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작가가 길을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책 "엄마를 부탁 해." 가 "Please look after Mom"으로 번역되었습니다. 4월 5일 출간예정인데 "O" 잡지에서 4월에 읽어야 할 책 10권 중에 한권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리뷰는 아주 좋습니다.***

약  한달전에 시어머니가 돌아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작년에 시부모님이 이란으로 떠나 가신 후 약 일년 만의 일입니다.  이십오년 전에  미국에  살고 있는 세 아들을 보러 오셨다가,  두아들이 살고 있는 이곳 뉴저지에 자리를 잡고 사시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우리와 시간을 보내시다가  지난 이월에 나이 구십이 되신 시어머니와 구십 삼세의 시아버지께서는 형이 둘 계시고  누나도 계신 고향인 이란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친정 아버지는 여든 셋의 나이인 사년전에 수퍼마켙에 혼자서 운전을 해서 가셨다가 빈혈로 쓰려 지셨고, 엉덩이 뼈가  부러지는 바람에 병원에서 수술을 하신후 재활병원에서 한달이상을 계시게 됩니다. 그후에도 몇번을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고  이제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시게 되면서 아이 넷을 키우는 여자동생과 미국인인 제부가 아버지의 모든 것을 해 드려야 될 상황이 되었습니다.  

손아래 동서는 미국의 전형적 여성으로 나이 백살의 친할머니가 계신 너싱홈에 매주 방문합니다. 할머니께서는 나이 구십이 되실때 까지 혼자서 뉴욕에 사시다가 아파트안에서 쓰러지셨고, 그후에 이곳 뉴저지 너싱홈에 모셨는데 그동안 나이 팔십의 친정엄마, 언니와 함께 하루라도 심심해 하지 않으시도록 날짜를 정해 양로원을 방문합니다.  뉴욕에 사실때도 매주에 한번은 할머니를 만나러 뉴욕을 방문하던 동서는, 일을 하는 지금도, 일주일에 이틀의 시간을 정해 어린 아들을 데리고 양로원을 방문합니다.

눈이 많이 오던 날, 삽을 들고 드라브웨이에 있는 눈을 치우다 말고는 오랜만에 만나게 된 앞집 아줌마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이 아줌마는 아이들 셋과 함께 친정엄마를 모시고 살고  있으며 나처럼 집밖 눈을 치우고 있는 중이였습니다.

"눈이 많이 와서 우리 엄마가 어디 가시지도 못하고 집에만 계시니 죽겠어요. 나는 우리엄마를 사랑하지만 매시간 내가 하는 모든 것을 참견하시니, 어떤 때는 숨도 쉬지 못 할 것 같아요."

"저기 위 우리집 창문을 보세요. 내가 누구랑 이야기 하는가 궁금해 하시는 우리 엄마.."

"정말 힘들어요."

이렇게 아이들을 키우면서 부모들이나 조부모들을 도와 드려야 하는 세대들을 샌드위치 세대라고 합니다. 이 단어는 저널리스트로 상을 탄적이 있는 케롤 아바야 (Carol Abaya) 라는 분이 자신의 부모를 육년이나 모시면서 느낀 일들을 자신처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글을 쓰면서 생긴 용어입니다. 이들, 그러니까 자라는 자식들을 키우는 부머(Baby Boomer)로서  또한 자신들도 시니어(senior)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나이가 들어가는 문제(aging), 새롭게 형성되어가는가족 관계, 법적 이슈, 건강 문제, 영적 문제등의 어려움등을 이해하려는 의도에서 글을 쓰게 됩니다. 그녀의 글은 약 밀리언의 독자가 읽으며  www.sandwichgeneation.com 에서 볼수 있습니다.

이분은 이렇게 말하십니다

1. 노인들을 모시는 데는 여러방법이 있다.

2. 각 상황이나 관계마다 다 다르다.

3. 쉽게 해결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미국 인구의 이십 오 퍼센트가 넘는 사람들이 이렇게 시니어들을 직접 간접적으로 돌봐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런 상황이 나만의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새로운 역활을 받아들이기는 쉬운일이 아니지만 우리의 조상들이 지금껏 해왔듯이 우리도 당연히 해야 할일인 겁니다. 그래서 일을 해야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이들어가시는 부모를 돌봐야 하는  부머(Boomer)들은 절대로 쉽지 않을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누구의 도움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어떤 무기력적인 결정이 아니라  나이드신 부모나 어른들에 대한 자연적인 존중과 배려로 생기는 마음이여야 할 것 입니다. 이러한 어려운 결정을 한후에 아픈 부모를 돌봐야 하기에 승진을 거부하거나 이사를 가야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본적이 있습니다.

나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일본회사에서 일하던 남편이 분명 승진의 기회가 있을 일본 본사의 삼년 근무를 거절 해야 했습니다. 이유는 그당시 시동생은 이탈리안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고 시부모님의 잦은 병원 출입으로 누군가가 가까이서 돌봐 들여야 했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직장일로 바빳지만 영어를 못하시는 시부모를 모시고 의사에게 가야할 일이 많았기에,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할 시간이 없어 아쉽기는 했지만, 곁에 계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와의 시간을 자주 갖게 함으로 우리집만의 특별한 가족 관계가 형성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아이들은 다행스럽게도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내리 사랑을 무한히 받았으며 어른을 위하는 배려와 인내의 여유를 자연스럽게 배울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물론 며느리로서의 나의 입장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남편의 얼굴도 볼수 없을 정도로 일이 많은 직장에 다니고 있었고 , 끊임없이 계속되는 시부모님의 병 간호, 요구와 요청은 여러면에서 감당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다가 서서히 이대로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겠다는 마음을 먹게 됩니다.  이대로란, 시부모를 모시는 동안 왠만하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적극적인 자세가 되어 보겠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이런 삶을 내가 원했던 내가 원하지 않았던 선택의 기회가 없다면 이왕이면 잘해 보아야겠다는 결심 말입니다. 시동생도 아무리 늦게 일이 끝나도 매일 자신의 부모를 찾아보았고,  남편도 시부모님 두분 함께 병원에 입원했을때나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때에도 당황하거나 누구를 원망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서서히 그런 모습에 동화 되어가는 자신을 느낄수가 있었습니다.

이십 오년간의 시부모와의 인연은 이런 모습으로 작년에 끝이 납니다. 그동안 살아온 시간을 바라다보니 부끄러울정도로  무지했었고 그래서 배운점이 무척  많습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잘 아는 것 같았지만 사실 모르는게 많았고 어쩜 그게 당연한 일이였을  겁니다. 시부모님과 함께 살아 오면서 기도, 눈물, 불평, 원망이 많았지만 지금 이제는 나를 잘 다독이면서 배려와 아량을 갖고 잘 살아 나갈수 능력이 생긴 느낌입니다.

나이 여섯에 잃은 나의 어머니와의 인연보다 더 길었던 시어머니와의 시간은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이였습니다.

"우리는 보통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사랑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떨때는 자식들이 부모들에게 깨달음을 갖어다 줄수 있습니다.

그들을 변화시키는데 도움을 줄수 있습니다." **팃 낫 한**

"We usually think that parents have to nourish their children,

But sometimes the children can bring enlightenment to the parents

And help them transform them." *** Thich Nhat Han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