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그 날이 풀과 같으며 그 영화가 들의 꽃과 같도다. - 시편 103 : 15

생일날 남편이 안겨준 꽃다발을 화병에 꽃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오므려져 있던 꽃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모든 여자들이 그러하듯 예쁜 꽃들을 바라보는 나는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런데 가끔 즐기는 이런 작은 호사를 나는 마냥 누리면 될 것을 언젠가 떠올렸던 생각에 갑자기 멍하게 화병의 꽃들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다윗이 읊었던 시처럼 병에 꽂혀진 이 아름다운 꽃들이 마치 인생과 같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느끼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다윗은 이 땅에 살면서 왕이란 타이틀을 얻었으니 자신이 표현한 들꽃보다는 장미처럼 화려하게 백합처럼 고급스럽게 해바라기처럼 스케일 크게 살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런 다윗도 부자 집에서 떨어지는 음식을 먹었던 들풀같은 나사로처럼 결국 죽고 말았으니 그의 영광이 오히려 더 허무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물론 육적인 것만 보면 말입니다.

그렇듯 인간의 탄생이 원래 나무에서 꽃꽂이를 하기 위해 잘리워진 관상용 꽃과 닮아 보였습니다. 산 것처럼 보이는 죽은 꽃이 마치 자신이 살아있는 듯 착각하며 살고 있는 모습이 유독 인간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탄생은 축복할 만한 것이며 무척 아름다운 것이지만 영적으로 보면 죄인에게서 태어난 자들이기에 그들은 하나님에게서 분리된 죄인으로 태어난 것입니다.

꽃을 보십시요. 그도 그럴것이 점점 활짝 펴가는 자신의 아름다운 꽃봉오리를 보면 어찌 자신이 죽음으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나 있겠습니까? 한 술 더떠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찬사를 들을 때면 마치 체면에 걸리듯 자신은 결코 죽지 않을거란 생각에 도취될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살아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되면 마냥 자신의 타이틀만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게 될 것입니다. 신선한 물로 갈아주고 때론 약도 섞어보기도 하고 시들은 잎사귀나 꽃잎을 따주면서 말입니다. 그들은 진정 영원히 살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지 못한 채 회칠한 무덤처럼 오직 겉핱기식 방법만으로 죽음을 감추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꽃마다의 차이는 있지만 채 2주를 넘기는 것이 없었습니다.

'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회칠한 무덤 같으니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나 그 안에는 죽은 사람의 뼈와 모든 더러운 것이 가득하도다. ' -- 마태복음 23 : 27

그런데 죽음으로 가고 있던 그 꽃이 살아나려면 어떤 일이 벌어져야 할까 고민해보게 되었습니다. 아마 꽃 가지에 뿌리가 내려지며 싹이 난다면 다시 살아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지요. 하지만 만약 하나님께서 하시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생각하니 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선택한 리더가 누구인지 모든 백성에게 알리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아론의 지팡이에게만 싹을 틔우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바로 그 장면 말입니다.

' 이튿날 모세가 증거의 장막에 들어가 본즉 레위 집을 위하여 낸 아론의 지팡이에 움이 돋고 순이 나고 꽃이 피어서 살구 열매가 열렸더라. ' -- 민수기 17 : 8

역시나 하나님 자신이 하나님 됨을 나타내시는 최상의 표적은 죽은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덩어리의 흙에 불과한 인간의 코에 숨을 불어넣어 생기를 주심으로, 에스겔의 환상 속에서 마른 뼈다귀들을 연합하여 군대가 되게 함으로, 죽은 나사로를 살려주심으로 그리고 하나님 자신이 십자가에 죽으셨다가 다시 살아나심으로 죽음을 이기고 다스리는 분이심을 스스로 입증하고 계신 것입니다.

죽은지도 모른 채 열심히 앞만 보며 살았던 인생이 결국 맞이한 결론이 영원한 죽음이라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꽃의 인생같이 죽음 앞에 있는 인생이 살 방법은 오직 하나님 편으로 접붙임되는 것 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후의 순간을 겪기 전에 생명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깨닫고 반드시 그 분께 생명의 접붙임을 해야합니다. 왜냐하면 몸이 죽고 난 후에야 내가 이미 죽었던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소용없게 됩니다. 그 때는 나에게 선택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직 심판자의 심판과 그 판단에 우리의 순종만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