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아내의 믿음이 자랄수록…

 

믿지 아니하는 남편이 아내로 인하여 거룩하게 되고 믿지 아니하는 아내가 남편으로 인하여 거룩하게 되나니 그렇지 아니하면 너희 자녀도 깨끗지 못하니라. 그러나 이제 거룩하니라. ( 고린도 전서 7 : 14 )

 

 

분명한 것은 나의 믿음이 처녀 때보다도 결혼 한 후에, 한국에 있었을 때보다도 미국에 온 후에 더 자라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매일같이 하나님과 대화하며 그분과의 교제하는 것이 행복했고 감사했지만 한편으로 남편과 신앙적인  간격이 점점 벌어지는 것만 같아 걱정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도 믿는 아내를 만나 조금씩 따라와주었던 덕에 처음 만났던 10년 전에 비교한다면 한참이나 앞으로 달려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가 한발짝 달려가면 나는 두발짝 앞서가고, 그가 두발짝 달려가면 나는 네발짝 앞서갔기에 우리의 간격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우리 부부는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재밌게 궁짝이 잘 맞다가도 신앙적인 이야기로 흘러가게 되면 조금 불안해집니다. 왜냐하면 조금씩 의견이 맞지 않아 삐걱거리는 부분이 반드시 나오기 때문이지요. 원래 내 목소리가 큰 탓도 있겠지만 어쩔때는 신랑의 불경(?)스런 발언에 목소리가 한껏 올라가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남편이 만난 하나님은 내가 만난 하나님과 왜이리 틀려보이는지요. 한 침대 안에 있지만 서로 다른 동상이몽을 꿈꾸는 것같이 언제나 신앙 이야기 앞에서는 둘의 언어가 다른 곳을 향해있습니다.

 

신앙적인 비젼이 같아 한곳을 바라보는 부부가 되면 어떨까 늘 상상하곤 합니다. 부부의 대화가 하나님으로 더욱 풍성하여 하루의 일과 속에 받았던 은혜를 나누고, 둘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하나님의 선을 모색한다면 얼마나 부부의 사랑이 더 깊어질까 생각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오히려 둘다 믿음이 없던지, 둘다 미지근 하던지, 이도 저도 아니면 둘다 뜨겁던지 남 녀의 신앙의 온도가 같으면 차라리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나의 마음을 표현해 본 적은 없습니다. 잘못 이야기했다가는 그나마 좁힌 간격이 혹시 더 멀어질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아주 가끔 그는 내가 자신을 신앙적으로 어린아이 보는듯 한다고 불평을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때마다 난 절대 아니라고 말을 하지만 어쩌면 그런 티가 날 수도 있었겠다 싶어 조금 찔리기도 했습니다. 정말 때론 남편이 생각처럼 신앙이 자라지 않는 것에 막 화가 날 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앙이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주면 좋으련만 가랑비에 옷젖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정말 성령이 벼락같이 남편 머리에 내리칠 때는 정녕 없는 것일까 내심 기다리며 간구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초초함에 사로잡힐 때면 으례 하나님은 나에게 깨달음을 주십니다. 벼락같은 성령님이 강림하시길 바라다가도 그런 기도가 얼마나 하나님을 깡패 취급하고 있는 것인지 알게해주셨습니다. 마음의 문을 열때까지 밖에서 두드리고 계시는 주님은 우리가 열때까지 절대로 깡패처럼 문을 부수고 우리의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 분이신데… 나를 만나주실 때도 정말 인격적으로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으로 다가와주셨는데 왜 남편에게는 그런 기도를 하고 있었는지 오히려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남편을 바라보면 그도 하나님의 자녀라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조금씩 가랑비 젖듯 여하튼 그도 훈련을 통해 신앙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또다시 남편의 엉뚱한 발언을 듣게 될 때면 평온했던 나의 마음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 혹 그가 하나님의 자녀가 아닌거 아냐? 저러다 영영 성령을 거스르면 어쩌나... ‘

 

이런 나에게 하나님은 이번엔 그의 성품을 바라보게 하셨습니다. 사람들을 편하게 대해주는 남편 주위에는 따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또 교회에서 훈련과정의 모든 사역을 잘 감당하는 남편의 모습도 생각해보았지요. 물론 그것은 신앙적인 열정이라기 보다는 같이 훈련받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중히 여기는 그의 기질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사람과의 관계가 좋고 인격이 잘 형성된 사람이 제대로 신앙을 갖게 된다면 훨씬 하나님의 일을 훌륭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사람들 만나는 것을 싫어하는 나보다도 훨씬 쓰임 받기에 좋은 인격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줏대없이 나는 또다시 남편에 대해 희망을 가져봅니다. 다만 아직 그의 이성과 습관이 신앙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에 잠시 걸림돌이 되고 있을 뿐이라고 스스로 위로했습니다.

 

오늘 그 동안의 나의 이런 답답한 마음을 주제로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먼저 어제 읽은 성경을 이어 읽는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고린도전서 7장 14절에 내 눈이 고정이 되었는데 그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의 말씀이라는 확신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 말씀은 아직도 남편의 구원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나에게 정답으로 알려주신 것이었습니다. 이제 나는 이 구절을 붙잡으려 합니다.

 

‘ 나의 남편과 자녀들은 이미 하나님의 거룩한 자녀이고, 그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임을 믿겠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아멘. ‘ 

 

 

--> 예의바르신? 예수님. 언제나 열어줄 때까지 문 밖에 서서 두드리고 계신 예수님. 인격적으로 대하시길 원하시는 예수님. 근데 언제 한번쯤은 그냥 울 신랑 마음에 무단침입해주시면 안되나요? ^^ 눈감아 드릴테니...   휘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