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에도 집에서 차로 두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는 롱비치 아일랜드 (Long Beach Island)에 가서 일주일간의 휴가를 보내고 왔습니다. 지난 십여년동안 항상 그랫듯이 우리가족, 시동생 가족, 동서 언니 가족, 동서 고등학교 친구 가족들이 각각의 집을 구하고 그곳에 비치 하우스가 있는 가족들은 같은 시기에 휴가를 정해  힘께 지내는 시간을 갖습니다. 다행이도 모두들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들이고 자유스러면서도 잘 어울리는사람들이라 가끔은 우리 식구끼리만 있기도 하고  어떤때는 다들 모여서 이야기 하면서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을 갖습니다.

나는  천성이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고 게을러서 멀리 가는 여행 보다는 이렇게 집에서 멀지 않는 곳에 가서 가족과 친지들과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는 휴가를 좋아 합니다.  집 근처 가까이 살고 있는 형제와  친구들이지만 원하는 만큼 자주 볼수 있는 시간들이 많지 않아 이런  휴가때면 아주 편안하게 앉아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 이지요. 멀리 떠나는 휴가는 특히 아들때문에  준비 해야 할 것도 많을 것 같고 공항에서 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부담등이 그렇게 쉽게 결정하게  되지가 않더라구요. 그런데 다른 나라나 집에서 먼 곳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욕심은 있어서  책을  통해서나 티비에서 방영하는 "릭 스티브즈의 유럽 (Rick Steves's  Europe)" 이나 "글로브 트랙커(Glove Trakker)" 등의  프로그램을  시간대를 찾아내어  자주 시청하는 편입니다. 아주 쉽게 간접 여행을 하는 거지요.  물론 직접 가서 경험하고 체험 하는 여행하고는 결코 비교가 될수는 없겠지만 나름대로 즐기면서 보곤 합니다.

이번에 우리집은 아들이외에도 딸과 딸아이 친구 세명이 함께 동행했는데, 동서 친정 언니의 열 여덟살난 딸, 시동생의 열 다섯살난 아들까지 몇 명의  틴에이져 아이들이 몰려 다니면서 재미있게 먹고 놀았는데  아이들이 노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즐거워 지곤 했습니다.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밥 대충 챙겨 먹고 자전거를 타고 나가서  섬 북부 끝까지 갔다  오고, 비가 오던 날은 집에서 갖고 온 책을 읽거나 티비를 보았고, 해가 쨍쨍한 대낮에는 바닷가에 누워 살을 태우거나 파도를 타고 신나게 놀았으며, 저녁이 되면 카드 게임을 하거나 빌려 온 영화를 보면서 이른 새벽이 되서야  잠을  자곤 했습니다. 그것도 심심해지면 섬  중심가에 있는 베이 빌리지(Bay Village)에 가서 물건을 사거나 사람들을 구경하고  레스토랑에서 밥을 사먹거나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면서 지냈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많이 웃어대던지 함께 행복해져서, 옆에서 설겆이를 해야 하고 정리 정돈을 다 해야 하는 나였지만  전혀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휴가를 준비하면서 나는 바닷가에서  읽을 책을 빌리기 위해 도서관에 갔었습니다. 책 고를 시간이 별로 없었기에 우선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 리스트에 든 책  몇권을 골랐지요. 책은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면서 읽거나 식구들이 밖으로 다 나간 후 혼자 있게 되었을때 조용하게 읽었는데 아무래도 집을 떠나 있었기에 그렇겠지만 읽는 느낌이 전혀 다르더라구요.

