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폭풍우가 올때

저물매 제자들이 바다에 내려가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가버나움으로 가는데 이미 어두웠고 예수는 아직 그들에게 오시지 아니하셨더니 큰 바람이 불어 파도가 일어나더라. ( 요한복음 6 : 16 ~ 18 )

위의 말씀은 예수님의 오병이어라는 엄청난 표적을 경험한 제자들이 후에 사역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폭풍을 맞닥뜨리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낮에 받았던 은혜와 믿음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우왕좌왕 어쩔 줄을 모릅니다. 인생이란 이런 것인가 봅니다. 뭔가 인생이 쭉 순탄대로일 것 같다가도 예고없는 푹풍우를 만나게 되니 말입니다.

다른 복음서를 보면 이번 사건 전에 제자들은 또 한번의 폭풍우를 만난 일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두 사건 모두 예수님께서 해결을 해 주시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지요. 그런데 이 비슷한 두 사건을 단순히 예수님께서 우리의 어려움을 해결해주시는 분이라는 결론 위주로만 초점을 맞춘다면 오히려 숨겨진 풍부한 은헤를 놓치게 됩니다. 어느날 요한 복음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단어들이 마가복음에서 발견되어지면서 나는 우리가 겪는 폭풍우 속에 보석과 같은 은혜가 감추어져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저물매 배는 바다 가운데 있고 예수께서는 홀로 뭍에 계시다가 바람이 거스르므로 제자들이 힘겹게 노 젓는 것을 보시고 밤 사경쯤에 바다 위로 걸어서 그들에게 오사 지나가려고 하시매 ' -- 마가복음 6 : 47 ~ 48

요한복음을 읽을 때에는 제자들이 노를 젖는 동안 예수님은 홀로 산에 들어가 기도를 하고 계실거란 추측을 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추측과 달리 마가복음은 배가 바다 가운데 있을 때 이미 예수님은 혼자 바닷가에 계셨다고 써있습니다. 마치 무엇을 기다리는 듯이 말입니다. 잠시 후 바람이 불더니 제자들이 힘겹게 노를 젖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지나 더 이상 제자들의 힘으로 당해낼 수 없을 것 같은 모습을 보시고는 배 위로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나는 이 ' 보시고 ' 란 단어에 은혜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너무 힘든 상황을 나 혼자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보고 계신다는 위로를 주었습니다. 단지 주님은 관망하는 차원이 아닌 언제 개입해야 하는지 타이밍을 조절하고 계신듯 보입니다. 제자 중에 여럿이 어부였기 때문에 바다에서 배를 다루는 일은 전문가들이었습니다. 분명 한 두번 푹풍우를 만난게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쩔쩔 맬 정도였다면 아마도 이 폭풍우는 내 힘으로는 할 수 없다고 손을 드는 시련과 같은 상황일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증명하듯이 하나님은 나의 방법을 내려놓고 주님만이 해결해주실 수 있다고 할 때 등장하십니다. 항상 하나님의 타이밍은 우리가 원하는 시간보다 좀 늦는 수가 많습니다. 그 만큼 내 생각이 앞서있고 조급해져 있다는 반증이겠지요. 제자들은 분명 이 전에 비슷한 폭풍우를 만나 예수님이 어떻게 일을 처리하셨는지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신앙이 제자리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사건 전에 제자들이 경험했던 폭풍우는 이랬습니다. 낮동안 예수님의 주옥같은 말씀으로 은혜가 충만한 제자들은 그 날 저녁 배를 타고 가다 큰 폭풍우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베테랑 어부들도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비바람이 거세 이미 배 안에 물이 들어차게 된 상태였습니다. 그들은 당황하며 자신의 목숨이 죽게 된 것 같아 난리를 피웁니다. 그런데 내 눈에 재밌게 다가온 것은 그 엄청난 시련 한 가운데 예수님이 함께 계셨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예수님이 주무시고 계신다는 것은 이 배에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란 증거인데 제자들은 자신의 목숨때문에 안절부절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결국엔 위험에 처한 자신들을 돌보지 않는다고 곤히 주무시는 예수님을 깨우는 무례함도 서슴지 않게 됩니다.

' 예수께서는 고물에서 베게를 베시고 주무시더니 제자들이 깨우며 가로되 선생님이여 우리의 죽게된 것을 돌아보지 아니하시나이까? ' -- 마가복음 4 : 38

이 둘의 경우를 묵상해보니 내가 겪는 시련도 이와 같겠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 앞에서 내 방법대로 헤쳐나가려고 발버둥치고 있을 때, 적절한 시기에 예수님이 직접 뛰어들기 위해 대기하고 계시는 시련이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때는 이미 주님이 내 일에 개입하고 계시기에 결국 나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시련이지요. 다만 그것을 잠시 잊고 혼자 두려움에 다시 사로잡혔을 뿐입니다.

그래서 첫번째 같은 시련을 겪에 된다면 그 절정기에 예수님이 드라마틱하게 나타나셔서 친절한 목소리로 우리를 위로해주실 것입니다.

" 나다 . 그러니 안심하고 두려워하지 말아라~. "

그러나 두번째 같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시련 앞에서 근심 걱정에 잠 못 이루며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을 바라보지 못한다면 결국 우리가 듣게 될 소리는 뻔합니다. 바로 주님이 제자들에게 호통치셨던 그 말씀이겠지요.

 " 어찌하여 이렇게 무서워하느냐! 너희가 어찌 믿음이 없느냐 ! " -- 마가복음 4 :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