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육개월전에 티비 시청을 버라이죤에서 케이블로 바꾸면서 무료(일년 동안 만)로 세곳의 한국 방송을 볼수 있게 되었습니다. 케이블이 설치되자 마자 " 아! 이제는 연속극도 보고 재미있겠구나" 하면서 여러 프로그램을 흥미있게 보기 시작을 했습니다. 미국에는  1976년에 이민을 왔으니까 벌써 이 곳에 살게 된지는 34년이 되었고, 그동안 한번도(!!!) 한국을 방문을 하지 못했으니 뭐,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많았지요.

뉴스하고 휴먼 드라마, 다큐 , 토크 쇼등을 보면서 즐겁게 웃기도 하면서 변화된 한국의 문화와 실정을 알수가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 동안 볼수 없었던 여러 프로그램을 보면서 재미있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정말로 여러가지로 많이 변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날때마다 열심히 즐겁게 시청을 하게 되었는데 슬며시 가슴이 답답하다는 느낌이 드는겁니다. 그러더니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런 이유였습니다.

왜, 방송에서 영어를 많이 사용합니까?

많지만 예를 들면:

팩트, 훽 (Fact)

슬로우 (Slow) 길

거리 뷰(View)

하우스 푸어 (House poor)

영 (Young)선생님

훼이크 (Fake)

쉐프 (Chef)

솔루션(Solution)

언어란 우리의 의식에 문신을 새기는 것과 같아 일단 각인이 되면 다시 제자리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게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자주 쓰는 " 화이팅!!" 이라는 말은 " 잘 해보자" " 열심히 하자"  하는 의미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싸우자!!" 라는 "fighting!!" 에서 나왔다면 어딘가 잘못 되지 않았나라고 보는 겁니다. 물론 " 화이팅" 대신  " 아자 !" 라는 말을 쓰자라고는 한다지만 아직까지는 생각처럼 많이 쓰여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렇듯 잘못 쓰여지는 말의 사용을 맞게 고치기는 쉬운 일이 아닌데다 우리말이 있는데도 굳이 영어로 쓰는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새로운 문화의 발생으로 생기게 되는 말이라 하더라도 일단은 우리말에 적당하게 쓰여질수 있는 말을 찾아 보는 일은 중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입니다.  "Surprise Party" 를 "깜짝 파티" 로  "home Game" 을 "안방 경기"  등으로 번역을 해서 쓰는 경우가 그 예가 될수가 있겠지요. 언어의 쓰임이란 그나라의 삶의 방식, 문화 구조에 따라 달라질수 있는 유동성 있는 대화의 방식이라고 본다면, 한국말에 애정을 갖고 있는 우리 모두가 특별히  어떻게, 어떤 모양으로 사용하고 있는가에 관심을 갖어야 할 것입니다.

564년전에 세종대왕이 만드신 한글의 시작이 지식인들만이 쓸수 있었던 한문에서 벗어나 어떤 평범한 국민들도 쉽게 사용할수 있도록 만드신 언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언제 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중을 상대로 하는  잡지, 신문, 방송등의 매체를 중심으로 해서 한국말이 영어화가 되어버려서 어떤 때는 영어를 어느정도 안다고 하는 나조차도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때가 있는 것을 발견 하게 됩니다. 영어가 더 편해서인지 아님 영어를 쓰면 더 세련되어 보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받아들여진 영어의 범람은 한국을 떠나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더욱 우울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합니다.

김훈의 책 "바다의 기별" 에는 이런 귀절이 나옵니다.

"'가시리 가시리잇고', '달하 높히곰 도드샤',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이것만으로 안된다는 거예요. 우리는 한국어로 아주 아름다운 서정시를 쓸수가 있어요. 그런데 한국말로 법전을 기록 할수가 없습니다."

"이 스물네자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이고 아름답다는 것은 수긍할수가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한국말 자체가 전세계에서 유래 없이 과학적이고 아름답다는 말에는 수긍할수가 없습니다. 우리말은 아직도 많은 진화와 연마를 거듭하지 않으면 나 될 미완성의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말로 자연 과학을 기술하기가 참 곤란해서 생물학이나 화학을 우리글로 쓰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말은 아직도 많은 진화를 거듭해야만 될 미완의 언어인데, 이것이 완성되려면 하루 이틀에 될 일이 아니고 수백 년, 수천 년을 경과해야만 가능한 것이지요."

한국말이 아직도 미완성의 언어라고 본다면 다른 나라의 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영어도 불어도 스페인어도 바쁘게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계속해서 새로운 언어의 발생이 있을 겁니다. 다른 나라의 언어학자들과 국민들이 연구하고 고민하면서 자신들의  고유언어들을 지켜나가도록 노력하듯이 우리도 그들 이상으로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아름답고 고유한 한국말을 자랑스러워 하는 것 이상으로 어떻게 우리말을 잘 지켜나갈수 있을까?  외국에서 밀려 들어 오는 새로운 언어들을 어떻게 소화해서 고유한 우리말로 만들어 나갈수 있는가 라는 고민은 결국  평범하지만 열정적으로 우리말을 사랑하고 있고 긍지를 갖고 잘 사용하고 있는 우리들이 해야 할 몫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리진 시인의 시 "우리말" 을 소개합니다. 이시인은 1930년도에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나서 1957년도에 소련에 망명했으며  소련 국적과 북한 국적 모두를 포기하고 무국적자로 계시면서 한글로만 시를 쓰셨습니다. 1992년도에 한국 문인협회에서 "해외 문학상" 을 수상합니다.

내가 잇고 난 피도

문제가 아니라고

하기로 하자

나를 낳아 축난 땅 앞에

갚아야 할 그빛도 또한

문제가 아니라고 하기로 하자

그러나 어쩌면 좋니

이 마음의

온갖 정과

이 마음 한구석에서 꺼지지 않는

희망의 불씨의

목 쉰소리는

오직

우리말로만 울리잖으냐?

*위의 사진은 딸이 이번 여름에 일본에 있는 고등학교에 갔을때 붓글씨 시간에 친구들이 연습으로 쓴 글입니다. 급우중에 한국을 아주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엄마가 한국인인 제딸에게 한글로 자신을 소개 하는 글을 써서 딸에게 선물로 주었다고 합니다. 사년이나 한글 학교를 다녔던 딸보다 한글을 더 잘 쓰는 모습을 보니, 딸을 잘 가르치지 못한 제가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