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비즈니스가 안되는 이유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 마태복음  6:33 )

 

 

20대 중반, 노점을 하던 나에게 한 평짜리 작은 가게로 지경을 넓혀주셨던 하나님은 이후, 나의 관심을 패션에서 주택으로 눈을 돌리게 해주셨습니다. 그 뒤로 4년간의 실내 데코레이션 관련한 회사 생활을 통해 주택에 관련한 모든 디자인을 섭렵하게 하시고 이후 친구와 함께 분당에 아담하면서 고급스러운 실내 데코레이션 샵을 오픈하게 해주셨습니다.

 

조금의 돈을 빌려 시작했지만 오픈한 첫 달부터 많은 이익을 내는 바람에 오래지 않아 빚을 갚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샵에서 하는 모든 것들이 나의 온 열정을 쏟을 만큼 재미있는 일이었는데, 주로 커튼을 맞춰주거나 베딩 셋트, 쿠션이나 방석, 소파나 가구 디자인 등 실내 데코레이션 전반에 걸쳐 디자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도 꿈꿔왔던 의상 디자인보다도 그 때는 멋진 원단으로 집을 장식해주는 일이 훨씬 가치있게 보였습니다.

 

가게가 잘되서 오만함이 생긴것인지 어느날, 내 가게가 그 잘나간다는 청담동 어디쯤엔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오면 절대 생각으로만 남겨두지 않는 성격이었기에 나는 결국 청담동으로 진출하고야 말았습니다. 때마침 그곳에 좋은 가게 자리가 생겨 분당의 가게를 정리하지도 않고 계약해버렸으니 나의 성격이 얼마나 급한지 아시겠지요? 그것도 첫 애를 낳고 몇 달 뒤었으니 말입니다. 여하튼 노점에서 청담동 가게까지 나의 삶을 바라보니 정말 일취월장이란 말은 이럴 때 써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모든 과정마다 조용히 하나님께 묻고 대답을 기다리며 일을 진행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 때의 나의 일하는 방식은 너무 일방 통행이었습니다. 하지만 ‘ 이것저것 재다가 못해서 후회하느니 바로 시작해서 후회하는 편이 낫다. ’ 는 신념을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 그 때까지는 대충 통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기다림은 할 수 없었는지 모릅니다. 

 

엄청난 자신감으로 나와 친구는 지인들과 함께 오프닝 파티를 시작으로 그렇게 청담동에서 제 2의 사업의 장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한 두달 지나면서 이익이 예상만큼 나지 않았습니다. 많은 매출이 나더라도 기본적인 고정비용이 분당에 비해 배인지라 정작 분당에서 얻은 이익과 별 차이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그보다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떼 돈을 벌게 되리란 기대를 했었는지 그것이 어긋나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나도 모르는 한숨이 나오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들키기 싫었던 나의 자신감의 추락을 엄마에게라도 하소연하려 했지만 대화 속에 얼마나 많은 한숨을 쉬었는지 도리어 야단만 맞곤 했습니다.

 

어느 날, 일본에 사는 친정 오빠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오빠는 미국에서 MBA를 공부했기 때문에 뭔가 획기적인 경영란 타파를 위한 대책을 내놓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빠는 내 가게의 문제를 나와 하나님의 관계의 문제로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듣기 싫다는 듯 바로 대꾸했습니다.“ 오빠, 나도 기도하고 있거든, 그런 이유말고… 지금 부동산 정책 때문에 이 업종이 타격이 심하다니까…” 하지만 여전히 오빠는 부동산 정책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 아무리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하더라도 한달에 몇 명만 들어와도 살 수 있는 너희 가게가 죽을 만큼 부동산 경기가 죽은 것이 아니야. 하나님이 커튼 맞추려는 사람 몇 명의 발걸음을 너희 가게로 보내시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생각해라! “ 별 영양가없는 답변같아 전화를 빨리 끊어버리고 말았지만 이상하게 오빠의 대답은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미국에 와서 어느 주일 설교를 통해 하나님은 더불어 나에게 충격적인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그것은 ‘ 하나님은 나의 디자이너로서의 성공에는 관심이 없으시다. ’ 라는 사실입니다. 대신 하나님은 ‘ 디자이너로 성공을 하면 그것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어떤 것을 할 수 있는가? ’ 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자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놓았던 오빠의 해결책이 비로서 무슨 뜻이었는지 깨달아지면서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한숨대신 내 입에서 감사와 찬양이 나올텐데… ’ 라고 말입니다.

 

어렵게 2년간 청담동에서 사업 기반을 다지며 막 일에 대한 재미를 보려할 때, 하나님은 순식간에 남편을 주재원으로 만들어 가게 정리도 못하게 하시고는 우리 가족을 미국으로 보내시고 말았습니다. 하나님은 끊임없이 나의 지경을 넓혀주시면서 나의 관점도 변하길 기대하셨지만, 나 또한 끊임없이 내 인생의 수단에 불과한 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고 살아왔으니 결국 하나님도 손을 쓸 수 밖에 없으셨던 것이지요.

 

--> 나의 모든 애정을 쏟아놓았던 청담동 샵의 쇼 윈도우 모습입니다. 미국 떠나오기 전까지의 한국에서의 나의 모습은 이 샵처럼 나름 화려했던 것 같습니다. 노점에서 이 가게를 하기까지 이만큼 지경을 넓혀주신 하나님, 그 분을 바라보지 못한 덕에 지금은 이렇게 미국에 와있습니다. 겉으로는 평범한 주부가 되어 낮아질대로 낮아진 후에야 비로서 하나님 한 분만을 바라보고 있게 되었네요. ' 하나님, 저 다시 디자이너로 일할 수 있나요? ' 이제 하나님 마음에 들게 잘 할 수 있을것 같아 조용히 한번 물어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