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무명의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기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 요한복음 3 : 30 )

그 옛날, 언어가 하나였을 때 사람들은 니므롯을 중심으로 바벨탑이라는 것을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노아의 둘째 아들, 함의 손자인 니므롯은 이렇게 외쳤습니다. “자,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그는 자신의 이름을 온 세상에 알리고 싶었던 모양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악하게 보시고 바벨탑 쌓기를 중단시키셨습니다. 하나님없이 세상에 내 이름을 알리려는 생각의 근본은 악에서 오는 것이라고 판단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은 내성적이든, 외향적이든 자기를 알리고 싶은 본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본능을 들어내든 아니든 말이지요.

나는 디자인을 공부하던 학생때부터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꿈꾸었습니다. 내 이름앞에 디자이너라는 호칭이 붙은 채로 모든 사람이 알게 되길 원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재능이기에 또한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하는 것이 하나님의 자녀로써 할 일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나의 육적인 것에만 초점을 맞춘 위험스런 목표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제 전공을 살릴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많은 우여곡절 끝에 하나님께서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던 글쓰는 일을 열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책을 보면 작가의 프로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은 어떤 배경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읽고 있는 기독교 책 중에 ‘무릎으로 사는 그리스도인’이란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버릇처럼 지은이가 적혀있는 곳으로 시선이 갔습니다. 무명의 그리스도인  흠, 지은이가 누군지도 모르고 출판을 했다는 것인지 무척 궁금해져서 급히 책을 넘겨보았습니다. 알고보니 그는 자기 이름을 밝히길 원치 않는 작가였습니다. 그의 많은 책이 계속적으로 베스트 셀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그가 원하는 자신의 이름은 무명의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적잖은 충격을 받게 되었지요. 이 책에서 들어나야 할 분은 예수님이기에 굳이 자신의 이름을 들어내지 않겠다는 철학이었습니다.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라고 말했던 세례 요한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자신만을 바라보며 따라다니던 제자들에게 자신은 없어져야 할 인물이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주목받아야 할 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누가 진정 이런 고백을 할 수 있겠습니까.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는 인간 세상에서 말입니다.

무명의 그리스도인을 통해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하나님에 대한 글 쓰기를 빙자해서 내 이름을 알리고 싶었던 마음은 없었는지 들여다 봅니다. 그러고보니 자신의 이름을 내고자 했던 바벨탑의 주인공, 니므롯과 같은 마음이 아직도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 주여! 내 이름을 드러내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싹이 트려고 할 때마다 깨달아 알게 해주시고, 오직 하나님의 이름만 드러나게 해주옵소서. 아멘.“

우리가 무엇을 하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가야 한다면 내 한 평생, 최선을 다하되 무명의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하지만 생명책엔 무명씨대신 내 이름으로 기록되있을 것이기에 소망이 있습니다.

* 에세이를 쓰면서 나도 ‘무명의 그리스도인’으로 올리고 싶었으나 허락되지 않아 부득불 영어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 나에게 이름으로도 은혜를 주었던 작가, 무명의 그리스도인의 책 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