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겸손하신 예수님

앉아서 먹는 자가 크냐 섬기는 자가 크냐 앉아 먹는 자가 아니냐 그러나 나는 섬기는 자로 너희 중에 있노라. ( 누가복음 22 : 27 )

내가 결국 도달해야하는 장성한 분량은 예수님의 성품과 같은 온유와 겸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국어 사전 속의 겸손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라고 합니다. 물론 예수님은 그런 분이심에 틀림없었으나 예수님의 겸손은 그 이상의 무엇가를 더 포함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I am gentle and humble in heart.’ 영어 성경은 겸손을 humble이라 표현하고 있습니다. 영어 사전에는 우리 말과 같은 겸손의 뜻을 담고 있으나 때론 지위나 신분이 보잘 것 없을 때, 혹 사물이 변변치않고 초라할 때도 쓰인다고 하니, 내가 생각했던 예수님의 겸손은 바로 영어적인 뜻과 가까왔습니다.

내가 만난 예수님은 최고의 리더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리더와는 전혀 다르게 사신 분이십니다. 절대적인 신이 완벽한 인간으로 내려와 그만큼 낮은 자리의 삶을 살았다는 것, 그것은 인간이 어떻게까지 humble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시는 완벽한 본보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가 신이라서 잠시 인간으로 사는 33년을 humble하게 살아주신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십자가의 공로도 의미가 없어질 것입니다. 그는 완벽한 인간으로 오셨기에 그의humble하게 사셨던 삶이, 십자가에 달려 고통당하신 것이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 요한복음 13: 14

예수님은 세상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유일무이한 선생님이실 것입니다. 다른 곳도 아닌 발을 씻을 때에는 무릎을 꿇고 낮은 자세를 취해야만 닦을 수 있습니다. 마음만 낮은 자세가 아니라 몸도 낮아지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신 것이지요. 

‘예수께서 이르시되 와서 조반을 먹으라 하시니 제자들이 주님이신 줄 아는 고로 당신이 누구냐 감히 묻는 자가 없더라. 예수께서 가셔서 떡을 가져다가 그들에게 주시고 생선도 그와 같이 하시니라.’요한복음 21:12 ~ 13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목자없는 양같이 흩어져 버린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어느 날, 예수님은 다시 디베랴 바닷가에 나타나셔서 고기를 잡고 돌아온 배고픈 제자들을 위해 떡과 생선을 직접 숯불에 굽고 계셨습니다. 나는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머리 속에 그림을 그립니다. 그런데 아무리 이 그림을 멋있게 그려보아도 역시 온 세상의 왕이신 분이 쭈그리고 앉아 음식을 굽고 계신 humble한 모습 밖에 그릴 것이 없었습니다. 발을 씻기실 때처럼 몸이 낮아져야 할 수 있는 일이지요. 리더가 된다는 것은 결코 음식을 받아먹는 자리가 아니라 대접하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예수님께 한수 배웠습니다. 세상의 모든 리더가 이렇다면 과연 모임의 분열이나 백성들의 쿠테타나 나라간의 전쟁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시온 딸에게 이르기를 네 왕이 네게 임하나니 그는 겸손하여 나귀, 곧 멍에 메는 짐승의 새끼를 탔도다 하라’ 마태복음21 : 5

예수님께서 처음으로 왕으로서 환호를 받으신 적이 있습니다. 그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이 예루살렘으로 가는 예수님을 향하여 종려가지를 흔들며 “호산나, 호산나 “ 성이 요동칠 정도의 환호를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환호를 받으시는 예수님은 고급 안장이 얹어져 있는 잘빠진 낙타를 타고 환호에 일일히 손을 흔들어가며 으스대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을 한번도 태운 적 없는 새끼 당나귀를 타셨으니 혹 비틀거리지나 않을까 제자들은 조심스러웠을지도 모릅니다. 요즘으로 치면 한 나라의 왕이 가장 싸구려 차를 몰고 시가 행진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겸손하다 못해 너무 우스꽝스러워서 감히 세상의 어느 왕도 시도해 볼 수 없는 일입니다.

차는 보통 신분을 나타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차만큼은 좋은 브랜드에 집착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능보다 디자인을 먼저 생각하는 나는 한국에서 스포츠카를 타고 다녔습니다. 예수님과 같은 겸손은 태생적으로 할래야 할 수가 없었던 나의 가치관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의 그 겸손함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느껴졌고, 그 겸손을 이 세상에 더 의미있게 남겨드리는 일은 나의 어떠한 말보다도 내가 한번이라도 겸손해지는 것, 그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