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날씨가 너무 더워서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초여름입니다. 오월에은 이곳에 비가 정말 자주 내렸습니다.  주룩 주룩 매일 내리는 비가 봄날의 대지를 적신다고 처음에는 좋아하기도 했지만, 너무도 자주 내리는 비때문에  대낮에도 불을 켜야 할 정도로 어두운 날이 계속 되면서 해를 볼수 있는 날을  그리워 하게 된 겁니다. 그러다가 유월이 시작 되면서, 조금은  지겹기까지 했던 비가 그치고 해를 볼수가 있게 되었고, 오랫만에  바깥을 내다 볼수가 있었습니다. 창밖의 풍경을 바라다보니 집주위와 길거리의  나무들은 눈이 부시도록 푸르고 울창하게 변한 모습들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비가 자주 내리는 동안에도 나무들은 계절에 맞춰 잘 자라고 있었던 겁니다.

유월에 열매를 맺는 오디나무에서는 오디 열매가 한창입니다.  여러새들이  날라와 가지에 잠깐 앉아 열매를 입에 물고는 날아가 버리기도 하고, 아들은 맨발로 뒷뜰로 나가 길게 늘어진 나무가지를 한손으로 잡고 또 한손으로는 잘익은 까만  오디를 따서 입에 넣고 먹는 모습이 즐거워 보입니다. 그리고는  배리 자국으로 까맣게 지저분해진  손과 입주위를 하고는 맨땅의 흙을 밟아  새까매진 발바닥으로 집안으로 들어 오곤 합니다.  그동안 조금씩 사다 심은 많은 꽃들과 묘종을 해서 심은 깻잎, 호박, 오이, 쑥갓, 고추, 파슬리가 잘 자라고 있습니다. 한창 아름답게 핀 꽃들과 잘 자라고 있는 채소들을 보면 기쁘고 즐겁기는 하지만, 함께  잘자라고 있는 잡초들을 계속해서  뽑아 버려야  하니, 이계절은 바빠질수 밖에 없습니다.

Trees  by Federico Garcia Lorca

Were your once arrows

fallen from the blue?

what terrible warriors

cast you down? The stars?

Your music springs from the soul of birds

from the eyes of the God,

from  perfect passions,

Trees!

Will your tough roots know

my heart in the soul?

나무 ---훼더리코 가시아 로까(스페인 시인)

너는 언젠가 푸른 곳에서

떨어진  화살이였는가?

어떤 나쁜 전사가

너를 내던져 버렸는지? 별인가?

너의 음악은 새들의 영혼으로 부터

신의 눈으로부터,

온전한 열정으로 부터 시작되는데,

나무야!

너의 단단한 뿌리는

영혼속의 내 마음을 알수 있을까?

내가 태어났고 자랐던 서울의 한옥집에도 자그마한 뜰이 있었습니다.  할머니의 부지런한 손길로 항상 반들 반들했고, 내키보다  더 컸었던 장독들이 크고 작게 늘어져 있었던 장독대 바로 밑의 작은뜰에는, 봄이 되면  할머니는 채송화, 봉숭아,사르바아, 코스모스 등을 심으셨습니다.  그 전해에 받아 두어 서랍 어디에 정리 해 두었던 씨들을 끄집어 내시면서 바라보던 할머니의 모습은  즐거워 보였었습니다. 그렇게 심었던 씨들이 때에 맞춰서 피고 지는 꽃들을 바라 볼수 있는 사치(?)를  나는 어린 시절에 경험합니다. 한여름에 봉숭아꽃이 활짝 피어나면,  할머니는 봉숭아꽃을 따서  백반과 섞어서 조그만 나무절구에 넣어 찧어서, 나의 손톱위 하나 하나에 놓아 주셨습니다.  그리고 봉숭아잎을 그위에 덥고  다시 그위를 실로 징징 감아 주셨습니다. 해 좋은 따뜻한 날, 쪽마루에 앉아 내 손톱이 이뻐지라고  봉숭아꽃 물들여 주시던 할머니의 몸에선  할머니 특유의 따스함과 함께 음식냄새, 땀냄새가 났었습니다. 밤이 되어 조심해서 잔다고는 하지만, 나도 모르게  깊이 잠이 들어 손톱을 싼 봉숭아 잎이 벗겨지기도 했지만, 아침에 일어나 보면 쭈글 쭈글해진 손가락살위의  내손톱에는 진한 주홍색깔이 물들여 져 있었습니다.  

