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세번 결혼하는 여자

 

창조 때로부터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지으셨으니 이러므로 사람이 그 부모를 떠나서 그 둘이 한 몸이 될지니라. 이러한즉 이제 둘이 아니요 한 몸이니 그러므로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 하시더라. ( 마가복음 10 : 6 ~ 9 )

 

교회 드라마팀을 위해 몇번 짧은 각본을 쓴 것을 계기로 이참에 드라마를 보면서 공부 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사의 분위기, 인물 구성, 각본의 흐름, 갈등 구조 등등… 때마침 유명한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세번 결혼하는 여자 ‘ 제목만 봐도 어떤 팔자의 여자를 세번씩이나 결혼을 시키며 이야기를 전개할런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역시 공부하는 마음으로 봐서인지 몇 회 지나지 않아 몰입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선남 선녀의 달달한 로맨스도 아닌 그냥 일상적인 삶을 자연스럽게 그린 내용이기에 더욱 공감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역시 명성답게 김수현 작가는 모든 등장 인물들의 성격과 배경형성에 대한 풀이가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개시키고 있었습니다.

 

문득 내가 이렇게 몰입하며 각 캐릭터의 삶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이유에는 나름 어느정도 산전수전을 겪고온 나의 나이만큼 내 마음도 깊어진 탓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경험했던 다양한 고통의 순간들은 지나고보니 오히려 나에게 풍부한 감정을 가지게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고통이 아니더라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남편과 때론 티격태격하며 살다보니 결코 어느 누구의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았을 때 이해못할 삶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모든 일은 한 순간에 벌어지기도 하지만 그것이 벌어지기까지 세월이 흐른만큼 쌓여지다 드러나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수 년전에 탈랜트 옥모씨와 박모씨 부부는 진흙탕 싸움을 하며 이혼을 했습니다. 여자의 바람이 이혼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나는 그 여자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 처럼 나마저 돌을 던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단지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만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누구라도 똑같은 상황에 놓여있다면 그런 상황에 휩쓸리지 않을거란 보장을 누가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지금 보고 있는 드라마 상의 여주인공은 아직 세번째 결혼에 이르지는 않았습니다. 두번째 이혼을 결심하고 확고하게 밀어부치고 있는 중입니다. 객관적으로 그 남편의 마음을 알고 있는 시청자의 입장으로는 그냥 살아도 되겠다고 조언해주고 싶을 뿐입니다. 남편은 실수를 했지만 분명 아내를 사랑하고 있고 더우기 뱃속에 아이까지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여주인공은 끝내 자신의 자존심을 내려놓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번째 결혼 상대가 전 남편이 될런지 모르겠으나 보아하니 지긋지긋하게 느껴질 만한 결혼을 세번이나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주인공은 여자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마음보다도 자신의 행복을 남자에게 의지하고픈 마음이 더 큰 보통 여자였던 것이지요.

 

문득 예수님이 만나주신 남편을 6번이나 바꿨던 사마리아 여자가 생각났습니다. 그 여자도 잘못이 있다면 첫 남편에게 기대한 것 만큼 행복하지 않았기에 계속해서 또 다른 남편을 만나 희망을 가졌던 것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 여자가 얻게된 것은 5번 이혼녀에 지금은 한 남자의 동거녀라는 주홍글씨였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본문을 최근 다시 묵상하면서 내 자신이 사마리아 여인과 다르지 않음을 보게되었습니다. 내가 남편과 싸울 때, 꼴도보기 싫은 남편을 향해 얼마나 많은 독설과 이혼을 생각했는지 사마리아 여인보다 낫을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사마리아 여인은 자신의 감정에게 솔직했으며 그 생각을 실천한것 뿐이였고 나는 실천하지 못한것 차이였습니다. 결코 내가 그 여자들과 달리 정숙하거나 이기적이지 않아서가 아니였습니다. 다만 위에 두 여자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이혼을 감행하기도 전에 주님의 음성이 들렸다는 것 뿐이였습니다.

 

최근에 우리 가정을 살렸던 감사한 음성은 이혼을 생각하기 몇 주전에 말라기서를 묵상할 때 듣게 되었습니다. 나의 의지로 맺어진 결혼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증인이 되셨다는 말씀이었습니다. 2장 속의 그 말씀이 어찌나 크게 보이던지 내 머리 속에 계속해서 떠올랐고, 얼마 뒤에 벌어진 부부 싸움 끝에 딱 헤어졌으면 좋겠는 그 시점에도 끊임없이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 말씀 덕분에 나는 이혼이란 건 상상속에서만 진행하는 것으로 하고 내 인생의 시나리오에서는 한번만 결혼하는 여자로 쓰여지길 소망하며 싸움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합니다.

 

' 너와 네가 어려서 맞이한 아내 사이에 여호와께서 증인이 되셨다. 그는 네 짝이요 너와 서약한 아내로되, 하나님은 영이 충만하시나 오직 하나를 만들지 아니하셨느냐 어찌하여 하나만 만드셨느냐 이는 경건한 자손을 얻고자 하심이라.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가 이르노니 나는 이혼하는 것과 옷으로 학대를 가리는 자를 미워하노라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 ' ( 말라기 2 : 14 ~ 16 )   

 

--> 8번 결혼했다는 엘리자베스 테일러 전성기 때의 모습입니다. 갑자기 이보다 결혼을 더 많이한 여자가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찾아보면 있을 수도 있다지만 저는 8번 결혼이란 말에도 숨이 차오르네요. 만약 두번 할 기회가 생긴다면 절대 결혼식은 하지 않을꺼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그런 거쳐야하는 예식들이 부담스러웠지요. 그런데 그런 결혼을 어찌 8번이나 반복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하지만 내가 만약 저렇게 예뻤다면, 만약 저렇게 세계적인 스타였다면,  남자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따라 붙었다면, 그래서 멋진 남자들 중에 내가 고르기만 하면 된다면, 여러번 이혼했다고 해도 상관없다고 결혼만 하자고 한다면...? 만약 그랬다면 나도 어떻게 되었을지 나도 모르지요. 그러니 어찌 저 인생을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냥 평범하게 태어나 하나님 믿고 살고있는 것에 감사할 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