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서 입양된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집에서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에  내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일을 해 보고 싶어 시작한 이일이 벌써 육년이 됩니다. 처음에는 입양부모들에게  한글을, 지금은  12살 13살 난 입양아들에게 한글과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토요일 아침만 가르치니까 그렇게 많은 시간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도 하면서 가깝게 지내다 보니 그동안 내가 갖고 있었던 입양아들에 대한 편견이나 한국 아이들이 한국에서 자라지 못하고 미국인의 가정에서 자라야 하는 미안함 등으로 불편했던 나의 어설펐던 감정들이 어느정도 정리되어 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입양아들에게 한글을가르친다고 하면 대부분이 "아주 좋은일을 하시네요." 하고  반응을 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입양아는 한국에서 불쌍하게 버려진 아이들이지만 미국의 좋은 부모를 만날수 있었던 행운아들이라는 생각을 많이 갖습니다.  특히 한글학교에서 만나게 되는 양부모들은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일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양부모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단한 부자들도 아니고 보통 평범한 사람들로  선생님이며 회계사이며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버려진 아이들이 불쌍해서 입양을 한게 아니고 순수히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입양한게 아닌가라는 느낌을 나는 갖게 됩니다.

그런데 주위의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미국에 입양된 아이들은 한국사회가 혈연을 중시하는 한국사회라서 그럴수 밖에 없지 않는가 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습니다. 그말에는 분명히 모순이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한국의 가정들이 혈연을 중시 한다면 아이에게는 고모가 있겠고 삼춘이 있을 것이며 할머니와 할아버지 사촌들이 당연히 있을 터인데 그들은 왜 자신들의 핏줄인 아이들을 키우지 못하고 미국 가정에 입양이 되어야만 하는지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거지요.

내가 한글을 가르치던 반에서 만난 학생중에 지금은 중학교 선생으로 일하는 여성이 있습니다. 그녀는 갓난아이일때 바구니 안에 눞혀져서 이름도 모르는 채 고아원으로 보내졌고  나중에는 이곳 뉴저지로 입양이 되서 오게 됩니다. 그녀는 나에게 이런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대학에 다닐때 미국에 이민 온 가정의 한국남학생을 만났다고 합니다. 삼년을 사귀는 동안 한번도 그 남학생집에 가본 적도 없었고 초대를 받아 본적도 없었는데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의 가족에게 자기를 소개해 주는 것을  주저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더이상 만나지 않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곳의 정서대로 라면 데이트하는 여자 친구나 남자 친구는 아주 편하게 부모에게 소개를 하는게 보통인데 자신이 입양아라는 조건이 사귀던 청년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게 아니가라는 말을 해 준 것을 기억 합니다.   

이곳에서도 미혼모가 아이를 낳고 부부가 이혼을 하고  한쪽 부부가 사망을 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한국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주위의 사람들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관심이 다르다고 볼수가 있겠습니다. 예를 들면 딸아이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도 여학생 두명이나 임신을 하고 학교를 다녔었는데, 반친구들은  아주 무관심 하거나 임신한 사실에 대해 다정하게 대해 줌으로서 편안하게 학교를 다닐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고 딸아이는 말해 줍니다. 어린 여학생이 임신을 했다는 우려도 있었겠지만 그걱정보다는 본인이 우선 얼마나 힘들까라는 상황을 이해하고 연민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볼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겁니다. 영화 "주노"를 보셨다면  이런 분위기를 잘 이해 하실수 있을 겁니다.

십여년전 여름에 시조카 며느리인 카렌과 시조카가 뉴저지에 있는 우리집에  온 적이 있었습니다. 의학을 공부하고 있었던 그들은 독일에서 독립한지 얼마 안되는 아프리카 남부의 나라 나미비아 (Namibia)에서 구개월의 인턴를 끝내고 자신들이 사는 스웨덴으로 가기전에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외삼촌가족인 우리가 있는 이곳 미국을 방문 합니다. 이곳에 와서도 부지런한 카렌은 아침마다 빵을 굽고, 스웨디쉬 밑볼(Swedish meatball)을 만들어서 우리에게 대접을 하고, 결혼하는 친구에게  줄 식탁보에 십자수를 놓으면서 쉬지않고 일을 하더라구요. 약 한달을 이곳에서 함께 지내다 보니 자연히 그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친정은  전형적인 스웨덴의 중류 가정으로 아버지는 엔지니어이시며 어머니는 미국 영화를 스웨덴어로 번역하시면서  농촌에서 닭과 말을 키우시면서 살고 계신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친정집에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남동생과  다른 남학생 한명이 함께 지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당시 남학생의 어머니가 좋지 않은 상황에 있었는데, 수습 재기하는 동안 남학생만 얼마간 자신의 친정에  와 있다고 하였지요. 그리고 친정동네에  아이 넷을  키우면서 혼자 사는 여성이 있는데, 한달에 몇시간 정도만이라도 그녀에게 휴식시간을 주기위해,  카렌의 친정 어머니는  그집 아이들을 집에 데려와 놀게 하면서 돌봐주고 계시다는 겁니다.  아주 당연시하면서 편안하게 이야기 해주는 카렌의 모습을 보고 느낀점이 많았습니다.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중에도 주위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서로의 아픔을 나눌수 있는  행동들은 성숙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성숙한 사회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살고 있는 세상이 힘들때나 아주 어두워 보일때 도움의 손길이 보여지지 않을때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잘 할수 있으리라고 보여주는 미소, 용기를 갖도록  잡아주는 따스한  손길은  어찌할지 몰라 어둠속에서 헤메이던 우리 모두에게 작은 보석처럼 빛나 보일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어떤 상황에서  친부모를 떠난 아이들이나 편부나 편모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우리 모두가 조금씩이나마  관심을 갖고 돌봐야 하는 우리들의 아이들 입니다. 절망적이고 외로와서 가슴 아파하고 있는 아이들은 나 모르는 아이들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이며 내 가족의 이야기 일수가  있는 겁니다.  본의 아니게 어려운 상황에 놓여진 아이들을 선입관이나 편견으로 보기 보다는 연민의 마음, 이해하는 마음, 용서하는 마음으로 기도해 주고 도움을 주어야 하는데  이런 배려하는 마음들은 결국 내 삶속의 아픔과 상처를 함께 치유해 줄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