그 작은 뜰에는 당시  흔치 않던 바나나 나무도 한그루 자라고 있었습니다. 언제 어떻게 심겨진  나무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렸던 나는, 어느날 열매로 맺은 바나나를  먹을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갖었었습니다. 먹어 본 적이 없었던 그 귀한 바나나를 먹을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흥분이 되는 일이였습니다.   더운 지방에서만 자랄수 있고 추운 날씨의 서울에서는 절대로 열릴수 없었던 바바나 나무는 언제나처럼 나의 기대를 저버리고 바나나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가을이 되어  노랗게 변해버린  커다란 바나나 잎을 삼촌이 베어 버리시면, 나는 바나나는 잊어 버린채,  잘라진  그 크고 긴 바나나잎를 어깨에 매거나 끌고 나가 친구들과 한참을 놀던 생각이 납니다.

아 !그런데  크고 작은 화분에 담은 그 많은 화초들을 할머니는 왜 키우고 계셨을까요.  가을이 되고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에도 대청에는 수 많은 화분들로 가득 찼었습니다. 해가 나오고 그리 춥지 않은 날이 되면 할머니는 잊지도 않으시고 그많은 화분들을 대청에서  하나씩  들어서 마당에 내려 놓는 일을 하셨습니다. 어렸던 나도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였고,  무거운 화분을 들고 몇개의 계단을  내려야 하는 일이 쉽지 않아 사실은 귀찮은 일이였습니다. 그렇지만 나와 우리집 일봐주던 언니는  화분이 깨질까봐 조심하고 무거워서 킹킹대고 하면서 밖에 내려다 놓았고,  해 떨어지기 전 그 많은 화분들을 대청에 다시 들여 놓는 작업을 했었습니다. 대식구에  항상 있었던 객식구들까지  해야 할 일들이 끊임없이 많았는데도,  꼭 필요하지 않는 듯한  화초들을 닦고 키우고 아끼고 하셨던  할머니에게  화초는 어떤의미가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이 가끔 생기곤 합니다.

The  Summer Day by Mary Oliver

Who made the world?

Who made the swan, and the black bear?

Who made the grasshopper?

This grasshopper: I mean---

the one who has flung herself out of the grass,

the one who is eating sugar out of my hand,

who is moving her jaws back and forth instead of up and down---

who is gazing around with her enormous and complicated eyes.

Now she lifts her pale forearms and thoroughly washed her face.

Now she snaps her wings open and floats away.

I don't know exactly what the prayer is.

I do know how to pay attention, how to fall down

into the grass, how to kneel down in the grass,

how to be idle and blessed, how to stroll through the fields,

which is what else should I have done?

Doesn't everything die at last, and too soon?

Tell me, what is it you plan to do

with your one wild and precious life?

여름날---메리 올리버

누가 이세상을 만들었을까요?

누가 백조를, 검은 곰을 만들었을까요?

누가 메뚜기를 만들었을까요?

이 메뚜기 말이죠 : 내말은---

풀밭에서  펄쩍 뛰어 나온 녀석,

내 손안의 설탕을 받아 먹는 녀석,

턱을 위로 아래로가 아니고 앞으로 뒤로 움직이는 녀석---

아주 크고 기묘한 눈으로 주위를 바라보는 녀석.

지금  메뚜기는 약한 앞다리를 들어서 자신의 얼굴을 닦아 냅니다.

지금 메뚜기는 자신의 날개를 마찰시켜 펼치고 날라 가버립니다.

나는 기도가 무엇인지를 잘 모릅니다.

나는 경청하는 방법을 , 풀밭에

넘어지는 방법을, 풀밭에 무릎 꿇는 방법을,

가만히 있으면서 은총을 받는 방법을,  평야를 산책하는 방법을,

그런데  그것이외의  다른 것을 해야 했을까요?

결국  누구나 죽지 않습니까? 너무도 짧게?

나에게 말해주세요. 당신의  하나밖에 없는

자유분망하고 소중한 삶으로 살 계획이 무엇인지를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