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내가 받은 사탄의 시험

 

오직 각 사람이 시험을 받는 것은 자기 욕심에 끌려 미혹됨이니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 야고보서 1 : 14 ~ 15 )

 

 

우리에게 어떤 크고 작은 고통이 다가오면 그것이 어떤 종류의 시험인지 조금 차분히 구분해 볼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이 Test라면 반드시 통과해야 할 것이고 그것이 Temptation 이라면 반드시 이겨내야하기 때문이지요. 물론 고통스럽고 화가나는 일이 닥칠 때 마음 속에서 이것을 구분할 정신이 있을까 싶지만 몇 번의 경험들을 통해 봤을 때 빨리 구분해보는 것이 나에게 유익이 되었던 것은 분명했습니다.

 

나는 처음 2011년 9월부터 이 에세이를 ‘ 반석위에 세운 집 ‘ 이라는 가제목을 달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께 받은 사랑이 너무 커서 그 하나님의 사랑이 모든 가정의 반석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지요. 그 당시 남편도 교회에서 하는 1년 기간의 프로그램에 합류한 시점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새로운 출발이었고 우리 가정에 신앙적인 부흥이 일어나길 소망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우리 가정에 엄청난 회오리 바람이 불었습니다. 사건은 평범했던 어느 날 밤 11시, 신랑 전화기에 울린 어떤 여자의 전화 때문이었습니다. 거래처 직원이라고 했기 때문에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나는 평화로이 잠이 들었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꿈 속에서 신랑을 의심하며 그의 핸폰을 열어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실생활에서는 한번도 신랑의 핸폰을 열어본 적이 없었지만 말입니다. 여하튼 꿈속에서는 정확히 소영 이라는 이름의 여자와 통화했던 기록이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나는 다음날 저녁식사를 마치고 신랑에게 물었습니다. 그 날 전화온 여자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말이지요. 소영이었습니다. 신랑과 나, 둘다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 때부터 며칠 전에 일어난 다른 일까지 합쳐져서 대화가 언쟁이 되고 언쟁이 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완전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나는 그를 취조하고 있었고 신랑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난리를 쳤습니다. 그 일은 이틀, 사흘, 연장전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거의 이렇게 부부싸움을 하지 않았던 터라 나도 감당하기 힘들었고 물론 신랑도 그랬을 것입니다. 나의 추리는 더욱 큰 상상을 낳았고 그것은 점점 더 큰 꽈리를 틀고 일어나기 시작했지요. 결국 생각같아서는 딱 신랑과 헤어져버리는게 낫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랑만 남겨놓고 아이들을 데리고 감쪽같이 한국으로 날라가 버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막내의 미국 여권을 만들어 놓지 않은 것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알아보니 신랑이 같이 동반해야 여권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한국행은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동안 오직 신랑의 믿음을 위해 살아왔던 나의 희생도 딱 여기까기만 하고 싶었습니다.

 

갑자기 나는 이 에세이쓰는 것이 생각났습니다.

' 그래, 그만 쓰자! 나 같은 주제에 이런 글을 쓸 수는 없지. 내가 지금 이혼하고 싶은데 무슨 반석위에 세운 집을 쓰냐. 말도 안되지. 신랑도 훈련받는 것도 다 소용없는 짓이야. 해봤자 똑같을 텐데…’

 

계속되는 자학과도 같은 자아비판을 해대고 있던 순간 전혀 다른 개념의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아~ 혹시 이것이 사탄의 공격이란 것일까? 공교롭게도 이것이 일어난 시점이 우리 부부에게 지금 영적으로 도전되는 일을 하고 있을 때잖아. ‘

 

그 생각이 미치자 전에 교회 리더 집사님이 해주셨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 내 머리 위로 새가 날아갈 수는 있겠지만 그 새가 내 머리 위에 둥지를 틀게해서는 안된다. ‘

나쁜 생각들이 순간 순간 내 머리 속에 떠오를 수는 있지만 그것을 점점 키워 둥지까지 만들어 알을 낳고 새끼까지 나오게 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곧장 친한 집사님를 만났습니다. 속시원하게 지금 현 상태를 이야기했습니다. 내 주변에 믿음의 친구가 있다는 것이 이래서 감사한 일일까요? 집사님은 자신의 비슷한 경험들과 하나님의 사랑의 말로 나를 감싸주시면서 권위해주셨습니다. 상황은 변한 것이 없는데 돌아오는 차안에서 나의 마음은 180도 변해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사탄의 Temptation 이란 결론을 내리고 신랑한테 문자를 보냈습니다. ‘ 저녁에 맛있는거 먹으러 갈까? ‘ 며칠간 나를 피해 잠든 시간에 들어왔던 신랑은 곧바로 ‘ 어디갈까? ‘ 라는 답변이 왔습니다. 그날 저녁 식당에서 아이들과 함께 우리 가정은 다시금 웃을 수 있었습니다.    

폭풍이 지나간 후, 마음의 제정비를 마치고 다시금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제목에게 쑥스러운 마음이 들어서인지 ‘ 반석 위에 세운 집‘이란 제목을 지웠습니다. 대신 하나님 마음 알아가기를 타이핑했습니다. 문득 나 같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하나님 마음을 알아가는 것이 더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 다시금 반석 위에 세워가기로 결정한 우리 가족을 쑥스럽지만 과감히 공개합니다. 다른 여타 칼럼처럼 많은 조회수를 자랑하는 칼럼이라면 제 사진을 올리지 못했을텐데 특별 소수 정예^^ 회원들만 보시는 칼럼인지라 더욱 가족적인 분위기를 드리고자 올려봅니다. 후후 몇 년전 스튜디오에 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더욱 하나님 마음 알아가는 우리 가족이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