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아름다운 날이였습니다.

딸아이는 학교에서 추수감사절에 집에 왔다가, 전날 친구랑 놀다가 밤 늦게 집에 들어와서,  낮잠을 거나하게 자고 있었고, 아들은 컴퓨터를 하다가 화장실을 가는게 귀찮았던지 의자에 앉아 바지에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컴퓨터를 끄고는  일어나기 싫어하던 아들을 화장실에 데려가 씻기면서 왜 엄마가 화난지를 말해 주었습니다. 그런 후에 밖에 나가 함께 걷든지 아님 책읽기를 하고 난 다음에 컴퓨터를 켜 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녀석이 말을 안드는 겁니다.  머리를 잡아 당기고  끊임없이 컴퓨터를 켜 달라고 하는 겁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내 얼굴에 상처도 낼 정도로 행동에 문제를 일으키지만, 그날은 난리를 한바탕 치더니, 엄마인 나를 일부러 챙피하게 하려고 바지를 내려 벗어 던지고는 집밖으로 맨발로 뛰쳐 나가는 겁니다. 길거리를 건너고는 맞은편 집으로 팬티만 입고 달리는 동안 나는 벗어놓은 바지를 집어 들고서 아이를 찾아 나섰습니다. 날씨는 차가웠지만 겨울 초기의 깔끔한 아름다움이 있었고,  이웃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으며, 길거리는  싸늘하면서 조용했는데, 아들은 어느 집 뒷뜰로  들어갔는지 전혀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나의 삶은 가끔 이렇게 휘청하게 만듭니다.  땅바닥에 강하게 서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쓰러질둣 한 상황을 갖어다 주기도 합니다. 이 커다란 세상에 혼자 동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 어찌할봐를 몰라 나둥그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순간, 정지한 듯 시간은 아주 길게만 느껴지곤 합니다.. 나른한 일요일 오후의 길거리를  아들 바지를 들고 이집 저집의 뒷뜰을 들여다 보는 나,  어디서 부터 찾아야 할지 몰라 허둥되면서,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절망감과 깊이를 모르는 물속에  갈아 앉는 둣한 느낌의 공포감까지 그당시 나의 삶은 산산조각이 난 듯 했습니다.

나자신을 바라다보면, 어떤 면에서는 강해보이고,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걱정을 별로 하지 않고, 자유스러운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쩜 그렇게 보이는 것도 허수아비처럼 쉽게 무너지는 인간이지만  겉으로만 단단히 무장해서 그렇게 보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나를 지탱하고 있는 땅바닥이 순식간에 꺼져버리는 순간들을 아직까지도 자주 느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무엇인가를 잡으려고는 하지만 집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 왜 나에게는 이런 일이 생기는 건가?" "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자책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럴때 어떤이는 믿음을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나도 믿음을 갖고 살려고 노력을 하는 하지만,  반나체 바람으로 이곳 저곳의 이웃집을 돌아 다니는 21살난 아들을 찾아 다니는 그 상황에서는, 믿음이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는 알수가 없습니다. 무너질 듯한 가슴으로 어느 집에서 인가 헤매고 있을 아들을 찾아 집으로 데려와 다독여 주는게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 됩니다.

뉴욕에서 태어나셨고 티벳불교의 여승려이신 피마 초드런(Pema Chodron)이 쓰신 책으로 많이 읽히고 있는  "When things fall apart (모든 것들이 무너져 버릴때) " 는 이런 나의 마음을 잘 이해 해주면서 지혜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모든 것들이 무너져 버려질 때, 그것들이 시험이 될수도 있고 ,  치유가  될수도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시험을 통과하거나 문제들을 해결 해야 한다고 보지만, 진실은 그 어떤 것들도 해결을 할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문제들은 한꺼번에  다가와서는 모든 것들이 다 엉망진창이 되어 버립니다. 그런 후에 다시 한꺼번에 오고는 또 다시 엉망진창이 되어 버립니다. 모든 것들이 그렇습니다.  치유를 할수 있는 오로지의 방법은 이 모든 것들이 생기는 중에도.: 슬픔의 방, 위안의 방, 고통의 방, 기쁨의 방등의 여유의 방을 갖도록 하는 겁니다."

"어떤 것들이 우리에게 기쁨을 줄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또한 어떤 일들이 우리에게  불행을 갖어다 준다고 생각을 할수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아무 것도 모른다고 보는 여유의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 한 일입니다. 우리는 도움이  될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어떤  노력을 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가 쓰러지게 되거나,  당당하게 서 있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커다란 실망이 있게 될 때면 그것이 끝이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일이  중요한 여정의 시작이 될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흔들리는 마음에 있는 것들--- 가슴의 상처, 울렁거리는 뱃속, 희망을 볼수 없는 듯한 상황, 복수하고 싶은 욕구들이---깨달음의 길이 될수가 있는 겁니다. 확실하지 않는 것들을 받아들이면서, 엉망진창의 상활속에서도 여유를 갖도록 노력하는 것, 당황하지 않도록 배우는 것들이---영적 배움의  길이 되는 겁니다.  우리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온유하게 그리고 연민으로 우리를 받아들이는 일이 용사로서의 길이 되는 겁니다. 우리 자신을 수도 없이 새로이  받아들이면, 우리가 좋아하던지 아니던지ㅡ 원망과 노함, 의분으로 가득 찬 우리라도---위안으로 고무시켜 줄수가 있게 됩니다. "

21살의 아들은 내년 유월이 되면 이제껏 다니던 학교를 떠나 사회로 나가게 됩니다. 많은 열정과 사랑을 갖고 도와주던 수많은 선생님들과 보조 교사들, 디스트릭 케이스 메니져를 떠나서 이제는 새로운 관계를 맺을 다른 단체를 찾아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나이 36세에 잘생기고 건강한 아들을 낳아 기뻐하던 나도 어느덧 나이 60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아들을 데리고 무수한 의사들을 만나고 테라피를 하면서 희망과 실망, 기쁨,  받아들임을 계속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삶이란 어떤 방식이 있는게 아니며 고통을 피하고 싶다고 피할수 있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고통이 삶의 한 부분이라면 그리고 누구나 겪게 되는 고통이라면, 진실로 고통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보약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리고  나자신에게 이렇게 묻게 됩니다.. "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이세상에서 나는 어떤 마음 가짐을 갖고 살아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