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디자이너 되시는 하나님

여호와여 주께서 하신 일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 주께서 지혜로 그들을 다 지으셨으니 주께서 지으신 것들이 땅에 가득하니이다. ( 시편 104 : 24 )

창조주 하나님은 나에게 많은 의미로 다가오지만 직업의 영향인지 ‘하나님은 최고의 디자이너’로 다가올 때가 많습니다. 이 세상을 디자인하신 하나님보다 앞선 수식어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원래 원단과 관련해서 디자인하는 일을 한 13년간 해온 사람입니다. 지금은 잠시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이 일도 창의적인 일이기에 나는 디자이너라는 생각을 멈춰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착각이라고 말할지라도 하나님과 비슷한 재능을 물려받았다는 생각에 나의 직업을 늘 사랑하고 있습니다.

미술 작품 중에 사람의 얼굴을 특이하게 분석해 놓은 그림이나 조소를 보면 누가봐도 피카소의 작품임을 알게 됩니다. 몬드리안의 그림이나 샤넬의 패션이나 이제 고인이 된 앙드레 김의 패션은 그 작품 전반에 걸쳐 그의 색깔이 묻어나오고 있지요. 심지어 미술 학도였던 시절, 친구들은 나의 작품들을 내 작품 같다라고 이야기해주곤 했습니다. 덩치는 큰데 만드는 것마다 늘 오밀조밀 밀도가 있는 작품들을 선호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일찌감치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동물들과 식물들이 왜 다들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말입니다. 바로 만든 분이 한 분이기 때문이지요. 이 단순하고도 명백한 사실은 같은 디자이너 출신인 하나님과 나만 통하는 것입니다.호호. 

하나님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멋있는 자연을 디자인하셨습니다. 이 세상을 하나씩 만들 때마다 하나님 스스로 ‘보기에 좋았더라.’ 하시며 만족감을 표현하실 정도였으니 어찌 인간이 보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캘리포니아의 하늘은 특별히 하나님의 야심작이라 생각합니다. 시야가 넓게 트여 하늘만 봐도 마음이 뚫리곤 해서 나는 틈만 나면 하늘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우연히 아들과 함께 바라본 하늘에서 귀가 크고 털이 복실거리는 개가 힘차게 달리는 듯한 구름을 보게 되었습니다. 살면서 구름이 나에게 그려준 수 많은 그림들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혹시 하늘이 하나님의 캔버스가 아닐까 상상해 봤습니다. 오늘의 특별 메뉴를 적어놓은 어느 식당의 칠판처럼 그날 그날 하나님께서 우리들을 향해 즐거움을 주시고자 하늘을 캔버스로 활용하고 계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하나님은 정말 유머가 가득한 분이셨습니다. 하나님의 유머를 느끼고 싶다면 하던 일을 잠시 접어두고 하늘을 유심히 살펴보십시요. 스마일하며 웃고 계신 예수님의 얼굴 구름을 발견할 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이곳 캘리포니아에서 발견한 하나님의 또 한가지 재미난 작품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바로 큰 키를 자랑하는 팜트리입니다. 어느 날, 우리 집 근처에 심겨진 4그루의 팜트리를 무심코 바라보다 팜트리의 몸통이 코끼리 다리의 모양과 거의 흡사한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회색의 색깔 톤이나 다리의 굵기, 자글자글 거리는 주름까지 정말 똑같았습니다.

자연을 관찰하면서 늘 느끼는 것은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실 때 비슷한 요소들을 동, 식물 속에 숨겨놓으셨다는 사실입니다. 나뭇가지와 나뭇잎 모양의 벌레들, 성게와 그것과 비슷하게 생긴 선인장, 사막의 뱀과 바다의 뱀, 잘라도 또 자라는 선인장과 도마뱀 꼬리의 비슷한 성질, 양과 같은 온순한 성품의 사람이 있는가하면, 뱀처럼 교활한 사람도 있고, 사자처럼 포악한 사람도 있듯이 기질과 모양이 서로 간에 닮은 꼴을 하고 있습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나는 언제부터인가 그 창조적인 능력에 감탄을 넘어 부러움까지 느끼며 과감한 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 하나님, 주님이 만드신 자연은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한 점의 오차도 없이 감히 흉내도 낼 수 없는 완벽한 모양과 색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도 주님의 창조 능력을 닮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주님의 디자인 감각을100분의 1이라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아멘. “

하나님의 마음을 알고자 한 이후로, 나의 창의적인 감각이 하나님 나라를 위한 도구로 쓰임받길 소원하였기에 감히 욕심을 내 기도해보았습니다. 그 응답이 무척 기대되지만 그리아니하실지라도 감사합니다.

---> 2009년, 후배와 차를 타고 가던 중 두겹으로 층이 가지런히 쌓인 구름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