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지경을 넓혀주시는 하나님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허락하신 대로 네 지경을 넓히신 후에, 네 마음에 고기를 먹고자 하여 이르기를 내가 고기를 먹으리라 하면 네가 언제나 마음에 원하는 만큼 고기를 먹을 수 있으리니 ( 신명기 12 : 20 )

나는 글을 좋아하는 미씨들이 즐겨찾는 공간에 이 에세이들을 처음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주제가 하나님이긴 하나 다른 분들처럼 에세이 형식의 글이라 별 개의치 않았지요. 48번째 에세이가 올려졌을 무렵이었습니다. 종교적 색채의 글들이 부담스러웠는지 누군가 종교방으로 옮겼으면 한다는 의견을 올렸습니다. 그러자 봇물터지듯 동의하는 답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지요. 억울하기도 하고 당황스러운 그 상황에서 나는 한참 디자이너로서 꿈을 펼치고 있었던 나의20대 중반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회사를 잘 다니고 있던 나는 갑자기 나만의 독특한 일을 해보고 싶어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엄마의 모진 눈초리를 뒤로하고 직접 만든 액세서리와 스카프류를 한보따리 들고 이대 앞으로 갔더랬죠. 대로변에는 좀 낯이 팔릴(?) 것 같아 아늑한 뒷 골목을 찾아 검정 원단을 바닥에 깔고 일명 노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언뜻 맘에 들어 자리잡은 곳이 나에게 명당자리라는 것을 곧 알게 되었습니다. 한 3~ 4미터 폭되는 골목에 한쪽에만 가게가 있었고, 내 자리 양쪽의 옷가게들은 모두 남자들이 주인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같은 경쟁자일 수 있는데 남자 주인들은 내가 미스였기 때문인지 커피를 갖다주는 등 오히려 나를 배려할 때가 많았었지요. 다행이도 내 상품은 핸드메이드라는 특징으로 2~3시간 안에 다 팔려 일찍 집으로 올 수가 있었고 그렇게 야단을 쳤던 엄마도 현금을 주머니 가득 들고오는 딸이 싫지 않은지 태도는 180도 변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3개월을 소위 잘 나가고 있었을 때,벽으로만 되있던 반대편 쪽이 공사를 시작하더니 금새 새로운 가게 몇 개가 생기게 되었고 그곳엔 여자 주인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가끔 마주보이는 가게 안의 여주인과 눈이 마주칠 때가 있었지만 먼저 자리잡은 저로서는 별 개의치 않고 장사를 하고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맞은 편 가게, 여주인이 저를 부르더니 도도한 눈빛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 그 장사, 내 눈앞에서 좀 치워주실래요 . 나는 지금 장사도 안되서 죽겠는데… 본인은 월세도 안내고 거기 앉아 장사가 잘 되고 있는 것이 꼴보기 싫거든요? …”

그 다음날, 나는 그녀의 눈에 보이지 않게 내 자리를 그녀의 가게 옆으로 옮겨주었습니다. 그런데 단지 바로 맞은편으로 옮긴 것 뿐이었는데, 그 자리는 바늘 방석 같았습니다. 그리고 물의를 일으키면서까지 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 아~ 그만 할때가 되었구나. ‘  

그렇게 생각이 마무리되자 난 곧 가게를 얻어야겠다는 좀더 발전된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망설임없이 바로 일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두드리고 찾았더니 정말 얼마지나지 않아 그동안 모아둔 약간의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가게를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한평 갓 넘은 규모의 가게로, 재봉틀을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작업 테이블이 들어가고, 3면에 상품들을 걸수 있는 나에게는 안성맞춤인 곳이었습니다. 누가 쫓아낼 사람도 없고, 눈치도 볼 필요도 없으며, 열고 닫는 시간마저 원하는 대로인 나만의 사업체가 생긴 것입니다. 나에게 모질게 해 준 그 분이 없었으면 결코 생각할 수도 얻을 수도 없었던 가게였지요.

나의 에세이 퇴출 사건은 노점을 접어야만 했던 때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더욱 쉽게 ‘아~  그만 할 때가 되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는지 모릅니다. 분명 그 때처럼 하나님께서 더 좋은 곳을 마련해 주실 것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더군다나 하나님의 마음을 알리고 싶어 이러는데 나의 지경을 넓혀주시지 않으면 누가 손해?일까 싶어 내심 기대감마저 가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5일만에 나의 글은 더 좋은 곳, 내 마음대로 하나님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 곳 ‘제인의 신앙 에세이’ 로 옮겨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네 삶이 늘 그렇듯 내 인생도 내 뜻대로 되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잘 되는 듯 싶다가도 확 틀어지는 것이 다반사였지만, 그 틀어져 아픈 고통도 다 끝이 있다는 것을 경험했기에 도전하며 살아갈 만한 것이라고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단 그 가운데는 나의 지경을 반드시 넓혀주시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계신 하나님이 늘 나와 함께 계신다는 결론도 함께 깨닫게 되었을 때 그 의미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