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줄로 재어주신 내집

여호와는 나의 산업과 나의 잔의 소득이시니 나의 분깃을 지키시나이다 내게 줄로 재어 준 구역은 아름다운 곳에 있음이여 나의 기업이 실로 아름답도다  ( 시편 16 : 5 ~ 6 )

2007년에 우리가 집을 사게 된 배경은 이랬습니다. 워싱턴주에서 내려와 일년 간 렌트 계약을 하고 캘리포니아에서 3개월 쯤 살고 있을 때, 집 주인이 파산이 되었다며 집을 비워줘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둘째를 가져 산달을 얼마남지 않아 태어날 아이에 대한 기대감에 차있던 나는 찬물을 확 끼얹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더욱이나 미국에 사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약속의 말씀까지 받은 나였는데 일이 이렇게 꼬이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뒤로하고 서둘러 옮길 집을 알아봐야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집을 사려고 하니 결정하기가 쉽지가 않았지요. 재밌는건 다른 집을 보면 볼수록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은 이유들이 생겼습니다. 결국 뭔가에 홀린 듯 살고 있는 이 집을 그냥 우리가 사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첫 집을 사게 된 이야기이자 가장 비쌀 때 집을 산 아주 어리석은 행동을 한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집을 사자마자 미국의 경기가 심상치 않았고 기다렸다는 듯이 집 값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뉴스에서는 물론이요 신문과 만나는 사람까지 써라운드로 떠들고 있었지요. 설상가상, 한달 한달 모기지내는 것이 조금씩 부담스럽게 우리의 경제를 조여왔습니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 에너지를 빼앗기고 싶지 않아 그냥 귀를 닫는 것 뿐이었습니다. 떨어진 집 값에 사람들은 위로한답시고 나에게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 투자하는 집이 아니라 살 집이라면 상관없어요. “ 늘 듣는 소리가 지겨울 만도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고 있는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해서 그 차액이 내 손에 현금으로 쥐어지는 것은 아니고 반대로 집 값이 폭락했다 하더라도 돈이 더 들어가는 것도 아니지요. 그냥 마음이 속상할 뿐인 것입니다. 

내 마음을 인위적으로 다스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 모습이 갸륵했던지 일주일에 한번씩 가는 ‘커피 브레이크’ 성경 모임에서 하나님은 나에게 꼭 맞는 맞춤형 말씀을 주셨습니다. ‘ 여호와는 나의 산업과 나의 잔의 소득이시니 나의 분깃을 지키시나이다. 내게 줄로 재어 준 구역은 아름다운 곳에 있음이여 나의 기업이 실로 아름답도다. ‘  바로 시편의 말씀이었습니다.

이 말씀을 듣는 순간, 이것은 나에게 실로 아름다운 말씀이 되었습니다. 내 분깃을 지키시는 하나님이 직접 측량하시어 나에게 맞는 아름다운 곳에 우리 가정을 옮겨 놓으셨던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니 이 집은 더이상 집 값이 내리고 오르는 것으로 논할 집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아이들까지 대를 이어 복이 넘쳐 흐르게 해주실 곳이기 때문입니다. 남몰래 속상했던 마음이 다시 편안해져가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사랑을 하면 모든 것이 아름다워진다고 했던가요. 나에게 우리집이 그랬습니다. 지금은 아름다운 시편의 말씀을 받은지 5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사랑의 유효기간이 끝나가며 안좋은 점이 서서히 보일 만도 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물론 집 값은 여전히 바닥을 모르게 떨어져 소위 깡통 주택이 되었고, 학군이 좋다고 했지만 부동산 브로커가 속였던 것이었고, 오래된 집이라 이곳 저곳이 하나 둘씩 고장도 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덕분에 여전히 이 집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아름다운 집으로 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금 나의 집은 적어도 온 집을 나 혼자 청소하며 관리하기에 딱 알맞은 크기입니다. 만약 더 크다면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도우미를 쓰자고 할지도 모르지요. 여자들에게 있어 멋있는 집은 로망인 줄 압니다. 그러나 가끔씩 밀려오는 큰집에 대한 로망은 지금 현실로는 하나님 앞에 절대적으로 나의 욕심과 허영임을 고백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그 때마다 나의 집이 하나님께서 직접 줄로 재어 마련해주신 곳임을 다시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이 머물며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는 아름다운 사실도 기억하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