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부모님께 용돈 드리기

너희는 이르되 누구든지 아버지에게나 어머니에게 말하기를 내가 드려 유익하게 할 것이 하나님께 드림이 되었다고 하기만 하면 그 부모를 공경할 것이 없다 하여 너희의 전통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폐하는도다. ( 마태복음 15 : 5 – 6 )

몇 년전부터 나에게는 매달 몇 백불의 고정 수입이 생겼습니다. 그 수입이 처음 생길 때에는 이제부터 양가 부모님께 매달 용돈을 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습니다. 한 일년 쯤 지나서 어쩔 수 없이 생겨난 일들로 인해 지출이 늘어나게 되어 결국 부모님께 드릴 용돈을 중간중간 빼먹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의 삶은 빌빌(Bill Bill) 거리다 죽는 삶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민자의 삶은 그 자체도 서글픈 면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느끼지 못한 Bill에 대한 압박감이 들었을 때, 처음으로 나는 미국의 삶이 절대로 녹녹하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부모님께 작은 용돈마저 드리지 못하게 되었을 때는 굉장한 안타까움이 있었지요. 그러나 부모님 용돈을 드리면서 카드 값을 안갚을 수는 없다고 자위하면서 특별한 날들을 제외하고는 자주 드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한달 지출 내역 중에 빼먹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하나님께 드리는 고정 헌금입니다. 주일 헌금이나, 감사헌금, 십일조 등의 헌금은 자랄 때 부모님께 배운 기본적인 신앙 생활이기에 나에게도 이것들은 생활화가 된, 아니 어쩜 의무화가 된 일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던 중, 올 초에 문득 ‘내가 너무 힘든 달에도 하나님께는 드리는 것은 왜 멈추지 않고 반드시 드려야 하는 것일까?’고민했습니다. 물론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지만 혹 ‘내가 하나님께 드리면 하나님도 나에게 복 주시는 것을 멈추지 않으시겠지!’라는 ‘GIVE AND TAKE’를 생각한 것은 아닌가 싶어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고야 어떻게 내가 힘들다는 핑계로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은 멈추면서 하나님께 드리는 것은 오히려 점점 느릴 생각을 할 수 있는지요?

아주 오래전 일이 기억이 났습니다. 나는 대학 졸업 년도에 한달간 한 아이의 입시 미술을 가르치고 100만원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거액을 벌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 내복을 사드려야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나는 그 아이를 가르치는 처음부터 내가 받을 수강비는 하나님께 전부 드려야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아벨이 그의 양의 첫 새끼와 그 기름으로 제사를 드렸던 것 같이 나도 처음 것이기에 하나님께 구분하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내가 이렇게 굶지 않고 하나님께서 먹여주시고 입혀주시는 것은 혹시 첫 열매를 하나님께 드렸기 때문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부끄럽지만 돌이켜보니‘GIVE AND TAKE’신앙이었던 것 같습니다. 헌금의 본질은 그런 뜻이 아닌데 말입니다. 지금까지의 것들로 감사하여 내 마음을 담아 그 분에게 드리는 것인데, 그래서 하나님께 더 이상 받을 것이 없다하더라도 그 분, 한분만으로도 감사해서 드리는 것이 헌금일진대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마도 십일조 만큼은 무언가를 바라고 드리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만군의 여호와가 이르노라 너희의 온전한 십일조를 창고에 들여 나의 집에 양식이 있게 하고 그것으로 나를 시험하여 내가 하늘 문을 열고 너희에게 복을 쌓을 곳이 없도록 붓지 아니하나 보라.’물론 말라기 말씀에 근거해서 하나님께서 말씀대로 실행하실 것을 믿습니다. 하지만 십일조 또한 앞으로 내가 받을 것을 바라보고 내는 헌금이 아닌 여지껏 내가 번 소득 중에 마땅히 하나님것을 감사함으로 구분하여 내는 것임을 다시 가슴에 새겨 보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처음으로 큰 돈을 벌었을 때, 내가 감사해야 하는 분은 하나님말고도 부모님도 계셨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닫게 됩니다. 그 100만원 감사헌금 중에 10만원이라도 떼어 부모님 내복을 샀다하더라도 전혀 화내실 하나님이 아니신데, 나는 너무 하나님을 오해했나 봅니다. 순간 섬광처럼 마태복음의 말씀하나가 머리를 스쳤습니다. 부모님께 드려야 할 것을 하나님께 드렸다고 해서 신앙인의 의무를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람의 생각이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이었습니다.  올 1월부터 다시금 양가 부모님께 용돈 보내는 것을 시작했습니다. 내가 처음 몇 백불의 수입이 생겼을 때 다짐한 것을 생각하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