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너 같은 딸 낳아 한번 키워봐라!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 (에베소서 6 : 4 )

우리 아들이 한 3살 때, 나는 아들이 하려는 것들을 못하게 하며 이런저런 말들을 늘어놓고 있었습니다. 그 때 아들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 아... 엄마는 내 말을 너무 안들어! "
그때 나는 그런 말을 구사하는 아들이 귀여워 소리내어 웃었는데 속으로는 뜨끔했습니다. 나는 아들보러 말을 안듣는다고 했지만 아들 입장에서는 엄마가 자기 말을 안듣는다고 하는 말이 맞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 나는 우리 엄마 입장에서는 지긋지긋하게 말을 안듣는 딸이었습니다. 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나는 엄마를 속상하게 만들기 위해 말을 안들었던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주장했던 것 뿐이였습니다. 우리 아들이 말한 것처럼 엄마가 내 말을 안듣는 것이었고 또 엄마 생각을 나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이런 말씀을 하며 야단을 치셨습니다.
" 너 같은 딸 낳아서 한번 키워봐라! "
그러나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 나 같은 딸을 낳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그럼 나랑 말이 잘 통할 것이고 같은 것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할테니 얼마나 좋을까? '

때론 죽고 사는 문제나 위험한 문제가 아니라면 자녀들의 행동을 부모라는 자격으로 너무 침범하지는 않는지 생각해보곤 합니다. 지금 목욕하고 싶지 않은 아들에게 지금 당장 목욕하라고 강요해서 말안듣는 아들을 만들고 있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또 치마를 입고 싶은 딸에게 굳이 오늘은 바지를 입어야한다며 야단을 치며 말안듣는 딸로 만든 적도 있었습니다. 자녀들은 괜찮은데 엄마인 내 눈과 마음에 거슬려서 튀어나오는 말들은 훈계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바람처럼 공허한 잔소리가 될 뿐인데 말입니다.

나는 나의 아이들을 통해 갓난아이에게도 자신의 주장이 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낳았지만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아이들을 보니 그들도 하나님이 만드신 독립적인 인격체임을 발견하게 되었지요. 한 배에서 나왔지만 전혀 다른 두 아이를 통해 한 사람 한 사람 하나님이 직접 만드신 독특한 작품임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아무리 목표를 세워 이끌려고 해도 원래 하나님이 불어 넣어주신 재능대로 이끌리어 자라나게 되는 것이지요. 그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되니 부모의 역활은 쓸데없는 잔소리로 자녀들을 노엽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직 주님의 말씀대로 훈육하여 아이들이 그들의 하나님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3살 때 아들이 했던 말을 가슴에 새겨두었던 것은 나에게 교훈삼기 위함입니다. 어린 시절의 느껴던 감정들을 나의 자녀 세대에게 대물림해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나의 가정에 말안듣는 자녀들이 있다면 혹 나는 말안듣는 부모가 아닌가 한번쯤은 돌아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