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도 충분합니다.

 

또 너희가 어찌 의복을 위하여 염려하느냐?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라. 수고도 아니하고 길쌈도 아니하느니라.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보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 마태복음 6 : 28 ~ 33 )

 

 

고등학교 1학년때, 친구 언니가 보던 VOGUE라는 패션 잡지를 처음 보게 되면서 옷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 그것을 계기로 나는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직업의 탓도 있겠지만 나는 꾸미기를 좋아하는 여자입니다. 그러나 내 경제 규모 안에서 건전한 소비를 해왔기 때문에 옷에 관해 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경제적인 압박으로 아이들 옷은 물론이요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내 옷마저도 사기가 어려워지면서 의식적인 절제를 하다보니 조금씩 내 속에 옷에 대한 욕구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크기만 달랐지 사치하는 여자나 나나 같은 것을 우상화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내 속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할 때 즈음 만나처럼 입을 것을 공급해주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고 나의 변화되어야 할 부분이 연단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교회 행사에 도네이션하기 위해 옷장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입지 않는 옷과 가방들이 한 60~ 70 벌 정도가 나오게 되었지요. 그만큼을 빼내고나니 내 옷장은 깨끗해졌는데 놀라운 것은 아직도 입을 것들이 옷장에 꽉 차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동안 내가 누렸고 집착했던 결과를 보는 듯했습니다.‘ 그래, 지금 가지고 있는 옷으로도 충분하구나! ‘ 바닥에 쌓여있는 옷과 내 옷장 속을 보면서 그동안 나는 굉장히 풍요롭게 살아왔고 소비를 금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도 나는 풍요로우며 더 이상 아무것도 사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미 넘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나는 크리스챤으로서 옷에 대한 건전한 소비가 무엇일까 이런저런 고민을 자주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 자기들의 몸이 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를 하였더라. ‘ – 창세기 3 : 7

 

인류 역사상 처음 옷이 탄생하는 순간이 공교롭게도 인간의 죄를 가리기 위한 도구로 시작되었다는 것도 그 때 떠올렸던 것 중 하나였습니다. 육체가 되어버린 죄 된 몸을 가리다 못해 오히려 육을 아름다운 것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옷들이 그렇게 탐이 날 정도로 진화된 것은 아니었을까요? 또 옷은 정말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새로 산 옷도 몇 번 입고나면 처음 입었던 그 감격을 느끼지 못하는 내 경험으로 볼 때 진정 어떤 옷이든지 간에 옷의 가치는 그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 보통 주부들이 애착을 가지는 그릇과 가구들을 떠올려보았지만 영원히 기쁨을 주는 것은 없었습니다.

 

예수님을 처음 만난 이후, 34년간 오히려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이렇게 예수님처럼 지속적으로 나에게 기쁨을 주는 대상은 정말 없었습니다. 당장이라도 모든 물욕이 없어지고 나의 우선순위가 그 영원한 가치 위에 올려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학창시절에도 입어보지 못한 유니폼을 입고 싶단 생각도 했습니다. 고인이 된 앙드레 김 선생님처럼 옷을 고르며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고 가치있는 곳에 더욱 신경쓰기 위해 내 옷장에 마치 유니폼처럼 같은 옷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진지한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신념에도 불구하고 아직 나란 사람은 매일 같은 옷을 입을 자신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단지 경제적 소용돌이 속에 있게되면서 옷에 대한 가치가 얼마나 형편없는 것들 중 하나라는 사실과 그것들을 사고 싶은 내 소유욕도 잠잠해졌다는 것과 오래 된 옷도 늘 입을 수 있는 편안한 마음과 매일 같은 가방을 들고다녀도 상관이 없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무엇을 입을까하는 걱정은 세상 사람들이 하는 걱정임을 진심으로 깨닫게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엇이든지 간에 나의 영적인 우선순위를 빼앗기고 있음을 느낄 때 내 자신을 위해 이 모토를 마음에 되새기려고 합니다.

 

“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충분하잖아! “

 

--> 100여년 전의 선교사님과 찍은 사진이라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무슨 옷을 입을까에 대해 오랫 세월를 고민해온 사람으로서 이제는 조금 지긋지긋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나는 이 옷들이 예뻐보입니다. 그래서 한복과 롱 드레스의 믹스된 나만의 개량 한복을 디자인해서 만들어 입어볼까도 진지하게 생각했더랬지요. ㅎㅎ 아무튼 한복을 입었던 저 당시 사람들은 적어도 무엇을 입을까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