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슈퍼우먼이 되야하는 인생

여자에게 이르시되 내가 네게 임신하는 고통을 크게 더하리니 네가 수고하고 자식을 낳을 것이며 너는 남편을 원하고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니라.  ( 창세기 3 : 16 )

결혼 당시 엄마는 신랑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결혼하면 다 하는 것이 살림이기에 그때가서 고생하라고 굳이 가르치지 않았네.“  다른 것은 다 강하게 키우셨는데 유독 살림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취약하게 키우셨던 엄마셨습니다. 물론 그것을 배울만한 마음이 전혀 없었던 딸이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그런데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공주로 살기에는 내가 해야할 잡다한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많이 도와주리라 믿었던 남편이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여자들이 결혼함과 동시에 공주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면, 왜 부모님들이 자녀들이 부모 밑에 있을 때 그런 교육을 가르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공주가 아닌 슈퍼우먼이 될 준비를 가르쳐야 했습니다.

나에게도 아직 어린 아들과 딸이 있습니다. 별일이 없다면 내 아들은 남편이 될 것이요, 우리 딸은 아내가 될 것입니다. 아마도 1% 부자와 결혼하지 않는다면 공주로 남게 될 확률은 거의 없겠지요. 그렇다면 우리아이들을 지금부터라도 하녀 역할도 되보게 하고, 청소부 역할도 되보게 하고, 수리공, 요리사, 베이비 시터…. 로 훈련시켜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역할에도 견뎌 낼 수 있는 슈퍼맨과 같은 남편과 슈퍼우먼과 같은 아내가 될 아이들을 상상하면서 말입니다.

눈치채셨겠지만, 나는 결혼 할 때 정말 요리를 할 줄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가씨 때, 으깬 딸기에 우유를 넣은 ‘ 딸기우유’를 즐겨 마셨는데 신랑은 그것만 해줘도 상관없으니 결혼하자고 했습니다. 그 말을 믿은 내가 너무 순진했었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 말은 순 거짓말이라는 것을 결혼 후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니 솔직히 나와 아이도 딸기 우유만 먹고 살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무엇을 믿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렇게 결혼을 했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엄마의 말처럼 결혼하면 다 하는 것이 살림이었기에 이제는 척척 해내는 요리도 꽤 있고 나름대로 살림 요령도 생겼습니다. 정말 몸으로 부딪쳐가며 많은 실패를 경험한 후에 얻어낸 것들입니다.

또 결혼해서 처음 몇 달은 세탁기도 못돌리는 나를 위해 신랑이 잘 도와줬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지금까지 신랑이 세탁기 근처에 갈 일은 빨래감을 던질 때 뿐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나는 세탁기를 돌리고 있습니다. 결국 시대가 변하여 여자의 인권이 많이 올라왔다고는 하나 여전히 살림과 여자 인권과는 상관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하나님께서 여자에게 주신 숙명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전까지 이브로 인해 여자가 받은 벌은 아이를 낳을 때 심한 고통을 느끼는 것만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결혼 후에 창세기 3장 16절의 말씀은 조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그것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육아 전반의 일과 남편을 섬기는 모든 일이 하나님께서 여자들에게 내린 벌이자 맡겨 준 사명과 같은 일임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분명 그것은 벌이기에 짊어지고 가기엔 때로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왜 아이들에게 벌을 주는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디 맞 좀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벌을 통하여 잘못한 것이 무엇인가 깨닫고 엄마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하나님도 벌을 통해 남, 녀의 해야할 일을 분명히 구분해주셨고, 그 속에서 하나님의 참 뜻을 발견하길 원하셨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참 뜻을 알게되니 내가 감당해야하는 육아와 살림이 매일 하나님을 만나게 해주는 통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신 한가지 엄청난 소망을 붙들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비록 이 세상은 나를 슈퍼우먼으로 살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나중에 하늘 나라에서 만큼은 분명 손에 물 안묻히고 살 수 있는 공주가 되있을거란 소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