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반석 위에 세워가는 집

그러므로 누구든지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는 그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지혜로운 사람 같으리니, 비가 내리고 창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부딪치되 무너지지 아니하나니, 이는 주초를 반석 위에 놓은 까닭이요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지 아니하는 자는 그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 같으리니, 비가 내리고 창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부딪치매 무너져 그 무너짐이 심하니라.  ( 마태복음 7 : 24 ~ 27 )

나의 친할머니는 10대에 결혼했고, 엄마는 20대, 나는 30대에 결혼 했으니 3대에 걸쳐 결혼 시기가 10년씩 뒤로 후진하고 있었습니다. 언제가 결혼 적령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가 젊었을 때에는20대 중,후반에는 결혼을 해야 정상적으로 인식되었던 터라 대학 졸업과 동시에 은근히 결혼에 대한 압박이 밀려왔었지요. 솔직히 겉으로 표현은 안해도 30이 가까이 되자 나 스스로는 정말 부담감이 있었답니다.

결국 30살이 넘어도 내 님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으니 이대로 가다간 결혼도 못해보고 죽나 싶어 지금보면 꽃 같은 나이를 우중충한 마음으로 보내고 말았습니다. 솔직히 결혼에 대해 하나님께 매달려 본적도 없었기에 하나님 탓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30대에도 결혼 하지 않은 처자들이 수두룩하니 이제는 결혼 적령기가 30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세상에 고정 관념들이 변할 줄 알았다면 나의 그 꽃 같은 나이를 우중충한 마음으로 보낼 필요가 없었는데 ...  나는 살짝 후회가 들었습니다.

갑자기 그때 나를 지금 내가 만날 수 있다면, 밤을 새서라도 결혼에 대한 솔직하고도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그 때의 내가 결혼에 대한 환상을 깰지도 모른지만 결혼은 그런 것이니 불행해하지 말고 그 시기를 행복하게 누려도 좋다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단언하건데 그런일이 가능했더라도 잠시는 몰라도 나는 또다시 결혼을 찾아 헤매고 있을 것입니다. 내가 직접적으로 느끼지 않은 고통에 대해서는 백번 말해도 모르는 법이니까요. 또 결혼 생활에 어떤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하더라도 그것쯤이야 나는 신앙으로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는 나를 보며 조언해 준 지금의 내가 무안해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니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할 것도 없습니다. 결혼 하지 않은 친구들에게도 똑같은 반응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들이 행복해하지 않는 이유는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결혼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하튼 나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결혼?이란 것을 선택해 살고 있습니다. 순간의 선택이 십년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본 결과 결혼의 성공은 누구와 결혼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상황 속에서 순간순간 내 마음을 어떻게 선택할 것이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하게도 그것을 깨닫게 해주신 분은 내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결혼과 동시에 때론 나의 인생이 불공평해진 것 같은 때도 많았지만 그 고통 속에서 얻은 하나님과의 친밀함과 지혜는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지요.

결혼을 하고 가정이란 것을 만들어 나갈 때 모두들 사랑과 믿음이 넘치는 가정을 꿈꾸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가정을 꿈꾸면서 집의 주초를 모래 위에 놓는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아마 모두들 자신들이 믿는 것이 튼튼한 반석이라고 믿고 집을 지을거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믿고 있는 반석이 건강이거나 자녀들 혹 경제적인 탄탄함이거나 세상적인 성공이진 않는지요. 다행이도 나는 결혼 한 후에 그런 것들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덜 믿음직스런 반석이란 것을 진심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창세 전부터 변하지 않는 반석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밖에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아직 나는 집을 완성하지는 못했습니다. 열심히 짓고 있는 중이지요. 도중에 비바람과 폭풍우가 몰려올 때는 무지 흔들릴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가고 나면 깨닫는 것이 있었습니다. 우리 집 기초를 놓은 곳이 반석 위였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렇게 우리의 결혼 생활이 수 많은 좌충우돌을 겪을지라도 말씀의 반석 위에 서 있기만 하면 흔들릴 수는 있더라도 뿌리 채 뽑혀지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반석 위에 집을 세워 보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