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학년에 다니는 딸이 있어서 대학 진학에 대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모든 엄마들의 고민일 겁니다. 이제까지는 대학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 딸은 " 엄마, 나 겨우 9학년인데.." " 아직 10학년인데 그냥 놔 두세요." 등으로  내말을 무시하던 딸도 요즘은 조금씩 고민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집에서 멀리있는 대학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도 하고, 자기가 공부하고 싶어하는 전공도 생각해 보는데 아직까지는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더욱 좋은 것 같아 보입니다.  주말이면  당연히 친구들과 모여서 놀아야 한다고 주장하니 말입니다.   

아이는 그렇다치고  11학년의 아이를 갖은 엄마로서 대학을 정하고 원서를 넣고, 에세이를 쓰고 하는 일에 대해서 내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  은근히 걱정이 됐습니다. 물론 아이는 대학에 가서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담당 선생님하고 의논도 하고 하면서 마음을  정한 것 같긴 하지만, 본인이 가고 싶어하는 곳에 가서 잘 적응하고, 배우고, 경험할수 있는 대학을 정한다는것이 쉽지는 않아 보여  혹시나 관련된 도서를 찾을수 있을까 해서 도서관을 갔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모르는 곳으로 여행을 떠가기 전에 지도를 펴서 보거나 요즘은 인터넷으로  찾아봐서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 언제쯤 떠나야 할지, 어디로 가는 길이 빠른지, 이미 알고 있는 길로 갈수 있는지등을 알아 보곤 합니다. 같은 이유로 나는  딸아이가 가려는  대학 선택의  과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답답한 생각이 들었고 조금 더 자세히  알아 보고 싶었습니다.  이곳 뉴저지 북부에 사는 많은 한국 부모들은 진학상담 학원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긴 하지만,  우선은 내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이 기회를 통해 딸과 대화도 나누면서, 의논하고, 함께 고민 할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겁니다. 내가 책과 인터넷을 통해 배운 정보와 학교 카운슬러와의 의논 그리고 주위에서 아이들을 대학에 보낸 사람들의 경험 이야기를 들으면서 딸아이에게 알맞는 대학을 선택 하는데 도움이 될수 있는 길을 찾고 싶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대학 진학에 관한 책을 찾다가 몇권의 책을 더 찾아 왔습니다.

Acceptance by David L.  Marcus

이작가는 플리처 상을 받은 교육전문 기자로 아이들의  성적보다는  자신을 재발견하는데 촛점을 두고 그에  맞는 대학에 보낸다는 전설적인 고등학교 카운슬러와 일년동안을 함께 하면서 쓴 책입니다.  롱아일랜드의 오이스터 베이 고등학교(Oyster Bay High School) 의 카운슬러인 미스터 스미스 (Gwyeth  Smith)가 몇명의 학생들을 선정해서 그들에게 맞는 대학에 보내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카운슬러는 아이들의 가족사와 가정 상황을  파악하고, 그들이 갖고 있는 장점들과 부족한 점,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으며  지금부터 미래는 어디로 가고 싶어 하는지를 알아보고, 또 어떤때는 아이들이 하교후에 일하고 있는 직장까지 찾아가  보기도 하면서, 도움을 주려는 배려의 마음으로 대학 진학상담에 임합니다.

이분이 맡은 학생중의 한 학생으로 리 킴( Lee Kim) 이라는 한국학생이 나오는데 흥미로와서 조금 더 설명하고 싶습니다.  

뉴욕에 장의사를 세개나 갖고 있는 아버지가 계시고 (이렇게 하면 이곳 뉴욕 근처에 사시는 분들은 누군지 대강 짐작을 하실겁니다) 토요일이면 한국학교에 가고 일요일에는 성당에서 복사를 하는 총명한 학생입니다. 한국말을 잘하고, 여섯개의 악기를 다룰수있으며 SAT 성적도 아주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으로, 학교 생활이외에도 수학, 과학, 한글을 따로 공부하면서 한시간의 여유도 없이 근면하게 노력합니다.

