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완전히 내려놓음

 

 

너의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저를 의지하면 저가 이루시고  ( 시편 37 : 5 )

 

수년 전에 내려놓음 이라는 기독교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책은 이용규 선교사님의 자서전적인 에세이입니다. 누구나도 선망하는 서울 대학교와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지만 보통 사람들이 기대할 수 있는 진로가 아닌 다소 파격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몽골 선교사로의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그의 삶 속에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던 것들에 대한 솔직한 고백을 통해 믿는 자들에게 도전을 주었던 좋은 책이었지요. 그 뒤로 그 분의 더 내려놓음 이라는 책도 같이 베스트 셀러가 되었었지요.

여하튼 이 책의 인기에 힘입어 어느새 내려놓음 이라는 말은 우리 성도들의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쓰여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것을 느끼고 난 뒤부터 정말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성도들 사이에서 그 말은 자주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목사님들 조차도 말이지요. 그것은 마치 아멘 이나  할렐루야 와 같이 기독교 전문 용어가 되어버린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내려놓는다 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요? 얼마나 높이 들고 있었기에 내려놓았다면서 더 내려놓아야 한다고도 말하는 것인가요? 내려놓다 의 사전적 의미는 ‘위에 있는 것이나 들고 있는 것을 아래로 놓는 것’과 ‘교통수단을 이용해 사람을 어떤 지점에 옮겨 놓는 것’ 입니다. 즉, 내려놓는다 는 것은 무엇을 들고 있다가 바닥에 놓을 때에 내 힘을 완전히 풀어 놓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어떤 사람을 원하는 장소로 완전히 옮겨 놓았을 때, 내려놓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으로 그 곳에 도착해 무엇을 내려놓기 전까지는 아직  ‘내려놓았다’라고 표현할 수 없는 것이지요. 문득 나 또한 이 말을 그 뜻에 걸맞게 사용하고 있었는지 되돌아 보았습니다.

아멘 과 할렐루야 는 어떤 뜻인지 아십니까? 아멘 은‘확실히 그렇게 될 줄 믿습니다.’라는 뜻이요, 할렐루야 는 ‘하나님을 찬양하여라.’의 뜻으로 마치 추임새처럼 주로 말씀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의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두 언어야말로 자발적인 기쁨의 응답으로 표현되야 함에도 불구하고 목사님에 의해 유도되는 경향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할렐루야 와 아멘 이 남발되고 있지만 성도들의 행동에서는 변화가 없었기에 때로 그 용어들은 기독교의 비웃음거리 중 하나로 표현될 때가 있지요.

또 하나, 파워를 잃은 듯한 용어가 떠오릅니다. 초대 안디옥 교회의 성도들로부터 쓰여진 기독교인, 그리스도인이란 뜻의 크리스챤 이란 용어입니다. 그 당시, 크리스챤 이라고 할 때는 3년간의 훈련과 더불어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대로 자신의 삶을 온전히 드리며 살아가는 헌신된 기독교인에게 주어진 명칭이었습니다. 그래서 크리스챤 이라고 하면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작은 예수로 인정하는 어떠한 파워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세상은 크리스챤 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습니다. 그들의 인격도 알수 없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사기꾼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말 어떻게해야 그 용어가 다시 명예 회복을 하게 될런지 마음이 아파옵니다.   

‘네 짐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가 너를 붙드시고 의인의 요동함을 영원히 허락하지 아니하시리로다.’시편 55 : 22

나는 평소에 무엇을 내려놓아야한다고 이야기했는지 떠올려 보았습니다. 나의 남은 인생의 여정을 주님께 내려놓는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나의 남편을 그리고 나의 아이의 앞길을 주님께 내려놓는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완전히 내 힘을 빼고 그것들을 주님의 손바닥에 내려놓았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몇 시간을 무거운 가방을 매고 다니다 어느덧 목적지에 다다라 그 짐덩어리를 내려놓았을 때의 후련함과 해방된 기분은 진정 내려놓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일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저기 주님께 내려놓아야 한다  는 말은 많이 들리는데 실제로는 내려놓는 자만이 느끼는 기쁨을 그다지 느끼고 사는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혹시 내려놓지는 못하고 가방 끈만 길게 늘어뜨린 상태는 아닌지… 그 상태가 더 무거운 줄도 모른 채 내려놓을 곳이 주님의 손바닥인 줄도 모르고 우왕좌왕 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만약 그렇게 계속 내려놓지 못한다면 내려놓음 이 가져다 줄 수 있는 파워 또한 힘을 잃고 다른 기독교 용어처럼 우스개거리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 주님께 내려놓는 것에 대해 크리스챤을 자문하게 했던 말하자면 시발점 역할을 해준 귀한 책이지요. 여러분도 주님께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스스로 질문해 보시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혹 말로는 인정하지만 아직 진심으로 내려놓지 못한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