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부부의 싸움

 

  지혜로운 여인은 자기 집을 세우되 미련한 여인은 자기 손으로 그것을 허느니라. ( 잠언 14 : 1 )

 

16개월 만에 부부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따져보니 평균 2년에 한번 싸우는 꼴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전에 세미나에서 들었던 부부가 싸우지 않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는 강사의 말이 맞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싸울거리가 없어서 싸우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결혼과 동시에 나는 오직 예수님 믿는 여자다움을 보여줘야한다는 것에 온통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또한 남과 얼굴 붉히며 논쟁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탓도 있었겠지요. 그리고 주요한 것은 가끔씩 떠오르는 가슴 속 깊이 새겨둔 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 퇴근 후, 집에 들어오고 싶은 분위기로 만들어 주었으면 해. "

신혼 첫날 밤, 자신의 회사 상사들이 퇴근 후에도 집에 들어가기 싫어 컴퓨터를 보고 있는 모습이 꼴보기 싫다며 신랑이 부탁한 말이었습니다. 정말 신랑은 싸늘한 집안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는 것인지 부부싸움 후에는 으례 내가 잘 때쯤 들어오고 내가 깰 때쯤 출근을 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습니다.

여하튼 그런 이유로 많은 상황 속에서 나는 참고 넘어 갔더랬습니다. 그런데 신랑의 고약한 말투에 더이상은 참을 수 없었던 건지 결국 나는 10년만에 소리를 질러대며 내 목소리를 내고 말았던 것이지요. 나름 나에게는 역사적인 날이 되었지만 하필 그 때가 예배가기 전 주일날 아침이라는 사실이 문제였지요. 그랬기에 나는 버럭 신랑에게 화를 내고 있는 상황 속에서 ' 아~ 이건 사탄의 시험인데...' 라는 생각에 움찔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이기에 마음의 소리에 귀를 막아 버리고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쏟아버렸습니다.

부부 관계의 큰 폭풍우가 지나고 새삼 재확인된 사실은 부부 싸움은 사탄의 시험이 맞았습니다. 부부 간의 문제가 일어나는 것에 사탄이 가장 즐거워 할 이유가 참 많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먼저 기도가 막히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나님께 참된 예배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찬양도 불러지지 않았습니다. 기쁨이 없어졌습니다. 아이들을 챙기는 것이 너무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이 왠지 위축이 되어 보였습니다. 모든 것에 의욕이 없어졌습니다. 밥맛도 없어졌습니다. 머리 속이 온통 딴 생각 뿐입니다. 마음 속에도 온통 미움 뿐입니다.

마치 빠져나올 곳이 없는 듯한 깊은 터널 속에 있는 듯, 나는 내 속에 화에 대해서만 집중하며 며칠을 침묵으로 데모를 하고있었습니다. 하나님 마음을 이제는 알았다며 떠들어대던 나도 내 속의 악함을 발견하며 자신에게 실망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처럼 잡은 이번 기회를 살려 그동안 느꼈던 감정을 신랑에게 표현하고 싶었기에 쉽사리 화를 풀지 않았습니다. 이미 사탄의 시험이란 것을 처음 순간부터 알고 있는 나는 마음이 약해질까 두려운건지 나는 여전히 기도의 자리에 가지 못했고 말씀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를 도우시는 하나님은 약간의 틈이 보일 때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며칠만에 말씀이나 들어보자 싶어 인터넷을 켜자 부부의 연합에 대한 말씀이 흘러 나왔습니다.주일 설교마저 8복의 말씀을 온전히 부부 관계로만 비유하여 말씀해주셨습니다. 웃고 싶어 장경동 목사님의 말씀 시리즈를 듣자하니 온통 부부에 관한 말씀이었습니다. 나를 꼼짝없이 말씀으로 휘감아 주셨습니다. 닫쳤던 마음이 어느새 무장해제가 되어가고 있었고 조금씩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내가 그동안 붙들고 있었던 말씀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잠언 14장 1절의 말씀이었습니다.

보통 부부의 이혼의 원인이 남편에게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왜 하나님은 그 가정이 무너진 것을 미련한 여자가 자신의 손으로 허물었다고 표현하셨을까 곰곰히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반대의 여인을 지혜로운 여인이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보아 나는 이런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가정을 끝까지 잘 지키는데에는 여자의 인내와 의지가 더 요구된다는 사실 말이지요. 남편의 미운 행동때문에 가정을 깨는 것으로 앙갚음을 해주고 싶을 때가 있지만 이 가정이 남편만의 가정이라면 그렇게라도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가정은 나의 가정이었습니다. 가정을 깨면 내 가정이, 내 아이가 상처를 입는 것입니다. 하나님 말씀대로 내 가정을 지키는 것은 반석 위에 세워가야 하는 내 몫이었습니다. 지혜로운 결정을 하고 나니 쑥스럽게 생각나는 속담이 있었습니다.

 

‘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 ‘  

--> 부부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서로 으르렁 대며 싸우는 실제 모습들이 나오지요. 그들의 문제에 전혀 감정이입이 되지 않은 내가 제 3자의 입장에서 그 모습을 볼 때면 누가 잘못했다는 것 보다도 그 싸우는 모습이 참 보기가 힘듦을 느낌니다. 방송국에 신청을 한 문제있는 부부들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자기 이야기만 해대는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곤 합니다. 결국 한치의 양보도 없이 자신의 이야기만 한다면 결과는 방송국에 나오는 부부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정말 앞으로도 그런 추한 부부는 되지 말아야 할텐데... 주여 오늘의 저의 부부싸움을 교훈삼아 노년에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으로 남길 원합니다. 도와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