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말씀대로 용서해보기

서로 친절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라. (  에베소서 4 : 32  )

미국에 처음 와서 나는 어린 아들을 보는 일 외에는 다른 할 일이 없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10년이 넘도록 디자이너로 일을 해왔던 터라 일을 하지 않는 시간들이 참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3개월 정도가 지나니 결코 익숙할 것 같지 않았던 살림과 육아가 조금씩 손에 잡히기 시작하면서 평온함까지 간간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미국에 오면서 한 꾸러미 가지고 왔던 신앙 서적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주로 가정을 향한 말씀과 신앙을 어떻게 삶 속에서 나타내야 하는 지에 관한 책들을 위주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용서라는 것을 특히 집중적으로 묵상하게 되었지요.

그러자 한 후배가 자꾸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어떤 용기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후배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용서를 구하는 글을 남겼습니다. 사실 그는 내가 이런 마음을 가졌는지도 모르고 있었지만 그렇게 해야 내 스스로 편안할 것 같았습니다.‘내가 여차여차해서 그런 미움의 마음을 가졌는데 내가 너무 옹졸했으니 용서해달라.’고 적었습니다. 그러자 뭔가 막혔던 것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효과는 즉시 발휘되었습니다. 그는 전혀 내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몰랐으며, 그 때 그렇게 한 것은 여차여차한 이유였다는 내용을 보내왔습니다. 읽어보니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던 것을 나 혼자 오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말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었지요.

그 후배에 대한 미움을 털어내자 재미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내가 씨애틀에서 엘에이로 이사를 왔을 때, 그 후배도 거의 같은 날 엘에이로 3개월간 놀러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떠한 꺼리낌없이 처음 도착한 미지의 엘에이를 탐사하는 마음으로 같이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혼자였다면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것은 내가 용서를 구했을 때, 하나님은 유쾌한 전개 방법으로 하나님의 방법이 옳다는 것을 입증해 주신 첫번째 사건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내가 말씀을 따라 의도적으로 용서란 것을 적용한 적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생각할 만큼 내 인생에 좋은 영향을 준 경험이 된 것같습니다. 그 뒤로 용서의 확실한 효과에 대해 쇄기를 박는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씨애틀에서 잘 아는 언니의 친한 집사님과의 일이었습니다. 그 분이 한국 전통 가구점을 연다며 나에게 실내 장식을 부탁해왔습니다.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국적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그분의 허락하에 한국에서 원단을 공수해 오게 되었습니다. 먼저 내 돈으로 결제해 달라고 해서 잘 아는 언니의 지인이기에 나는 900불을 먼저 결제했고 나중에 그분에게 첵크를 받았습니다. 한참을 지나서 그 첵크가 정지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런 일은 처음 당해본터라 떨리는 심장을 안고 그 집사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 집사님은 가게가 잘 될지 안될지 자신이 없어 그렇게 했다면서 원단을 돌려줄 테니 가져가면 좋겠다고 했고, 내가 어떠한 이야기를 해도 그 분은 같은 말을 계속 되풀이 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화가나고 미칠것만 같은 그 상황 속에서 처음부터 내 머리 속에 계속해서 맴돌고 있는 것이 있었는데‘용서’란 단어였습니다. 왜 그때 용서가 떠올랐는지 그것을 무시하려 노력했으나 결국 나는 언성한번 높이지 못하고 전화를 끊고 말았습니다. 원단은 아는 언니를 통해 전달되어 왔고, 시간이 얼마 흘렀지만 나쁜 소리 한번 못하고 전화를 끊은 것이 억울해서 며칠을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당장 쫓아가서 “니가 집사냐!”를 외치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용서란 단어가 나를 막고 있었습니다.‘그런 작은 사기에도 내가 용서하지 않으면 어찌 진정 내 삶에 용서를 해봤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란 마음의 울림 때문이었습니다. 정말 싫었지만 용서하고 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900불 어치의 원단이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 아십니까? 엘에이로 내려와서 그 원단을 이런 저런 방법으로 훨씬 비싼 가격으로 팔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의 방법은 통쾌하기 보다는 유쾌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내 생각같아선 상대방이 망하는 꼴을 봐야 좋겠지만, 하나님은 나에게 더 좋은 일로 되갚아 주시는 방법을 선택하시니 말입니다.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 주께서 말씀하시니라.‘  

이 말씀을 믿고 나의 용서 시리즈가 계속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