내눈이 똥그래졌다.

“네…?”

“나…미국에 잠시 다녀올동안… 생각해봐. 다녀와서 말해줄께.”
“얼마나…있다 오시려구요…”
“한달 정도.”

그렇게 오래…아니… 오래가 아니지.. 하긴 부모님과 지애에게 그는 너무나 든든하고 믿음직스런 오빠이고. 아들이 아닌가. 아마 그들 모두는 현지원이 왜 한국에 남겠다고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것이다.

“가셔서…맘이 바뀌시면..어쩌나요?”
그가  미소짓더니…“내가 그렇게 줏대없는놈으로 보여?”
“아니…사람이란게…가족분들이 붙잡으면…”
“자주 가서 뵈야지.. “
“괜히 이산가족 또 만들면 안되잖아요…가셔서 안돌아오셔도…전 별수없잖아요.”
“너가 나를 밀어내도. 난 다시 올거야. 지금처럼.”

그가 웃는다. 그의 웃는모습이…세상을 다 가진것처럼. 나를 행복하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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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지애는 처음으로 편하게 웃으며 현지원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나와 키득거리며 웃기도 했다. 이제 그녀는 모든것을 잊고, 새 시작을 하게 되리라 믿고. 희망한다. 순진하고 때묻지않은 철없던 시절과 같을수는 없겠지만, 더 넓어진 시야로, 더 많은 이해와 사랑을 베풀며. 꽉 찬 삶을 살기를 바랄뿐이다.

출국 입구에서 현지원과 지애를 보내는데,
그 곳에 혜림씨와 재혁이 있었다. Andy와Dr.Smith도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Andy는 나와 현지원에게 반갑게 인사했고,

재혁의 어머니가 출국을 하시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나와 현지원. 지애를 차가운 눈으로 번갈아 쳐다보더니, 곧 휙. 돌아서서 First Class 쪽으로 우아하게 걸어들어갔다.  뭔가 깜빡했다는듯, 그녀는 잠시 뒤를 돌아 보더니.

“혜림, remember, this is going to be the best wedding Korea has ever known. When I come back, we’ll go look for a dress together. Have fun, my dear. Okay?”  혜림을 보고 쌩끗웃으며 윙크를 휘날렸다.

혜림은 부끄러운듯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재혁과 Dr.Smith도 서로를 바라보고는 못말린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지애가 돌아보더니,
“아는사람이야?”
“그냥. 조금. 조심해서 가 지애야…”
“주아야. 이번엔 우리 연락처 잊어버리지 않는거지?”
“그럼. 절대로….”
“곧 다시 보자. 주아야.”
지애가 웃으며 내 손을 꽉 잡았고,

“지애야. 잠깐만…” 현지원이 내 손을 잡고
재혁과 혜림쪽으로 다가갔다.

Dr.Smith는 Andy를 데리고 먼저 나갔고,
혜림, 재혁과
현지원. 나..

이렇게 네사람만 남아서 서로를 어색하게 보고있었다.
혜림이 먼저 걸어와서 인사했다.
나도 그녀에게 인사했고,

현지원이 재혁에게 악수를 청하자, 두 사람은 악수를 했다.

“축하드려요…” 혜림에게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혜림이 부끄러운듯 고개를 숙였고,
그녀를 바라보는 재혁의 눈길이…슬퍼보이지 않았고 따뜻해 보였다.
처음으로 이렇게 함께 있는 재혁과 혜림의 모습을 보니.
두사람이 정말 잘 어울려서... 마음이 잠잠해지면서. 왠지 믿음이 생겼다.

재혁이 나와 현지원을 조용히 쳐다보는데… 재혁이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있는건 아닌지...

“현지원씨.”
두 남자가 마주보는데…

“우리 내기 할까요.”

모두 숨죽이고 재혁을 주시했다.

“혜림이랑 내가 더 행복하게 살지. 현지원씨랑 주아가 더 행복할지. 우리 내기합시다.”
재혁이의 눈빛이 진실했고, 혜림이도 그가 믿음직스러운듯, 그의 손을 꼭 잡고 재혁이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 실없이 농담따먹기를 하는건 아닐텐데…재혁이는 이제 정말로 혜림이와 행복하기로 마음을 굳게 다짐한것같았다. 무리해서 노력하는것 같아 보이지 않았고. 이제 받아들이고 편안해진듯 한 그에게서 당당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거. 절대로 지면 안돼겠는데요.”
“쉽진 않을겁니다.”
“그런데 그 행복이란건. 누가 어떻게 재는겁니까?”
“혜림이에게… 그리고 주아한테 물어보지요, 우리. 다 늙어서 말입니다.”

“그래요. 그러죠.” 현지원이 웃으며 그를 본다.

나도 재혁이를 올려다 보았다.
그의 표정이 평화로왔다. 나와 함께있을때 봤던.
그 혼란스럽고 괴롭던 표정은. 이제 흔적도 없었다.
우리가 헤어진것은.
정말 옳은선택이었음을. 그때 나는 확실히 알았다.

그가 너무 고마와서. 이렇게 듬직한 재혁의 모습을 보는것이 너무. 감사해서.
내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재혁이 혜림의 손을 다시한번 꼭… 잡고는,
“그럼, 안녕히..가시죠” 하며 현지원과 나에게 인사했다.


