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여기 있는 사람들이 내 친구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 하시더라. ( 마태복음 12 : 50 )

처음 미국이란 곳에 이민을 와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마치 이 세상에 대해 모든 것을 배워야하는 아이처럼 나도 그렇게 배우고 습득해야만 했습니다. 말도 안통하고 문화도 틀리다보니 적응하는 과정에서 내가 때론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약인지라 점차 미국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지요. 그 사이에 친척들 방문과 둘째 아이를 임신, 출산, 양육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은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민 온지 몇 년의 세월이 후다닥 지나가 버릴 때 쯤, 한국에서 쓰던 핸드폰이 발견이 되었습니다. 여러가지 상황으로 몇 친구들 외엔 거의 원활하게 연락을 할 수가 없었던 차에 그 핸드폰을 통해 전화 번호를 알게 되어 기뻤지요. 그러나 이미 한국은 핸드폰 번호가 010으로 거의 바뀐 상태라 친구들과는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문자 메시지를 쉽게 보낼 수 있었다면 이런 문제는 없었을텐데, 내 미국 전화번호도 몇번 바뀐 상태라, 내가 적극적으로 찾아보지 않으면 이제 좋아했던 친구들과 영영 만날 수 없게 될 것 같습니다.

문득 나이든 여자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친구라는데 내가 나이가 들면 누구랑 옛날 이야기하며 수다떨 수 있을까 싶어 서글퍼졌습니다. 또 언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르겠는 이 상황을 생각하니 더욱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 결과는 사람 중심보다는 일 중심으로 먼저 몸이 움직이는 내 기질이 부른 참사기도 하지요. 사람 관계를 더 중요시 여겼더라면 미국 생활에 정착하기에 정신이 없었더라도 지속적으로 친구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전화를 했을 테니 말입니다.

‘ 난 이제 친구가 다 없어졌구나~ ‘ 나의 신세?를 속으로 한탄하고 있을 때, 문득 스쳐지나가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예수님께서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고 계실 때, 예수님의 친 어머니와 형제들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한 사람이 예수님께 이 소식을 전하지만 예수님은 말씀하셨지요. “ 누가 내 어머니와 형제냐? 너희들이 내 어머니와 형제들이다.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따라 사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와 자매이며 어머니란다. “

예전에 이 말씀을 생각하면 예수님께서 참 냉정한 말씀을 하시는 구나라고 생각했던 구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순간 이 구절이 무슨 말씀인지 알것만 같았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가족을 부인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더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미래에 외로울 것을 걱정하고 있던 나에게 친구의 개념을 바꿔주신 것입니다. 예전의 친구들도 물론 소중합니다만 지금 나에겐 옛날의 추억을 되살리며 희희낙락거릴 친구보다 내 주변에 있어 나와 함께 기도하며 말씀을 나눌 수 있는 분들이 더 중요한 친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러자 오히려 나이를 떠나 나에게는 폭넓은 나이대의 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미국에서 만난 많은 집사님들과 자매들의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모두 하나님이 엮어주신 내 친구들입니다.

그러자 한국의 친구들이 또다시 생각나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왜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지 못했는지 후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데 영영 그들이 복음을 듣지 못하면 어떻할까 싶어 마음이 아파온 것입니다. 그 뒤로 그동안 연락을 해 오던 몇 친구들에게라도 예수님을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성경책도 보내주며 예수님을 소개해보고 교회와 연결시켜주려고 노력을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비록 우리의 몸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있어 불가능해 보일수 있지만 열매를 거두게 하시는 것은 주님의 몫이니 때늦은 일이지만 나는 전하고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후회하지 않기 위해 이 곳의 친구들과 또 만나게 될 친구들에게 늘 복음을 전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