All Things at Once (모든 것을 한꺼번에) by Mika Brzezinski

나는 자서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몇권 정도 읽은 자서전이지만 자신의 잘못보다는 잘난 모습, 자기 변명들으로 채워 진 느낌을 많이 받았기에 그럴수도 있겠고 아무래도 자서전 대부분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나라는 사람과는 별개의 이야기라 생각이 되서 그럴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책은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라 해서 빌렸기에 큰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분은 콜롬비아 대학 교수로 계시다 카터 대통령때 국가 정보 고문 (National Security Advisor) 이 되신" Zbigniew Brzezinski (발음이 잘 안 됩니다. --폴란드이름)"  의 딸로 태어나 뉴저지 잉글우드에서 살다가 버지니아로 이사를 갑니다. 예술가였던 엄마 덕분에 오래 된 농촌집에서 오리를 기르고 말을 타면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데, 크리스마스가 되면 기르던 말을 집안에 데리고 들어와서 술을 마시게  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등 아주 자유스러운 집안에서 자랍니다.  아버지가 폴란드 사람이라 폴란드 사람이신 교황이 집에 초대되고 카터 대통령의 딸인 애미와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아주 조그만 방송국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는 이야기서부터 남편을 만나게 되는 계기, 일을 하면서 두 딸을 키우는데 생기는 어려움등이 잘 쓰여져 있습니다. 이책은 특히 여성으로서 앵커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녀는 지난일들을 이렇게 말합니다. "나에게 가장 큰 실패는 항상 너무 많은 일들을 너무 빨리 하려고 할때 생기는 것 같았어요. 나는 하나만을 택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 들이기가 힘들었는데 그렇지 않으면 모든 곳을 잃게 되는데 말이죠. 일은 나의 커다란 한부분이지만 모든 것이 되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The walk (걷기) by Richard Paul Evans

이작가가  지금까지 쓴 책 열네권 모두가 베스트 셀러가 되었는데 140억 권(14 million)의 책이 세계로 팔려 나갔습니다. 이 책은 모든 것을 잃은 "알란 크리스토퍼슨"이 "시애틀"에서 "훌로리다"의 "키 웨스트" 까지 걸으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가 어떻게 다시 살아갈수 있는 희망을 갖게 되는지를 보여 줍니다.

Making toast (토스트를 만들면서) by Roger Rosenblatt

이책은 제목만 보면 빵의 토스트를 말하는 건가 아니면 건배를 할때의 토스트인가라는 궁금증을 갖고 읽게 되었는데 두개 모두의 의미를 다 갖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를 하게 한 책입니다. 이작가는 극작가이시며 에세이도 쓰시면서 George Polk  상, Peabody상, Emmy상을 타신 분으로 하버드에서 교수로 계셨지만 지금은 스토니 부뤀 대학에서 영문학 교수로 계시는 분입니다.

롱아일랜드에 사시는 이분은 의사였던 딸이 심장문제로 갑자기 사망하자 한살, 네살, 여섯살 난 손자들을 위해 메릴랜드에 있는  외과 의사인 사위 집으로 이사를 합니다. 아이들을 다 키워 놓고 조용히 살던 이 부부는 아이들의 스케줄에 맞춰 기저귀 갈아주기, 책 읽어주기, 플레이 데이트 만나서 놀게  해주기, 끝없는 질문에 대답해 주기를 하면서 유차원 교사 였던 부인과 함께  잘 적응 되어 갑니다. 아침이 되면 세 아이들의 취향에 맞춰 다른 모양의 토스트를  만들어 주면서 "지난 세월 동안 숙달한 역활" 을 잘 수행하지만  딸을 잃은 초기에는 상실감에 신을 욕하기도 하고 상점의 점원에게 이유없이 화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중한 딸을 잃은 아픔 속에서도 희망을 읺지 않고 작가 특유의 위트, 따뜻한 마음, 정확한 표현력으로 쓰여진 이 책은 딸에 대한 사랑과 가족간의 사랑이 잘 배여져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은 감상은 이렇습니다. 우선 어렵지 않은 문장이 읽기 좋았고, 두번째는 딸을 잃은  마음의 고통을 승화 시키면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활을 충실히 수행하는 작가 부부의 성실함이 좋았으며, 세번째는 딸의 친구들이나 형제들이 끊임없이 보여주는 진정한 사랑의 모습들이 부러울 정도로 아주 좋았습니다.

책 중간에는 작가가 "워싱턴 포스트"에 리뷰한 소설을 소개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소설의 제목은 "Deaf Sentence (귀먹어리 선고)"로 이런 문장을 작가는 이야기 합니다. "If there has been, at various times, trifling misunderstandings in our life, now I see how one was unable to value the passing time.(여러 상황에서, 우리의 삶을 사소하게 오해를  할때가 있는데, 내가 지금 알게 된 것은 사람이 지나가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한다는 겁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소개 하면서 자신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삶이란 이런 것 일 겁니다.--- How to value passing time (지나가는 시간을 어떻게 소중하게 여길 것 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