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꿈과 사명 사이에서

우리 각 사람이 이웃을 기쁘게 하되 선을 이루고 덕을 세우도록 할지니라.  ( 로마서  15:2 )

말씀을 주제로 글을 쓰는 일은 꽤나 매력적이었습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그렇게도 좋아하는 바느질을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을 정도로 말입니다. 한번도 써본 적 없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매일같이 칼을 갈아야 한다면서 성경 관련 글들을 다양한 장르로 쓰며 연습했습니다. 언젠가는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기쁨에 차 있었습니다.

그 중에 어린이 요한복음도 있었고, 자녀와 함께하는 창세기 가정예배 교제도 있었으며, 창작 단편소설, 수 많은 동화글, 그리고 이 칼럼도 그 때 탄생된 것 중에 하나이지요. 또한 전도하고픈 자매와 성경공부를 하기 위하여 요한 복음 교제도 쓴 적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만날 수 있도록 매 한절마다 문제를 내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 한절 성경공부- 요한복음 편 ‘ 이라고 붙였지요. 한 사람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나에게 영적으로 풍성한 시간들이었기 때문에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말씀과 기도, 전도로 이어지는 누가봐도 하나님의 일을 하는 듯한 3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2013년이 되자 한쪽으로 밀어놓았던 내 바느질 도구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썰물처럼 쏴~악 사라진 어떤 마음이 마치 밀물처럼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 하나님 다음으로 바느질을 사랑합니다.’ ‘ 바느질 없는 세상은 앙꼬없는 찐빵과 같습니다. ‘ 라고 외쳐댔던 나의 바느질을 향한 열정이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중단했던 바느질 클래스를 오픈했습니다. 

그런데 갈등이 되었습니다. ‘ 과연 바느질하는 일이 지난 3년의 일보다 더 가치있는 일일까? ‘ 하는 질문이 계속해서 들었던 것입니다. ‘ 내가 계속 바느질에 대한 꿈을 키우는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어떠할까? ‘ ‘ 혹시 때가 악한 이 세대에 쓸데없는 것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그런 갈등 속에 바느질 클래스는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용돈벌이는 해야만 했으니까요.

올 늦 봄, 로마서 15장을 읽고 있었습니다. ‘ 믿음이 강한 우리는 마땅히 믿음이 약한 자의 약점을 담당하고 자기를 기쁘게 하지 아니할 것이라. 우리 각 사람이 이웃을 기쁘게 하되 선을 이루고 덕을 세우도록 할지니라…… ‘ 평소에는 넘어갈 수 있었던 말씀이었는데 유독 그 날은 ‘ 이웃을 기쁘게 하라! ‘는 말씀이 크게 들어왔습니다. 이상한 것은 그 뒤로 지금까지 끝임없이 내 머리 속에 ‘ 이웃의 기쁨이 되라! ‘ 는 말씀이 되뇌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바느질 클라스가 끝날 때 쯤, 자신들이 만든 소품들을 보며 함박 웃음을 짓는 주부들의 얼굴들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마치 도를 깨달은 양 기뻤습니다. ‘ 그렇구나, 내가 이웃의 기쁨이 되어 선을 이루고 덕을 세우는 방법으로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달란트는 바느질이었구나!  ‘ 바느질로 하나님의 선의 통로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나에게 그토록 독특한 재능과 바느질을 향한 열정을 주셨음이 진정 깨달아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단순한 진리를 멀리 돌고 돌아서 나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바느질을 계속해도 되는지에 대한 물음에 명쾌한 답을 얻게 되자 달라진 것이 있었습니다. 올해로 햇수로 4년째 진행하고 있는 바느질 클래스에 대한 나의 마음 자세입니다. 한국에서 화려했던 디자이너의 생활을 생각했을 때, 집에서 주부 몇 명에게 바느질을 가르치고 있는 바느질 선생님이란 타이틀은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최선을 다해 가르쳤지만, 늘 마음 속으로는 나는 이 일을 할 사람은 아닌데 본격적으로 일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일은 내가 해야할 일이고, 나는 이 일을 할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 일을 충실히 잘 감당한다면 언젠가 주님께서 더 큰것으로 맡겨주실 거란 믿음이 더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언제일지 모를 그 날을 위해 더욱더 바느질과 패턴을 연구하고 창작해야 할 의욕이 생겨난 것입니다. 내가 행복해하는 일을 더 열심히 해야할 이유가 생겼지요. 몇주 전, 때마침 교회에서 문화 사역원이 생겼다며 다양한 예체능에 소질있으신 성도들의 지원을 바란다는 광고가 있었습니다. 예배가 끝나자마다 한걸음에 달려가 싸인을 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잡혀있지 않았지만 문화 사역원의 목적은 전도라고 합니다. 바로 제가 꿈꾸는 목적과 같았습니다. 꿈과 사역은 다른 말인 줄 알았는데, 생각이 바뀌고 나니 하나님이 주신 꿈과 사역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