그렇지만 그는 보기와는 다르게 마음의 갈등이 있었는데 캐톨릭 신자로 자랐지만 신앙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아님 고통을 주는지에 대한  고민, "착한 아들"로 자라면서 부모가 기대하는 아들로 자라야 하는지 아님 한국을 떠나 미국에 이민을 온 부모처럼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어 합니다. 부모의기대는 어디까지이며 자신의 꿈은 어디에서  부터 시작하는지를 더이상 알지 못해 고민하고, 한국학교에서 만난 똑똑한 한국친구들이 갖고 있는 특별한 자질을 바라보면서  "모든 사람들이 다 잘났기 때문에, 결국 다 같음"을 이야기 합니다.

그는 군대를 갈까 하는 고민도 하면서 옥스퍼드 대학과 함께 스물 한개의 대학에 원서를 내지만, 아버지가 권한  딥 스프링(Deep Spring)이라는 이년제 대학교에 마음이 갑니다. 그래서 켈리포니아 경계의 네바다의 작은 지역에 위치한 대학을 방문하는데, 학생들은 새벽 5시에 일어나 젖소에서 우유를 짜고, 양의 털을 깍고, 먹은 그릇을 설겆이하고, 먹을 채소를 가꾸고, 낮에는 대학 과정을 공부하고, 저녁이 되면  프로이드를 읽고 훼미니즘에 대해 토론을 하고, 하아프를 연주하고 오페라의 아리아를 노래 하는 아주 특별한 학교입니다.  일년에 몇백명이 지원을 하지만 열세명의 학생만이 선발되며 신입생 선발 과정도 직접 선배 학생들이 참여하는데,   리(Lee)라는 학생은  합격을 하지 못합니다.  이후에 도시에 있는 뉴욕대학(New York University)에 합격을 하게 되고 다니게 되면서  자신을 재발견하게 되는 성장의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이책을 통해 배우게 된 것이 있다면 다방면의 학생들이 대학을 정하고 원서를 넣고 학교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어려움, 고민, 두려움, 희망을 알아가게 되고, 청소년이라는 보호받는 자리에서 어른으로 서서히   성숙되어 간다는 겁니다. 카운슬러  미스터 스미스 (Mr. Smith)의  힘은 이런 아이들이 지나가야 할 과정을 스스로를 발견하는  시간으로 유도하면서 그들이 잘 성장할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는데  있다고 보았습니다.

My Korean Deli by Ben Ryder Howe

이 작가는 시카고 대학(University of Chicago)에서 만난 변호사인 한국여성과 결혼을 하면서 그후에 생긴 일을 서술한 책입니다. 그동안 고생했던 이민 일세인 친정엄마에게 델리를 사주고 싶어하는 딸과 그의 남편(저자)으로서  참여하게 되면서 텔리를  사는 과정에서 부터 운영하는 일, 스테튼 아일랜드의 장모집에 들어가 함께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자세히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회사 변호사로 일하던 자신의 부인은 직장도 버리고 자신의 엄마를 위해 델리를 운영하겠다고 나섰고, 자신은 WASP( White Anglo Saxon Protestant)  로 그 옛날 메이플라워배를 타고 온 조상의 자손으로 태어나서 고생없이 자랐으면서도, 자신의 부인을 도와  낮에는  잡지사(Paris Review)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저녁에는 겨우 한사람만이 움직일수 있는 좁은 델리에서 일하면서,  잠은 창문도 거의 없고 프라이버시도 없는 장모집의 지하실 방에서 잡니다.

