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바벨탑 사건, 그 이후

그 이름을 바벨이라 하니 이는 여호와께서 거기서 온 땅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셨음이니라.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더라. ( 창세기 11 : 9 )

미국에 와서 영어때문에 답답해 할 때마다 그 옛날 바벨탑을 쌓았던 이들이 떠올랐습니다. 나의 고충은 다 그들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언어는 우리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지만 언어는 문화를 만들어내고 또한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는 것입니다. 한 나라가 침략을 당했을 때도 가장 먼저 때앗기는 것이 모국어이지 않습니까. 말을 빼앗는 것은 정신을 뺏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지요. 나에게 누가 언어를 빼앗지는 않았지만 미국 생활내내 말을 빼앗긴 것 같은 기분으로 살고 있습니다. 한국이란 곳에 살면서 언어가 하나였기에 누리는 편리함이란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이곳에 살다보니 그것만이 도드라지게 보입니다.

바벨탑 당시는 온 땅의 언어가 하나요 발음이 되는 방식도 하나였다고 기록되 있습니다. 언어가 같다는 것은 서로 간에 죄를 모색하기 쉽다는 의미이기도 하는 것일까요. 바벨탑을 건설한 죄 값으로 우리가 치뤄야했던 것은 언어가 서로 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의 힘을 세상에 알리고자 하나님께 도전장을 내밀며 바벨탑을 건설하려는 니므롯의 악한 음모에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동조를 했다는 것은 사돈의 팔촌까지 대부분 따지고 보면 다 친척관계인 당시의 상황과 함께 같은 언어를 썼다는 것이 크게 일조를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홍수를 제외한 방법 중에 근본적으로 악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언어를 혼잡하게 하는 거라고 생각하셨던 모양입니다.

갑자기 달라진 언어에서 서로 간에 혼란이 왔을 것입니다. 그래도 같이 살아보고자 애를 썼을 테지만 곧 서로간에 이질감을 갖게 되었고, 결국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끼리 자연스럽게 뭉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각기 살 곳을 찾아 흩어지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흩어진대로 민족과 국가가 형성이 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언어를 혼잡하게 하는 과정에서 직계 혈통과 가족들의 관계를 충분히 고려하셨을 거라 믿습니다. 설마 남편과 아내의 언어를, 6살박이 아이와 엄마의 언어를 다르게 하실 매정한 하나님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그 벌로 인해 셈의 후손들은 아시아 쪽으로 이동을 시작했고, 나는 그들의 후손으로써 한국 말을 쓰는 한국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야벳의 후손들은 유럽 쪽으로 이주하여 영어라는 대표적인 언어를 내세우며 세계를 정복하며 누비고 다녔지요. 마지막으로 함의 후손들은 아프리카 쪽으로 이주하여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탄생시켰지만 주로 지배를 당하는 민족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참 모진 운명같지만 팥죽 한 그릇으로 형 에서와 동생 야곱의 운명이 바뀌듯 언어의 혼합 과정에서 하나님의 어떤 섭리가 개입되었을 것임은 분명합니다.

나는 뼈 속까지 한국 사람인데 어쩌다 미국까지 와서 한국말의 100분의 1도 안되는 영어 실력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스트래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단순히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떠나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단절됨을 느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통하지 않는 것, 이것이 더 큰 벌인 것 같습니다. 정말 나의 영어 실력으로는 외국 사람들과 어떠한 죄악된 행동도 같이 모색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적어도 나에게는 적중한 듯 보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죄악된 본성이 그것으로 항복하겠습니까. 인간의 죄악은 또다시 고개를 들며 영어라는 세계 공용어를 만들어내 다시한번 바벨탑을 쌓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사람의 영어 사랑은 유별나서 세계 유일무이한 기러기 가족을 탄생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늘 악을 선으로 바꾸시는 분이시기에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통해 하실 일이 분명 있으실 거라 확신합니다. 말이 같아지면 분명 사단이 꿈꾸는 일이 모색되기 쉬워지겠지만, 그 반대로 하나 된 언어로 하나님의 복음을 세계 곳곳에 전할 수 있는 길은 더욱 쉬워질 수도 있겠지요. 그런 비전을 가지고 나도 작년부터 조금씩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입이 트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늘 갈등하고 있지만 이곳에서 하나님의 선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영어 배우기는 계속 되야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