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아이와 사랑에 빠진 나

너희 중에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구하라. 그리하면 주시리라.   ( 야고보서 1 : 5 )

한달 째 되는 나의 아들을 초음파 화면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땅콩 같은 것 하나가 화면 속에서 힘차게 움직이며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그것이 심장이라며 아주 건강하게 뛰고 있다고 알려주셨지요. 정말 모양이 심장 모양이었습니다. 그렇게 귀여운 심장은 처음 봤습니다. 난 그때부터 아들과 사랑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때어날 때쯤엔 이미 콩깍지가 제대로 씌워져 있었지요.

그 후로 삼년 뒤, 나의 딸은 미국에서 태어났습니다. 너무도 바랬던 딸이기에 초음파실에서 울며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그렇게 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두 아이를 너무도 사랑했기에 나는 엄마 역할을 쭈욱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키우면서 특히, 내 속의 또 다른 내가 너무 많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언제 이렇게 사랑이 많았던가 싶기도 하다가, 때론 모진 새 엄마처럼 변할 때도 있으며, 안좋은 것은 절대 먹일 수 없다며 요리사처럼 살기도 하다가, 모든 것이 귀찮아 질때면 인스턴트 음식도 한번 정도는 괜찮다며 먹이기도 하고, 인재로 키워보겠다며 선생님처럼 뭔가를 가르쳐 보지만 때론 내 일에 방해가 될라치면 갑자기 이기주의자로 변하기도 했습니다. 완전히 다중 인격자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아이를 사랑한다면서 한결같이 사랑해 줄 수 없는 내 자신을 보면서 낙심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모든 엄마들이 느끼는 감정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나의 한계를 느끼게 되니 하나님께 지혜를 달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마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이 된 솔로몬이 백성들을 잘 다스릴 수 있도록 하나님께 지혜를 구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두 명의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솔로몬이 많은 백성을 다스리며 힘들어 했던 것과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나의 아이, 우주보다도 더 신비한 한 아이의 마음을 사는 것이 참 어려운 길임을 아직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혜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모든 엄마들에게 일반 은혜로 모성애를 본능으로 주셨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만약 나에게 아이들을 향한 모성애를 주시지 않았다면 정말 아이를 키우는 일은 끝도 없는 고행길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러니 지혜를 구하면 꾸짖지 않고 후히 주시는 하나님께 나의 한계를 느낄 때마다 무릎을 꿇기로 했습니다. 만약 내가 모성애와 지혜를 겸비한 엄마가 된다면 그 수혜자는 나의 아이들이 될 테니 더욱 구할만한 가치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내게 아이가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나는 아이들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던 차가운 여자였지만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더욱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와 사랑에 빠진 나를 보면서 나와 사랑에 빠진 하나님의 관계를 보게 되었습니다. 나의 아이가 젖먹을 때, 기어다닐 때 그리고 아장아장 걸어가며 옹아리 할 때는 그 무엇을 해도 나를 웃게 만들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것처럼 우리가 하나님 자녀이기만하면 하나님도 그런 마음으로 우리를 보실 거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모두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며 깨달은 진리이지요.

그렇게 깨달은 하나님은 정말 사랑 많은 엄마같기도 하고, 편협하지 않고 모든 것을 허허 웃으실 수 있는 포용력 넓으신 아버지 같았습니다.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이 그 하나님의 사랑을 온전히 아이들에게 전달한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 될까요. 부족한 나를 바라보면 늘 실망스럽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그래도 사랑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에게서 나오는 넘치는 사랑을 깨달은 엄마라면 분명 그 사랑은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될 거란 소망이지요. 그리고 사랑받고 자란 그 아이는 분명 그 사랑을 그들의 아이들과 이웃에게 나눠주는 자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