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만나를 먹는 나의 인생

 

너를 낮추시며 너를 주리게 하시며 또 너도 알지 못하며 네 조상들도 알지 못하던 만나를 네게 먹이신 것은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네가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 ( 신명기  8:3 )

 

 

미국에 와서 높은 이자로 집을 사게 된 일과 신랑의 월급 봉투로만 살림을 꾸려가게 된 여러 복합적인 일로 한달 한달 우리 집 가계 상태가 마이너스가 될 때가 많았습니다. 물론 감사한 것은 몇 달간 숨이 막혔다가도 하나님은 다시 0 의 상태로 채워주시곤 했다는 것입니다. 여하튼 미국의 생활 패턴이 소비 문화로 되있다보니 나가는 돈은 늘 예상을 넘게 되었습니다. 몇 년간은 그래도 한국에서 모아둔 돈으로 매꿀수 가 있었기에 조금 버거움을 느꼈지만 그냥저냥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2009년 무렵, 용돈 벌이로 가르쳤던 바느질 일도 조금 뜸해졌고 글을 쓴다는 이유로 그마저 포기해버리고 나니 정말 모든 소비를 확 줄여야만 했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절대 빈곤의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쓰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나의 경험을 통해 누구라도 상황이 꼬이게 됨에 따라 경제적인 압박이 올 수 있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하튼 그 때 당시 내가 느꼈던 압박은 내 숨을 조이는 것만 같았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단 얼마라도 적금을 들 여유조차 없다는 것을 수 없는 적금 중도해지를 경험하면서 이곳 생활에 더욱 환멸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나를 미국에 보내신 이유가 있다는 말씀을 붙잡지 않았다면 당장 내 일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한국으로 가자고 졸라댔을 것입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하나님께 감사할 거리를 찾아 내 마음을 안정시키곤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사실 나는 또 다른 우상인 돈과의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제일 먼저 아이들 옷과 나를 위한 소비는 몽땅 줄여야 했습니다. 아는 지인들과의 약속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피해야만 했습니다. 신랑이 힘들게 버는데 내가 나가서 10불,20불 쓴다는 것이 내 자신한테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옷은 거의 다 남들에게 얻어 입혔습니다. 옷이 날개라는 진리는 아이들에게도 통한다는 것을 엄마들은 다 아실 것입니다. 특히 딸 가진 엄마들의 마음은 다 같겠지만 나도 내 사랑스런 딸을 예쁘게 입히고 싶은 엄마 중에 한 사람인데 선택의 여지가 없이 넘겨받은 옷 중에서 골라 입혀야 했지요.

 

그런데 시즌이 지날 때마다 나를 생각해 어디선가 누군가로부터 옷이 한꾸러미씩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딸의 생일 날, 딸의 옷이 거의 작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던 그 저녁,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친한 자매가 작아진 자신의 딸의 옷을 지나가는 길이라며 문 앞에 한꾸러미 놓고 갔습니다. 갑자기 나는 이것이 하나님께서 내려주신 만나라고 생각해 눈물이 났습니다. 아니 이것이 만나가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그 날 이후로 하나님이 우리 가족을 입히시고 계신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며 간증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아들은 물론 딸의 옷장에 누구에게 받은 옷인지도 모르는 옷들이 꽉 차있습니다. 내 옷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이곳 저곳에서 옵니다. 하나님의 복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있다는 것은 맞는 말이었습니다. 내가 받은 옷들이 이후에 필요한 또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한국에서 내 통장에 돈이 있어 내가 필요할 때마다 쓸 수 있었을 때에는 입으로는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그것은 내 돈으로 샀을 뿐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통장이 늘 0 이 되니 입는거 먹는거 사는거 모두가 하나님께서 주시는 만나임을 매일같이 고백하는 은혜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은 주기도문의 일용할 양식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무릎을 치며 깨닫기도 했습니다. 다음날 먹을 것을 허락하지 않으시고 오직 그 날 먹을 양만을 허락하시며 내려주셨던 만나, 나는 바로 그 만나를 광야와 같은 미국에서 먹을 수 있었습니다.

 

나의 미국에서의 경제적 고난은 신명기의 말씀처럼 나를 낮추시고 주리게 하셔서 남들은 경험하지 못한 만나를 경험하게 하셨습니다. 또 그것은 내가 믿어왔던 모아둔 통장의 돈으로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여호와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것임을 내가 진정으로 알게 하심인 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나와 혹 여러분이 겪고 있는 경제적인 고난은 분명 만나를 내려주시는 하나님을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는 통로임을 알기 원합니다.   

 

--> 일주일 전 우리 딸을 위해 친한 지인이 자신의 아는 집사님으로부터 공수해 전해 준 온갖 드래스와 옷 한봉다리입니다. 우리 딸은 이 드래스들을 입어보며 많이 행복해했지요. 보십시요, 이것이 하나님이 내려주신 만나가 아니면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