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오늘 나에게 붙여주신 사람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 너희는 내가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 . ( 요한복음 15 : 13 – 14 )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하니 때에 따라 말씀으로 나의 신앙의 지경을 넓혀주시는 좋으신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친구가 없어서 외롭다고 하니 주변 분들이 얼마나 좋은 친구인지를 깨달아 알게 해주시고, 그것을 넘어 하나님 자신이 내 친구가 되어 주기까지 하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나를 위해 목숨까지 버리시기까지 나를 사랑하는 예수님 같은 친구가 있는데 솔직히 어떤 친구가 또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되 한 자매를 알게 되었는데 첫 통화 도중 갑자기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 제인 자매님, 한국에 언제 가실 생각이세요? “ “ 글쎄요, 영주권이 나온 상태라 언제가 될지 잘 모르겠어요. 왜 물어보세요?“ “ 아~ 네, 그 동안 많은 분들이 정을 주고 나면 한국으로 떠나 가시길래 물어봤어요. “…  전화를 통해 이민 사회에서 친구를 만들기 위해 선뜻 마음 문을 연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구나 느껴졌습니다.    

사람의 인연이란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라고 하지만 이민 사회를 겪고보니 더욱이 만남과 헤어짐의 기간이 짧기도 하고 잦기도 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 자매도 그런 짧은 만남들을 겪으면서 누군가에게 정을 주는 것이 시간 낭비같기도 하고 자신의 에너지를 뺏기는 기분이 들었겠구나 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곳 캘리포니아에 온지 얼마되지 않아 처음으로 만난 귀한 집사님이 계시는데 그 분은 늘 사람들과의 만남을 즐기시는 분으로 일을 더 중요시 하는 나와는 좀 다른 분이셨지요. 어느 날 그 분은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 나는 오늘 내가 만날 사람들은 하나님이 나에게 붙여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임합니다. “ 그래서 그 분은 혹 약속이 어긋나도 그것에 연연해 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오늘의 만남을 허락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굉장히 단순하지만 오묘한 진리가 들어있었습니다. 일 중심으로 생각하는 나에게 적용하면 꽤 효과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 그렇다. 내가 오늘 만나는 사람은 하나님이 붙여준 것이다. 그 사람과의 관계가 계속 될 수도 있고 몇번의 만남으로 끝이 날 수도 있으나 그것도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이기에 상관없다. 모든 만남이 하나님이 나에게 붙여준 사람이기에, 오늘 한번의 만남으로 끝이 날 사람이라도 오히려 정성을 다 해보자. 이 한번의 나와의 만남으로 그 사람은 오늘 하나님을 만날 수 있고 위로를 받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 하나님과 멀어져 있는 상태였더라도 나와의 만남을 통해 하나님께 돌아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사람과 만나는 것은 시시콜콜한 수다를 떨기 위함이 아니라 내 삶을 통해 하나님을 나타내야 하는 내 일을 하는 것이다. ‘

즉, 사람 만나는 것을 하나님의 일을 하는 또 다른 일의 연장선으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때론 지인들을 만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머리를 식힐 수도 있겠지만 누구든지 간에 어느정도 거룩한 음모를 가지고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습니다. 물론 사람 관계를 우선 순위로 두는 분들에게는 불편한 이야기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오히려 나에게는 긍적적인 결과를 줄 수 있는 사고의 전환이 되었습니다. 어차피 내가 이 땅에서 해야할 일이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먼저 구하는 일이라면 내 삶을 통해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전하는 것이 일석이조의 효과가 되지 않겠습니까?

한 자매가 나에게 한국으로 언제 돌아갈 것인지에 대해 물었던 질문이 종종 생각날 때가 있는데, 사실 이 개념을 적용한다면 정을 준 뒤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그렇게 연연해 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우리의 짧은 만남이라도 진심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었다면 그것으로 족하기 때문이지요. 오히려 그 나누었던 사랑을 또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 있기 때문에 헤어지는 것도 하나님의 복의 원리로 보면 그리 나쁜것 만은 아닙니다. 그리고 한국에 간다하더라도 언젠가 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에 우린 영원히 헤어지는 것도 아닌 것이지요.

하루를 되돌아 보는 이 저녁에 글을 마감하면서 나에게 조용히 묻습니다. 오늘 내가 만난 하나님이 붙여주신 사람은 누구였나요?  오늘 내가 그 사람에게 하나님의 복을 나눠주려고 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