이 작가가 본 델리의 세상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생소하고 전혀 다른 세상이였지만 인류학자인  아버지를 갖은 아들로 태어나서 자란  호기심있는  눈으로 주위를 바라 보면서 기꺼이 참여를 합니다. 그가 보스턴에 살고 계신  자신의 부모에게 델리를 살 것이라고 하니까, 어머니는 " 재미있겠구다. 내가 도와줄수있는게 있을까?" 하셨고, 아버지는 "흥미있는 경험이 되겠구나" 하시면서 "도시주변  사람들을 배울수 있는 좋은 기회 로구나.  그리고 작가 오웰(Orwell) 도 식당에서 그릇을 닦았었고 콘렛(Conrad)도 배에서 일했었다는 것도 알고 있겠지?" 하시면서 즐겁게 찬성을 하십니다.

이 책의 리뷰중에 피 제이 오륵크 (P.J. O'Rourke)라는 분이 흥미롭게 쓴 글이 있어 번역해 봅니다.

"나는 이 책을 작가가 김치를 만들었다는 것 이외에는 어떻게 달리 표현할수가 없습니다.  김치는  한국의 훌륭한(splendid) 주요 음식으로서,  보통인 (배추/부르클린) 것을 얼얼한 것( 고추/가족) 과 비벼서 절임(자연 숙성/ 잡지사의 일)을 합니다. 결과는 아주 대단히 좋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당신의 집을 냄새나게 하는 대신 달콤한 읽을 거리를 줄 것이며,  벽속의 쥐를 죽이게 하는 입냄새가 아니라 깊은 생각을 갖게 해줄 것입니다.

Join the Club (How peer pressure can transform the world) by Tina Rosenberg

이책은 책방에서 대강 보고는 더 읽어보고 싶어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습니다. 읽는 동안 리서치 형식의 글이 재미는 없었는데 흥미는 있어서 인내를 갖고 읽었습니다.  사람들의 행동과 그에 따른 심리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부정적인 일들을 한사람 또는 공동의 힘으로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인간이 줄수있는 선물에 대해 생각할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보통 부정적인 면으로 많이 표현되는 또래 집단의 압력(Peer Pressure)을 긍정적으로  쓸수있도록 하면서  변화되어지는 사회들을  여러 예를 들어 보여 주었고, 이책을 읽으면서  이세상의 아픔과 불공평을 조금씩 풀어나갈수 있는 하나의 열쇠를 볼수 있었습니다.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오랜만에 친구가 전화를 했고 점심에 시간이 있으니 식당에서 밥을 먹자고 했습니다. 친구의 차에 올라타니 옆에는 몇권의 책이 있었고 나에게 읽어 보라고 권해 주었습니다. 작년 여름에 한국에 갔다 오면서 사 온 책으로 이책이 그 중의 한권입니다.

일부러  또는 어떤 이유로 도시를 떠나 지리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그들 나름의 삶을 개척해 나가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지리산 근처에서 시인으로 사진 작가로 살면서, 있으면 있는데로 먹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술을 마시고, 대화를 하고, 기타를 치면서  스스로  즐기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함께 행복해지는 마음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시인으로 살고 있는 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왜 시를 못 쓰는 줄 아니? 내 시의 바탕은 슬픔인데 여기 지리산에 온 이후로는 그게 자꾸 없어져. 그래서 시가 안되는 거야. 사람들은 말하지. 그럼 기쁜 이야기를 써라. 행복하다고 말이야. 그런데 기쁘고 행복한데 어떤 놈이 시를 쓰겠냐고."

저자는 뒷장에 이렇게 자신의 책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굳이 그들이 누군지 알려고 하지 않았으면 더 좋겠다. 다만 거기서 사람들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느긋하게 그러나 부지런히 살고 있다는 것, 그래서 서울에 사는 나 같은 이들이 도시의 자욱한 치졸과 무례와 혐오에 그만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려고 하는 그때, 형제봉 주막장의 누군가가 써놓은 시구절처럼,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귀척이는' 도시의 삶이 역겨워질때, 든든한 어깨로 선 지리산과 버선코처럼 고운 섬진강 물줄기를 떠올렸으면 싶다."

* 요즘 집뜰에 한창 피여있는 작약꽃입니다. 작은 뿌리들을 사다 심었는데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