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온전히 올려놓음

네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시고 ( 시편 37 : 5 )

내가 움켜쥐었던 것을 주님께 내려놓을 때 동시에 가능한 일은 주님께 그것을 올려드릴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즉 주님께서 손수 주물럭거리시며 작품을 만들 수 있게 해드리기 위해서는 우리의 완전한 내려놓음으로 그 분의 손바닥에 온전히 올려드리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도 내 뜻대로 되어진 것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자 내 인생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나와 관계된 모든 것들을 주님께 내려놓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도 인정할 수 밖에 없지요. 그런데 정답을 알고 있지만 쉽게 정답을 인정하기에는 어려운 문제가 한가지 있었습니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오래된 신앙인이라면 기본적으로 내 아이는 하나님의 것이라고 배우며 또한 입으로 고백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순간 순간 내 맘대로 하면 될 것 같은 나의 아이들을 주님께 완전히 내려놓는 문제는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대부분 주위에 엄마들을 만나게 되고, 그럴 때마다 각자의 아이 키우는 노하우들을 서로 쏟아내며 정보들을 교환하곤 합니다. 내 방법을 고수하다가도 솔깃한 몇 마디에 아이의 교육 방법이 이리저리 변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이런 저런 방법은 다양한 것 같은데 대부분의 한국 엄마들의 목표는 다들 한가지인 것을 압니다.

2년전, 달라스에 사는 시조카가 스탠포드에 들어가게 되자 가문에 영광처럼 온 집안이 기뻐했었습니다. 그 뒤로  우리 아들은 스탠포드, 아니 하버드 정도는 들어가야하지 않겠냐는 분위기가 흐르게 되었습니다. 겨우 8살짜리 아들을 향해 말입니다. 아니 어쩌면 아직 8살 밖에 되지 않은 아들을 가진 엄마이기에 현실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도 모르고 꿈꿀 수 있는 건지도 모르지요. 여하튼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한국 엄마들의 꿈은 저 멀고 먼 하버드에 먼저 가있는 것을 보곤 합니다.

한가지 질문을 던져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아이가 엄마의 바람대로 하버드에 갔는데, 졸업 후에 이용규 선교사님처럼 몽골로 떠난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실 이 질문은 내 스스로에게 종종 물어보았던 질문입니다. 물론 아이가 하나님에게 쓰임받길 원한다고 기도하면서도 나는 처음 그 질문에 뜨끔해 얼버무리는 모순된 행동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답이 무엇인지 알기에 나는 종종 나를 테스트하려는 듯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곤 했습니다.나는 나의 아이가 하나님의 것이라고 인정하는 엄마가 자녀를 하버드에 보내겠다는 목표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자신한다면, 그 후의 만약 이와 같은 자녀의 선택에 기쁨으로 그들을 보내줄 수 있어야만 그 꿈이 끝내 하나님 앞에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귀납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고 싶다면 만약 그들이 나중에 선교사로 나가길 원한다 하더라도 축복해줄 수 있는 부모가 먼저 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공부 잘하는 것도 달란트라고 한다면 내 아이 만큼은 공부를 잘할 것이라는 생각은 분명 착각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부모님의 꿈을 실현해주는 도구가 아니기에 하나님이 원래 주신 달란트대로 잘 사용받을 수 있도록 그 받은 달란트가 무엇인지 발견해주는 것이 우선 순위가 되야겠지요. 

내 아이를 어느덧 내 뜻대로 몰아가고 있음이 느껴질 때, 내 아이는 창세전에 이미 다 예정해놓으신 하나님의 백성인데, 하나님의 때에 맞추어 부모의 육적인 형질을 닮은 육에 덮입혀 이 세상에 나온 것 뿐이라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마치 완벽한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된 공장에서 내용물이 착착 겉 포장이 씌워져 나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나님의 것인 내 아이의 영혼을 내가 겉 포장만 해준 사람이라는 이 상상은 정말 내 아이가 내 것이 아닌 하나님의 것이라는 진리를 되새겨주곤 합니다. 단지 나는 이 아이의 영혼이 하나님과 인격적인 일대일 만남을 가질 수 있게 징검다리의 역할을 해주고 원래 설계한 대로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게 이끌어 주는 책임 막중한 청지기일 뿐이지요.

지난 몇 달간, 나는 ‘미션 퍼스펙티브스’ 라는 선교 훈련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훈련을 마치는 날, 종종 하던 질문을 또 나에게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선교에 대한 뜨거움이 가득했던 터인지 ‘ 하나님, 만약 우리 아이들이 하나님 일을 한다고 선언한다면 기쁨으로 그들을 보내길 원합니다.’ 라는 대답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부모된 내가 끊임없이 아이들을 주님께 내려놓고 그분께 다시 올려드리는 일이 먼저 선행되어야 나의 아이들도 주님께 헌신하겠다는 날도 올 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