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엘샤다이

 

아브람이 구십구 세 때에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나타나서 그에게 이르시되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라 너는 내 앞에서 행하여 완전하라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 사이에 두어 너를 크게 번성하게 하리라 하시니 ( 창세기 17 : 1 ~ 2 )

 

나의 5살짜리 딸에게는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습니다. 조금있으면 6살이 되는데도 아직 엄마의 찌찌 ( 나의 젖을 가리키는 말로 우리 둘이 사용하는 말 ) 를 만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찌찌 중독이 아닐까 싶습니다. 딸은 새벽에 자신도 모르게 찌찌를 만질 셈으로 내 옆에 와 자곤 합니다. 아침에 찌찌를 만지고 싶을 때면 그 바쁜 시간대에 잠시 옆에 누워줘야합니다. 때론 일층으로 내려가려고 하면 '어부바'를 원할 때가 있습니다. 뒤에서 찌찌를 만질 속셈이지요. 잠이 잘 오지 않을때 찌찌를 만지게 되면 2~3분 안으로 곯아떨어집니다. 아마 딸의 소원은 24시간동안 흡족하게 엄마의 찌찌를 만져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딸이 4살때, 5살이 되면 찌찌를 안만지겠다고 약속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5살이 되자 5살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면서 8살때 안만지겠다고 약속을 변경했더랬지요. 딸의 유별한 집착을 나는 사실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습니다. 별것도 아닌 찌찌에 왜그리 편안함을 느끼는건지 알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그러던 중 창세기 17장에 하나님 자신이 밝히신 '전능한 하나님' ( 엘샤다이 )란 이름의 원뜻을 알게 되면서 나는 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이름의 엘은 하나님이며 샤다이는 산, 혹은 유방을 말합니다. 그것은 갓난아이가 온전히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엄마의 젖이 풍족하게 차있는 가슴을 가리키는 것이지요. 그러하기에 엘샤다이의 하나님은 엄마의 젖가슴처럼 우리에게 생명을 공급해주는 신성한 곳이요, 미래의 풍족함을 이룰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는 곳입니다.

사실 그 이름의 깊은 뜻을 알기 전까지 전능한 하나님이란 이름은 피조물로서 창조자를 어떤 경외하는 차원에서 불러드려야 하는 이름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호칭이 하나님의 일방적인 강압에 의해 불러드려야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되니 엘샤다이는 은혜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갓난아이에게 엄마라고 주장하기에 앞서 아이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게 엄마가 먼저 젖을 공급해 줘야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습니다.

하나님의 전능이 나를 살리는 엄마의 젖가슴과 같은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딸이 나의 찌찌에서 느끼는 것도 이것이지 않을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영혼이 하나님 품에서만이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나의 딸도 내 품에서 세상의 어떤것으로부터 빼앗길 수 없는 평온함을 느끼는 것이지요. 그래서 어쩜 나의 딸은 나를 엄마를 넘어 전능한 무엇가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그렇다하더라도 찌찌를 떼고 틴에이져가 될 때까지 엄마를 전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요. 자신의 생각과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테니 말입니다. 문득 이 관계가 인간과 하나님과의 관계와 비슷함을 느꼈습니다.

원래 인간은 본능적으로 하나님의 품 속에서 나오는 흡족한 젖만을 의지하며 그분을 오직 전능한 나의 주로 고백하며 살게끔 창조된 존재입니다. 그러나 아담이 먹지말아야 할 선악과를 따먹을 그 때, 인간의 모든 감각은 다 엉망이 되었을 것입니다. 나에게 맞는 음식이 무엇인지, 어느정도 먹어야 적당한지, 어떤 소리를 듣고 살아야하는지, 무엇을 보고 살아야하는지... 모든 육감이 그렇게 뒤죽박죽 되었던 것이지요.

갓난 아기들 같이 순전하고 신령한 젖을 사모라하. 이는 그로 말미암아 너희로 구원에 이르도록 자라게 하려 함이라. -- 베드로전서 2 : 2 그 망가진 감각이 점점 자라나 결국 우리의 본능은 갓난아이가 순전하고 신령한 젖을 사모하는 만큼 하나님의 젖을 사모할 수 없게 된 것이지요. 물론 우리의 육신은 자라면 반드시 젖을 떼야만 합니다. 젖만으로는 모든 영양분을 섭취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우리의 영만큼은 너무나 많은 세상 학문과 경험과 철학과 교리들로 영양과다에 걸려 있기에 오히려 갓난아이때로 돌아가 하나님 그 분의 젖만을 사모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은지요.

나의 딸이 찌찌를 만지며 뭔가 엄청난 심리적 안정을 느끼고 있음을 알고나니 이제는 억지로 막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늘 하는 말에서 정답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래도 그 때가 제일 좋은거야. 그 때를 즐겨야돼. "

 

--> 세상 모든 아가들은 이 시간 만큼 행복한 시간이 있을까 싶습니다. 나도 그랬을텐데 도통 생각이 나질 않네요. 왜 사람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는 것인지... 흠~~ 젖을 떼고나면 하나님이 공급해주시는 젖을 사모하라고 그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