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하나님이 만드신 식물 가꾸기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  ( 로마서 1 : 20 )

친정 부모님 댁에는 한국의 보통 아파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베란다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베란다에 많은 식물들이 살고 있지요. 엄마는 겨울이 되면 베란다에 있던 많은 화분들이 추울까 싶어 하나씩 집안으로 들여놓으셨습니다. 따스한 봄이 되면 귀찮을 법도 하건만 엄마는 다시 그것들을 베란다에 옮겨 놓으셨습니다. 그리고 시간에 맞춰 물을 주시고 일일히 잎사귀들을 닦아 주셨습니다. 때에 따라 꽃이 필때면 엄마는 감탄을 하시며 우리들의 호응을 바라시며 알려주셨지만, 우리 삼남매는 단지 눈길 한번 주는 것 뿐이었지요.

저도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조금씩 식물 가꾸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 속에 무언가를 가꾸고 키울 수 있는 내공이 쌓였던 것 같습니다. 재밌는 것은 아이들과 대화하듯 식물과도 무언의 소통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소통을 느끼는 순간 식물들이 정말 살아있는 생명체로써 느껴지게 되었고 사랑 할 존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나는 그 많은 식물들을 일일히 매만지며 베란다 화단을 가꾸셨던 엄마의 마음은 바로 아이들을 키우는 것과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나의 집에는 엄마의 베란다만한 뒷마당이 있습니다. 뒷 마당이라고 하기엔 쑥스러운 작은 공간이지만, 다행히 알맞은 햇빛이 들어와 식물이 자라기에 좋았습니다. 우리 집 화단은 거의 선인장 같은 다육 식물로 꾸며져있습니다. 선인장은 왠만하면 죽일 수 없다고 하여 가꾸기도 했지만 사실 선인장을 처음 들여놓게 된 계기는 이것이었습니다.

5년 전,어느 공원 바닥에 나뒹구는 조그만 성게같은 선인장을 하나 주워왔습니다. 거의 죽은 것 같았지만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화분에 심어놓고 별 관심없이 심심할 때 물을 주곤 했습니다. 그렇게 어떠한 변함도 없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수가 없는 채로 2년이 흘러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봄 날, 문득 탁구공만한 선인장이 계란만한 선인장이 되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 너! 살아있었구나. “ 

식물과의 소통을 처음 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 뒤로 하나 둘씩 뒷마당의 화분은 늘어만 갔습니다. 식물 가꾸기에 자신이 없는 엄마들이 주위에 종종 있습니다. 5년전 저와 같은 부류말이죠. 그러나 그분들에게 꼭 선인장이라도 키워보라고 추천 해드리고 싶은 것은 선인장은 왠만하면 죽일 수 없다는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고, 손에 흙을 묻히며 몸으로 터득해가는 동안 하나님을 생각하며 조용히 큐티하기에 좋은 시간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또 식물을 마주하다보면 그 속에서 어느 누구도 핑계할 수 없는 하나님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을 끊임없이 만나게되는 놀라운 체험도 경험할 수 있다는 중요한 이유도 있습니다.

전에 관심도 주지 않았던 엄마의 베란다 화단에는 여전히 많은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을 것입니다.이제는 그들에게 사랑의 눈길를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은데 한국으로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지니 그리워집니다.

---> 처음 소통을 알려준 이래 더욱 자라난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