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응답하라 1988!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려고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여호와라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 ( 레위기 11 : 45 )

 

 

' 제인씨, 한국에 언제 온다고 했어요? 듀란듀란 한국공연 한대요. 4월 17일쯤 맞춰서 오면 안되나요? 그날 딱 하루만 공연한대요. 카페에는 다음 주 초에 공지를 띄울 예정이고 일단 제인씨에게만 먼저 알려주는거에요. '

2008년, 2월 5일 내 홈피에 한 메세지가 왔습니다. 듀란듀란 팬클럽 회장이 보낸 소식이었지요. 20년 동안 그들의 한국 재공연을 기다려왔건만 미국에 온지 몇 년 지나서 이런 소식을 듣게 될 줄이야. 왜 하필!! 만리타국의 현실과 더불어 나에게는 찌찌를 먹여야 할 한살도 안된 딸이 있다는 현실이 더욱 싫어졌습니다.

 

1988년 2월 11일. 대망의 듀란듀란의 첫 한국 공연이 있던 날이 생각났습니다. 그 날을 잊을 수 없는 것은 내 생일날이었고 그들의 공연이 나를 위한 축하공연이라고 말도안되는 의미를 부여했었기 때문이었지요. 11살때부터 그들의 팬이 되었던 나는 내 삶의 한부분을 그들로 꽉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음악, 사진... 마치 일거수 일투족을 꼭 알아야 하는 것인양 모든 것들을 스크랩했습니다. 고 1때부터는 팬클럽 회원이 되어 많은 듀라니즈들과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그들의 소식을 교류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추억을 가지고 있는 나는 최근 '응답하라 1997!' 이란 드라마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 시크릿 가든 ' 이후로 드라마를 보지 않았던 차였는데 말입니다. H.O.T와 젝스키스를 열광하는 세대를 그린 것이라 내 세대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드마라의 주인공처럼 일선에서 충성하는 그런 팬까지는 아니어도 공부안한다고 부모님께 포스터를 찢기고, 팬레터 쓰다 걸리는 둥 나름 충성을 바치는 팬이라면 한번쯤을 겪을 만한 일은 나도 다 겪었습니다.

 

여하튼 팬 입장에서보면 다행이도 그들은 지금도 왕성하게 앨범을 내고 캘리포니아에서도 자주 공연을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도 어느정도 커서 공연에도 갈 수가 있음에도 나는 그들의 스케줄을 알지 못합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그들을 좋아하고 쫒아다닐 때 나는 그것이 믿는 자로서 해도되는 일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미국에 와서도 1 ~ 2일마다 온라인 팬카페를 통해 소식을 업데이트하던 나였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가끔씩 나에게 떠올려지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 하나님을 더욱 사랑하기를 원하면서 내가 이런 일에 시간을 소모해도 되는 걸까? ' 하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내가 하나님 말씀을 더욱 사모하길 원하면 원할수록 내 속 깊은 곳에서 그 질문이 울려나옴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습관이었고 좋아했던 사람이 갑자기 싫어질리도 만무하기에 나는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멈추려고 할 수록 더욱더 그 일을 하는 내 자신이 덫에 걸린 양 숨이 조여왔습니다. 나의 죄성을 보는 듯했고 단호하게 끊을 수 없는 나의 매일의 삶이 실패자처럼 느껴졌습니다. '오늘은 클릭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는 순간 나는 결코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또 죄책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어느날 나는 내 자신에게 놀라고 말았습니다. 내가 전혀 그 팬카페를 클릭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것입니다. 억지로 중단하려고 했을 때 오히려 금단현상으로 말미암아 더욱 그것을 하고 싶어 괴로워했었습니다. 그랬기에 지금 그들의 스케줄에 더이상 관심이 없어졌다는 사실은 나에게는 정말 놀라운 사실입니다. 아마 이 글을 클럽 회장이 읽는다면 나는 강제 탈퇴가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럴지라도 별 연연해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원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무엇이 이것을 가능케 했을까 하고 말입니다. 

 

하나님은 거룩하시기에 우리에게 늘 거룩하라고 요구하십니다. 우리가 거룩하기 않으면 거룩하신 하나님과 친하게 될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태생이 거룩할 수가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 노력으로는 더러운 것을 없애기란 죽는것 만큼 힘든 일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금하고 싶은 것들을 금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런데 내 마음에 하나님의 마음이 들어오자 내 마음에 자리 잡고있던 더러움이 무엇인가를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마음으로 더욱 채워갈 수록 의식되지 않을 만큼 더러움은 조금씩 나에게서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빛이 어두움을 몰아내듯 내 노력이 아닌 하나님의 빛으로 더러움이 씻겨졌던 것입니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하나님의 말씀과 은혜로 내 가슴을 계속해서 채우다보니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 속의 금단 현상이 다 빠져나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나쁜 습관을 고칠 수 있는 방법말입니다. 무엇인가 끊어야 할 것이 있을 때, 그것을 끊으려고 힘을 쓰기보다는 하나님에게 좀더 집중해보세요. 언젠가는 끊어야할 것을 찾지 않고 있는 나를 분명 만나게 될 것입니다.

 

--> 나의 우상이었던 듀란듀란의 전성기때의 모습입니다. 가끔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네요. 호호 여러분은 무엇이 우상이었나요? 아직도 끊어야할 것이 많은 저이기에 저와 또 저와같은 고민이 있는 모든 미씨들에게 화이팅을 보냅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