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돕는 베필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 ( 창세기 2: 18 )

 

창세기를 여러번 읽었지만 결혼을 하고서야 ' 돕는 배필 ' 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오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어느 목사님께서 여자들이 훨씬 잘났기 때문에 남자를 도울 수 있는 것이지 띨띨하면 그것을 감당하겠냐는 말에 많은 여자 성도들이 호응을 보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런데 뒤돌아 생각해보니 왠지모를 씁씁함이 있었습니다. 어찌되었건 여자는 주인공이 아니라 도우미 역활이기 때문입니다.

 

결혼 전에는 당당하게 내 일을 하며 주인공으로 살았는데 결혼을 하니 자꾸 포기해야 할 일만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제 도와줄 어느 친척도 없는 미국에서 우리 4가족만이 독립적인 가족의 모습으로 살아가다 보니 나는 12시가 지난 신데렐라처럼 주인공에서 도우미로 변해 있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간절히 원할 때는 장점만을 생각하며 갖길 원합니다. 안타깝게도 그것이 갖는 단점은 그 값을 지불하고 난 뒤에 발견하게 되지요. 나도 결혼을 하길 원하며 그 속으로 과감히 뛰어들었지만 결혼 생활 속에서 치뤄야할 희생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결혼 생활은 주인공이었던 여자에게 많은 것을 내려놓기를 요구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주인공이 처음부터 조연의 역활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지만 자신의 상황과 조연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면 받아들이게 되지요. 나는 그런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처음 창조하실 때부터 여자의 존재의 목적을 남자의 돕는 베필로 만드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창조 질서가 그렇다기에 그 역활을 받아 들이기 위한 스스로의 질문과 고민을 많이 했더랬습니다.

 

결혼을 했다면 대부분 남편들이 식구들이 먹고 살수 있도록 돈을 버는 일을 담당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남편이 일을 할 때 기본적으로 신어야 할 양말이 빨아져 서랍 속에 놓여져 있어야 하고 일할 힘이 있도록 밥이 준비가 되야하며 쉴 수 있도록 집안이 정리가 되있어야 할 것입니다. 남편도 낮 동안 아이들은 엄마가 잘 담당해주고 있으리란 마음에서 기분좋게 일에 몰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이 일은 해도 티가 나지 않고 하지 않았을 때만이 티가 나는 일입니다. 그래서 남편의 칭찬이 없다면 늘 티가 나지 않게 살림을 잘했기 때문이기에 그냥 예수님의 칭찬만 기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문득 엄마가 생각이 났습니다. 이 티나지 않은 일들을 엄마가 매일같이 감당했구나 하고 말입니다. 때론 양말이 어디있냐고, 돼지 김치찌개를 끓인 엄마에게 참치 김치찌개를 끓였어야 했다며 투정부렸던 철없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학교갔다오면 방이 깨끗해진 것도 엄마 덕이요, 내가 지금 있게된 것도 엄마가 기저귀와 이유식을 제때 공급하며 돕는 역활을 잘 감당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그때서야 깨닫게 되었던 것이지요.

 

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신약에도 예수님과 12제자들의 활약이 주인공처럼 다뤄지긴 했지만 그들이 사역을 감당할 수 있도록 음식을 만들어주거나 빨래를 해주거나 이부자리를 준비해주었던 것은 대부분 여자들이었을 거란 생각말입니다. 예수님이 30살이 되기까지 그 뒤에 예수님을 돌보아준 엄마, 마리아의 돕는 손길이 있었을 것입니다. 성경에 기록된 많은 여자들의 돕는 역활이 없었다면 하나님의 의를 이루는데에 시간이 조금 늦춰졌을지도 모릅니다.

 

'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자도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리라. ' -- 누가복음 14 : 27

 

어쩌면 그 역활들이 여자가 짊어져야하는 십자가일지 모르겠습니다. 아~ 그것이 십자가였기에 나는 만연 조연같은 돕는 역활에 싫증도 내고 남편에게 인정해 달라고 투정도 부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마음을 다져보려고 합니다. 조연없이 주인공도 역활을 제대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치를 생각하며 돕는 역활에 순종한다면 분명 보상이 있을 거란 생각에 집중하기로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시는 분이지 않습니까?

 

--> 누군가 미국에서 살 돈 있으면 동남아시아에서 식모 몇명은 두고 살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할 때면 제 귀가 솔깃해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그들이 설젖이를 할 때 아이들과 조금은 더 같이 놀아줄 수 있을 것 같고 또 욕조의 때를 벗기면서 팔이 후들거리지 않을 수 도 있겠지요. 또 아이들을 맡기고 잠깐 혼자서 볼일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휴~ 가능하지도 않는 일을 소망하면 뭣합니까? 잠깐의 상상으로 만족하자구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는 신앙인이 되길 소망하며 돕는 베필들이여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