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5 달란트 받은 나?

오랜 후에 그 종들의 주인이 돌아와 그들과 결산할새, 다섯 달란트 받았던 자는 다섯 달란트를 더 가지고 와서 이르되 주인이여 내게 다섯 달란트를 주셨는데 보소서 내가 또 다섯 달란트를 남겼나이다. 그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 마태복음 25 : 19 ~ 21 )

늘 꿈을 꾸고 있는 나를 남들은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또 늘상 새로운 것을 만들고 있는 나에게 재주가 좋은 사람이라고도 말을 해줍니다. 분위기가 그렇다보니 어느날 나는 내 자신에게‘ 맞다, 나는 5달란트 받은 사람이구나.‘ 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들려주신 달란트 비유에 나오는 5 달란트 받은 사람 말입니다.

5달란트를 받았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계수하실 날까지 10달란트를 남겨야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지만, 그만큼 나에게 주신 재능이 많다는 의미이기에 감사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하나님의 선을 이루는 통로로 쓰임받는다는 거룩한 사명을 깨닫게 되면서 나는 더욱 5달란트 받은 자로서의 삶을 살것을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다행인것은 내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일은 부담감보다는 기쁨이 앞섰기에 피곤을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둔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 아이들이 자고 난 뒤, 새벽 1, 2시까지 꾸벅거려지는 고개를 간신히 이겨내며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시험을 앞둔 수험생 마냥 나는 그렇게 잠을 쫒았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몸에 이상 신호가 생겼습니다. 등과 머리에 쥐가 나고, 눈은 시려워 뜰 수가 없고, 심장은 두근거리는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도저히 그 현상때문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낮 생활이 힘들었습니다. 결국 40이 넘은 내 나이 탓을 하게 되면서 젊음에서 늙음으로 가고 있음에 서글퍼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내 남편이 사랑하는 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우스게 소리인지, 남편은 ‘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 ‘ 란 시편 127편의 말씀이 가장 좋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그는 잠깐의 여유만 있으면 잠을 청합니다. 어쩜 저런 상황에서도 잠이 올까싶은 상황에서도 잠을 잘 잡니다. 그에 비해 나는 잠자는 시간이 아까와 낮 잠을 거의 자 본적이 없습니다. 너무 자고 싶어도 일할 시간이 없어지는 것 같아 자지못합니다. 또 내가 생각했던 그 일을 하고 싶어 빨리 아침을 맞고 싶은 생각에 잠을 잘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우리 부부는 잠에 대한 습관과 견해가 전혀 틀립니다. 그러니 평소에 5달란트 받은 것 같다고 생각하는 내가 남편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을까요?

그런데 온몸에 쥐가 나며 괴롭게 되자, 나는 문득 그 잠이란 것을 푹 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주 정도, 식구들 잘 때 잠을 청했더니 정말 신기하게도 그 현상이 조금씩 없어지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더이상 나는 청춘이 아니라는 사실과 잠을 잘 자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기본 진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성경의 달란트 비유에서 2달란트와 1달란트 받은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이 비유는 하나님은 분명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재능을 주시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10달란트의 이윤을 남기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각자에게 나누어 준 재능의 두배만을 요구하실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하나님도 요구하지 않는 것을 그동안 내 기준으로 열심이지 못한 다른 사람들을 평가해왔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내 눈에 열심이지 않은 사람들은 실상 1달란트 받은 사람일 수 있는데, 그래서 2달란트만 남겨도 10달란트 남긴 사람과 동등한 칭찬을 받게 될터인데 말입니다.       

문득 어쩌면 내가 2달란트 받은 사람은 아니였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4달란트만 남겨도 칭찬하실텐데, 혹시 내가 착각에 빠져 어떤 영웅심리로 잔다르크 마냥 칼을 뽑고 달려가고 있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자신의 직장에서 17년 째, 성실히 일하는 남편이 어쩌면 두배를 남겨할 부분을 정확히 알고있는 사람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자는 잠은 정말 하나님이 사랑하는 자에게 주시는 상으로써 꿀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깊은 잠 덕에 남편은 결혼 생활 10년 동안 감기 한번걸리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것저것 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잠안자고 아둥바둥거리는 나보다 어쩌면 남편이 속편한 인생같아 보였습니다.

오늘도 칼럼을 써야한다며 나는 또 새벽 2시을 넘기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습니다. 주님의 칭찬을 받겠다고 이러고 있으니 2달란트짜리가 5달란트짜리로 착각한다 하더라도 혼나지는 않겠지요. 갑자기 나를 조금은 토닥거려주고 싶어졌습니다.

 ‘ 그래… 잘하고 있어! 그런데 너무 너의 몸을 혹사시키지 않아도 돼. 가끔은 남편처럼 잠을 즐겨도 좋아. 알았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