멀리 사라져가는 두사람을 보며 현지원이 물었다.

“너…괜찮아..?”

“글쎄요… 닭잡다 꿩도 놓친 셈이죠.”
“뭐?”
“재혁이는 이미 가버렸고…감독님은. 지금 미국으로 가시잖아요.”

“그럼. 저사람이 꿩이고 나는 닭인가?”
“꿩이나 닭이나..”
“후회하는거야..?”


“절대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생각해보니 처음이네.
이렇게 공공장소에서 내가 먼저 키스하는건.

그는 떠나기 바로전, 나에게 자신의 일기장을 주고 갔다.
한달동안. 자기가 없어서 심심하면 읽어보라고.

7월28일.
오늘 이상한 일이 있었다.
비행기표를 예약하려고 점심시간에 사무실에 앉아있는데,
면접을 본다고 어느아가씨가 찾아왔다.
오늘은 면접 스케줄이 전혀없었고,
또 나는 이미 음악선생을 섭외하는중이었는데 말이다.
아무리 내가 스케줄이 헷갈렸어도,
점심시간에 면접을 잡았을리가 없는데,
그녀는 아주 좋아하면서 들어와서는
이렇게 면접의 기회를 가진것이.
이학교에서 언젠가는 일하게 될줄 알았다며.
운명인것 같다며. 어린애처럼 기뻐했다.
운명?
면접이 운명이라고?
누구누구씨.  저의 비서가 실수한것 같은데 그만 가시죠.
 라고 말을 하려고 그녀의 이름을 봤다.

이 주아.

순간 그녀의 얼굴을 다시한번 봤는데.
수줍게 웃는 그녀의 미소를 자세히 봤더니…
주아였다.
지애의 친구. 주아.
이력서를 자세히 보니
학력. 출생지. 생일.
그 아이, 주아가 맞았다.
놀라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다음주 월요일날 다시 보자는 말만하고 헤어지려는데,
그녀는 자기가 합격한거냐고, 묻고 또 되물었다.

내가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이상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주아를 보는 순간.
12년만에 처음으로.
행복.
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내가.
지애와 어머니. 아버지.
우리가 다시 만나고 예전처럼 행복해 질수 있을지도...
이렇게 오랜시간이 지나서 주아를 만난것이 그녀 말대로 운명이라면.
지애도. 언젠가 이렇게 만나지지 않을까.
미국에 전화를 했다.
나는. 한국에 더 있다 가겠다고.
어머님이 많이 우셨다.
너 하는일도 그만두고 이렇게 계속 살게 할순 없다고.
나는 지애를 찾을것이다. 주아를 보면서. 운명을 한번 믿어볼것이다.
다시한번 행복이란것을 기대해 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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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작한 그의 일기장은 나의 이야기로 꽉 차있었다...

나는 대단히 열정적인 사랑을 해보았다.
뼈가 저리도록 아프기도 하고.
구름위를 둥둥 떠다니는듯 흥분을 하기도 하는. 그렇게 불타오르는 사랑을 했다.
영 꺼지지 않을것같던 그 불길은. 죽어서도 잊지못할. 내 눈물이 마르지 않을줄 알았던 그 그리움은.
세월이 지나면서 덤덤해지고..변하지 않던가…
시간이 흐르고. 이런 저런일이 생기고. 꿈처럼 희미하게 사라져 버리지 않던가.

현지원이 미국으로 떠나있던 한달.
그가 없었던 한달이란 긴 시간동안.
나는 그의 모든것이 그리웠다.

뭐 그리 특별한 것들이 그리운게 아니었다.
그저 그의 눈빛. 그의 미소. 그가 입던 코트. 따뜻하고 듬직한 그의 어깨. 나를 잡아주던 손.
점심시간에 온 반찬을 뒤집어써서 고추장이 뭍었던 그의 하얀 셔츠가 기억나고
중화요리점을 지나갈때면 그가 엉뚱하게 시켰던 짜장면이 생각났고,
병원이 눈에 띌때마다 그에게 억지로 끌려가서 간호사들에게 혼났던 생각이 났고.
늘 커피 마실래? 하던 그의 목소리하고..
주아야… 이선생. 하며 잔소리하던 그의 표정하고..
학교에서 악보를 정리할때면 내 교실을 청소했던 그의 손길이 기억났다.

그런가 보다. 사랑은 이런건가 보다.
누군가의 놀랍고 훌륭하고 멋지고 대단함에 반하기 보다.

그의 평범한 모든것이 소중하고. 보통하는 말이나. 일상 늘 하는행동들이.
모두 나의 가까이에서 언제나 있어주기를 바라는것이며.
그와 함께 겪어나가는 모든 삶의 경험들이, 혹 힘들거나. 어려울 지라도
서로를 의지하고 바라보고, 위로하며 지내는 순간순간이.
나에게 늘 보통으로 있어주기를 바라는것이.
사랑인가 보다.  

현지원이 나에게 물었었다.
내가 언제부터 너를 사랑했다고 생각해…?
그리고 미국에서 돌아온날.

다짜고짜 나는 그말부터 물었다.
그의 대답은.

“지금.”

“뭐예요?”

“지금. 너를 사랑해. 그리고 지금부터 너를 사랑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