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어떤 모임에 조금 늦게 들어와서 미안해하는 나를 반갑게 맞이 하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우리끼리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 할수 있는시간이 되자 이렇게 말을 시작 하셨습니다.

" 내가 그동안 하던 일을 그만 두었거든?"

" 네, 잘 되었네요. 그동안 힘드셨지요?"

" 그런데 전에는 보면 일을 안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다들 일을 하는 것 같아."

" 그렇군요."

" 그래서 같이 놀사람들도 없는것 같고 해서, 컴퓨터를 배워 보고 싶은데 어디서 가르쳐 주는지도 모르고 하니 혹시 현주씨가 시간이 되면 가르쳐 줄수 있을까?"

" 저도 컴퓨터를 잘은  못하지만 시간을 맞춰 보죠."

" 준비가 되면 연락할께. 전화번호를 가르쳐 줘."

" 그러죠. 그런데요.  제가 여성 사이트에 글을 쓰는데 인터넷은 쉽게 배우니까  배우신 다음 제글을 읽어 보시고 조언 좀 해 주세요."

" 그래? 그런데 나는 시간도 없고 그런거 읽는 것 별로 관심도 없는데.."

"......."

이분은 내가 좋아하고  정도 많으신 분입니다. 항상 상냥한 얼굴을 보여주시고 인사도 잘하시는 편안한 분이시라는 겁니다. 그런데 대화를 읽어 보시면 알겠지만 자신이 도움을 금방 청한 상대에게 자신이 원하는 말만하고는 상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어떤 마음의 여유도 보여주질 못하면서  본인이  하신 말이 어떤 경우가 되어 버린줄을 전혀 의식하시질 못하고 계십니다. 절대로 나에게 상처를 주겠다고 마음을 먹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한 요청에만 관심을 두고서 대화를 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이런 일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 그때가 되면 읽어볼께." 라고 혼쾌하게 응답하실수도 있을 상황이지만,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말을 한  상대에게 본의 아니게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이건 분명 인간관계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는 소통의 문제 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여유는 상대편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 된다고 봅니다.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바라 볼수 있는 포용력과 미리 짐작하지 않고 이야기 하는 상대의 말을 경청하려는 태도는, 잘 움직이는  차에 필요한 질 좋은 윤활유의 역활처럼  삶에 유동성을 갖게 해 줍니다. 내안에 있는어떤 욕구나 고집을 잠시 접어 놓고서 상대편이 원하는게 진정 무엇인가를 들어줄수 있는  마음의 여유는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쉽게 상처를 주면서 또한 받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라면 더욱 이런 경우를 많이 경험합니다. 엄마이기에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을 다 아는 것 처럼 행동하는 어리석은 일들을 수도 없이 많이 저지릅니다. 나의 욕심을 절제하고 아이들의 자주적인 의견을 제대로 잘 듣겠다고 다짐을 하면서도, 막상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 엄마말 좀 들어, 제발..."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고 맙니다. 아이들이  엄마인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에는 관심이 없고,  내가 어설프게 알고 있는 지식과 관심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아이들에게 전달하기게 바빠,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을 들어 줄 여유가 없습니다.

작가 최인호씨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면서 쓰신 에세이집 --천국에서 온 편지-- 에서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어머니가 성호를 긋는 모습은 파출부가 계란을 훔쳐갔다고 떼를 쓰는 노망들린 할머니의 모습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성호를 긋는 모습은 파출부가 약병에 물을 탔다고 우기는 노망 들린 할머니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아는 어머니의 다른 모습이었다. 경건하고 거룩하고 온유했다. 그렇게 힘차게, 그렇게 거룩하게 성호를 긋는 어머니의 모습은 30여년의 기도 속에서만 완성될수 있는 모습이었다.

둘이서 '묵주의 기도'를 끝내고 나자 어머니가 내게 말씀하셨다.

"고맙다, 다혜 아범아."

기도를 끝낸 어머니의 얼굴에는 뭐라고 말할수 없는 기쁨이 생생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릴수 있는 것이 장어를 사다 드리는 것이 아니고,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용돈을 드리는 것이 아니고,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백내장 치료용 안약을 사다 드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무릎 꿇고 기도를 드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것이야 말로 공짜이며 그러면서도 가장 값진, 어머니를 위한 선물이 아닐 것인가"

"

"어떤때는 어머니를 모시고 나와 함께 성당에 갈까하고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이었을 뿐 휠채어에 태운 노인을 밀고 신부님에게 나아가 영성체를 할만큼 순수하지도 단순하지도 못했다. 만약 그렇게야 할수있었다면 어머니도 훨씬 행복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쑥스럽고 뭔가 낯간지럽고 그런 행위는 동화 속에서나 나오는 과장된 미담이라고 스스로 단정 짓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살아 생전에 그렇게 가고 싶어하셨던 성당에는 돌아가시면서 시신으로 누워 계시게 됩니다. 작가는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책--천국에서 온 편지- -를 쓰는데 그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고생을 많이 하셨던 어머니, 울음이 많으셨던 어머니, 자식을 위해 혼신하셨던 어머니, 꽃을 그렇게 좋아하셨던 어머니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러나 병으로 운신을 못하셨던 어머니가 진정 원하시고 기뻐 하셨을 미사 참석의 소원에 대해서 작가는 알아 듣지를 못합니다.

마음의 소통이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보여주고 들어주는 마음에서 시작 한다고 봅니다. 겉 치레의 말이나 행위가 아니고 진실로 상대편의 입장에 서서 이해 하려는 마음, 상대편의 마음에  주목하는 행동은 여러 갈래의 길로 인간관계를 맺고 사는 우리 서로에게 필요한 일일 겁니다. 결코 쉬운일이 아닐지라도, 잠깐만이라도, 가끔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들어 줄수 있는 값진 시간과 마음이 되어줄수 있는 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Life Coaching Moment

* 나의 이야기를 여유있게 할 상대는 있는지요?

* 상대가 있다면, 그분에게서 배울 점이 무엇인지요?

*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을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 위의 사진은 모마박물관에서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