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정리하며 살기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 창세기 1 : 2 )

고국 방문을 끝내고 미국으로 돌아올때 무슨 짐들이 그렇게 많이 늘었는지 가능한 가방 숫자만큼 가득가득안고 입국을 했습니다. 일적으로 쓸 물건을 구입한 것 외엔 여기저기에서 받은 옷들과 예전에 쓰던 물건들까지 더해지면서 점점 불어났던 것입니다. 집 공간은 한정되있는데 짐은 6개나 늘었으니 무엇인가를 버리지 않으면 채워넣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아이들이 언제 찾을지 몰라 버릴 수 없었던 장난감들, 혹 반품할 지 몰라 버리지 못했던 상자들, 정착하기 전 대충 살자고 샀던 물건들까지 버리기 아까워서 어디엔가 재어놓고 살았던 터라 집안이 물건들로 넘쳐나고 있던 상황이었지요. 그래서 뭔가 구질거리는 것들로 꽉차있는 이 느낌을 과감히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도 사실 수년째였습니다. 드디어 팔을 걷어부쳐야 할 여러가지 이유가 생긴것입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어두움으로 가득차 있을 때 뭔가 질서정연한 작업을 하기위해 팔을 걷어부치셨던 것과 같이 말입니다. 창세기를 생각할 때면 창조의 하나님의 모습을 주로 연상하게 됩니다. 특히 창조의 과정이 묘사된 1장을 잘 살펴보면 계속해서 무엇을 나누고 모으고 또 그 속에서 새로운 것들을 나오게하시는 모습의 하나님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모습은 마치 어지러져있는 집안을 쓸고 닦아 버릴것과 쓸것들을 나누고 모으는 주부와 같이 Organize ( 정리정돈 )를 잘하는 하나님의 모습으로 연상되었습니다.

가끔 티비를 보면 일본 주부 중 좁은 공간마다 아이디어를 내서 정리정돈을 잘하는 분이 나오는 것을 봅니다. 대부분의 주부들이 그렇게까지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분들이 이슈가 되어 나오는 것이겠지요. 사실 매일같이 바쁜 일상을 살다보니 보이지 않는 곳까지 정리를 잘하며 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끔 대청소를 하게 될 때면 그 때마다 나는 정리정돈을 잘하시는 하나님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고 체면을 걸며 청소를 하곤 합니다. 모든 좋은 것들은 하나님께로부터 배우지 않으면 안되는 법이지요.  

미국에 와서 돈을 받고 집안 가구 배치를 도와드렸던 적이 몇 번있었습니다. 새로 무엇인가를 사지 않아도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있어야할 곳에 알맞게 놓는 것만으로도 집안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보고 손님들은 만족해했습니다. 칼라와 스타일을 맞추는 것을 염두해두면 훨씬 통일된 인테리어를 보여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집안을 들여다보면 너무 많은 물건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아닌 문제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많은 물건을 다 적절한 곳에 배치할 만한 큰집이거나 그 물건들을 하나의 일관된 컨셉에 맞게 구입한 것이 아니라면 사실 집을 아름답게 꾸미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과감한 정리정돈입니다. 그러나 이런거 저런거 다 알고 있는 나도 그동안 버리지 못하고 많은 물건들을 껴안고 살았으니 할말이 없습니다.

여하튼 생각과 동시에 나는 과감한 정리정돈을 가족들에게 선포하였습니다. 정리할 물건을 사진 찍어 세일 방에 올려놓았습니다. 겨우 몇 불이지만 쓰던 물건들을 파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훌륭한 교육이 되었을 것입니다. 비싼 옷들이라 차마 버리지 못했던, 그러나 입지않는 옷들도 과감히 선교 물건으로 보내버렸습니다. 그 결과 아이들 방의 빈 공간이 두배로 커졌습니다. 이제 방에서 할 수 없었던 과감한 놀이도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니 하나님께서 정리정돈을 하신 목적도 우리 인간들이 기쁨으로 누릴 수 있게 하심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러니 주부들이 늘 부지런히 집안을 정리정돈해야하는 이유가 가족의 기쁨을 위한 선한 일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공허하고 흑암중에 있던 때보다 질서정연하여 무엇인가 놓여질 곳에 아름답게 놓여진 상태를 더 좋아한다고 확신합니다. 지구가 점점 정리되어 갈때마다 ‘ It’s good! ‘ 을 외치시는 것을 보면 알수 있습니다. 방치한 가든보다는 주인의 손길로 정리된 가든이 더 좋다고 느끼는 우리의 본능을 보아도 알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짐 정리를 하면서 조금 깔끔해진 아이들 방을 보니 엄마로서 조금 큰 소망이 생겼습니다. 이제 몇년 뒤에는 각자의 방에서 공부를 하고 싶어할 독립을 원하는 아이들을 위해 방을 꾸며주고 싶은 소망말입니다. 슬쩍 엄마의 꿈을 이야기하니 벌써부터 딸은 흥분해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일이어야만 이루어질텐데 상황도 모르고 딸녀석은 할머니한테 전화를 걸어 조금있다 엄마가 자기 방을 고쳐줄 것이며 예쁜 이불도 해준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미 없던 말까지 부풀려져 꿈꾸고 있으니 조금 고민이 되긴 합니다. 휴~

 

--> 다행히 짐정리하는 그 주에 선교용 물품을 컨테이너 양만큼 도네이션받는다는 교회 광고가 나왔습니다. 사사로운 곳까지 하나님의 도우심이 느껴집니다. 덕분에 이만큼의 몇배의 짐들을 정리할 수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