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자구 드라마 각본은 자꾸 쓰게되는건지...ㅎㅎㅎ 남편과 대화 중, 섬광처럼 지나가는 스토리 하나가 있어 잊어버리기 전에 후다닥 적었습니다. ^^ 아주 짧은 모도드라마 형식의 글입니다.  혹 이 글을 읽는 중에 교회에서 각본이 필요한 누군가가 계시다면 이 글을 쓰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은 그냥 왔다 그냥가는 삶이 아니란 메세지를 던져주는 스토리입니다. 답을 다 제시하기보다는 질문을 던져주고 생각하게 하는 스토리이지요.

* 어느 토기장이의 물음

*   주인공 : 노년이 된 토기장이, 예수님 ( 음성 )

나이가 들어 이제 도자기 굽는 일을 그만두려고 하는 어느 토기장이의 독백이 시작됩니다.  도예가답게 앞치마와 머리에 두건같은 것을 두르고 있습니다. 방에는 이런 저런 도자기들이 전시되 있고 테이블 위에는 마시기 위해 갔다놓은 커피 한잔이 있습니다.

토기장이 : ( 깊은 한숨을 내쉰다. ) 휴~~  이제 나도 더이상 도자기 굽는 일은 못할 것 같아. 도자기 만든지 언 50년은 족히 됬지. 눈도 잘 안보이고 허리도 많이 아프니 원. 이제 뭐 그만할 때도 됬지.

(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잔을 들며 그 커피잔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 이 녀석 만들때가 생각이 나는 군. 밤 늦게 혼자 작업하며 외로움을 달래줄 멋진 커피잔 하나를 만들어보자 하며 만든건데… 벌써 니가 나와 함께 한지도 한 십년이 넘었구나…   

( 슬쩍 눈물이 핑돌면서 코를 훌쩍인다. 감추려는 듯 휴지 한장을 뽑아든다. ) 아니, 청승맞게 왠 눈물이 나오는거야.

( 코를 풀고 휴지를 휴지통에 던진다. ) 그러고보니 저것도 쓰레기통으로 만들어서 오랬동안 나와 함께 있어줬네.. 

( 주위에 자신이 만든 작품들을 쭉 둘러본다 ) 그래 , 그동안 참 많은 것들을 만들긴 했군. 하나같이 귀하지 않은 게 없고 오늘보니 만들었던 때가 새삼스럽게 기억이 나네.

( 잠시 생각한다. ) 하물며 움직이지도 못하는 이것들도 다 만든 때가 있고 용도가 있는데… 허~ 참.. 나란 사람은 이 나이가 되기까지 아직도 왜 이 땅에 왔고 또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으니 인생이 허무하구만...

예수님 : ( 어디선가 목소리만 들려옵니다. ) 그 문제를 드디어 생각하게 되었군요.

토기장이 : ( 놀라지도 않고 대답합니다. ) 그러게 말입니다. 젊었을 때는 주문 들어오는거 만들랴 작품 구상하랴… 그런거는 누가 물어봐도 생각할 틈이 없었죠.

예수님 : 그래도 지금이라도 생각해주니 다행이구려.

토기장이 : ( 주위를 살피며.. ) 아니 누군데, 아까부터 나한테 말을 걸어오시는 거요?

예수님 : 나도 당신처럼 한때 토기장이로 명성을 날렸던 자였기에 당신 목소리에 귀를 기울었던 것 뿐입니다.

토기장이 : ( 좀 놀라며… ) 아… 그래요? 반갑습니다. 그럼 이 바닥에 내가 모르는 토기장이가 없는데 누구요?

예수님 : 아… 알파와 오메가로 활동했습니다.

토기장이 : 알파와 오메가?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 갸우뚱 한다. ) 아무튼 그럼 뭐, 제가 알만한 대표작이라도 있습니까?

예수님 : 아… 네…아담이라고….

토기장이 : ( 비웃는 표정으로 혼자 중얼거린다. ) 개나 소나 아담을 붙이니 알수가 있나.

예수님 : ( 계속 말을 이어간다. ) 그것은 저의 최대의 걸작품입니다. 저의 모습을 본따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지요. 그 밖에 저는 많은 동물들과 식물들도 만든 토기장이기도 합니다. 제 작품들이 걸작인 이유는 자기와 닮은 생명을 계속해서 탄생시킨다는 것입니다.

토기장이 : ( 뭔가 수상함을 느낀 토기장이는 말을 가로막는다. ) 아니, 잠깐 잠깐…. 듣자하니 당신이 마치 예수쟁이들이 믿는 그 신이라도 되는 것 같이 말을 합니다?

예수님 : 눈치채셨군요. 네, 맞습니다. 

토기장이 : 아니, 이왕 이렇게 된거 그럼 한가지 물어보겠소. 흙으로 동물들과 사람을 만들었다는데 그럼 인간이 동물과 다를게 뭐가있소. 이 세상 왔다가 가면 그만이지.

예수님 : 그들에게 생명이 있다는 것은 같지만 인간에게는 특별한 것을 그 안에 심어주었습니다. ‘내가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물음을 언젠가는 스스로 한번은 물을 수 있게 영혼을 넣어주었지요.

토기장이 : ( 어느샌가 무척 진지한 표정이다. ) 그럼 아까 내가 물었던 이 질문이 당신이 내 안에 영혼을 넣어주었기 때문이란 소립니까?

예수님 : 맞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창조주를 만나기 전까지 자신의 가는 길을 진정 알 수가 없지요.

토기장이 : 아니, 그럼 나를 만나주시던가… 만나주시지도 않고 어떻게 내가 만날 수 있답니까?

예수님 : 나는 언제나 당신의 문 앞에서 당신이 문을 열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럼 이제라도 나를 만날 의향은 있는 것인가요?

토기장이 : 까짓것, 이제 할 일도 없을 것 같은데 누구 만나주는 일이 뭐 어렵겠습니까?

( 그때 갑자기 똑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깜짝 놀란 토기장이가 소리친다. )

토기장이 : ( 조금 신경질적으로 ) 이 밤에 대체 누가 남의 대문을 두드리는 거요?

예수님 : 접니다. 이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시나요? 오늘 밤 저와 만나주시겠어요?

( 놀란 토기장이가 문을 열어주기 위해 달려간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