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디아스포라, 우리 가족을 향한 말씀

그 흩어진 사람들이 두루 다니며 복음의 말씀을 전할새   ( 사도행전 8 : 4 )

우리 가족들은 온통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한국, 일산에 계시지만 친정 오빠 부부는 일본, 도쿄에서 살고 있고 여동생 부부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있으니 정말 디아스포라( 이민자) 가족이라고 해도 되겠지요?

하나님이 하신 일이라며 받아들이려고 해도 가끔씩‘꼭 이렇게까지 떨어뜨려야 했습니까?’라며 의문을 가질 때가 있었습니다. 부모님도 언제나 사진과 전화로 밖에 그리움을 달랠 길이 없고, 또 삼형제 모두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있으니 가까이 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상상해볼 때면 속상한 감정도 올라올 때가 있었습니다. 과연 무엇이 하나님의 뜻일까요.

2007년 1월, 사도행전 8장을 묵상하면서 우리 가정을 향하신 하나님의 뜻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8장의 내용은 스데반 집사가 핍박을 받아 돌에 맞고 순교하게 되자 예수을 믿던 자들이 핍박을 피해 유대와 사마리아 전역으로 흩어지는 부분입니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실 때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내 증인이 되어라!’  하셨지만 그때까지는 예루살렘 중심으로만 복음이 전파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드디어 스데반 집사의 죽음으로 이들은 흩어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곳에서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로서 처음으로 이방 선교에 신호탄이 터지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흩어져야만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오빠는 미국 유학당시, 같은 학교의 동갑내기 일본 여자와 결혼해 10여년 전부터 도쿄로 건너가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신혼생활 3년을 보낸 후, 오빠는 새언니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회사까지 그만두고 어떠한 계획도 하지 않고 무작정 일본에 가기로 했습니다. 오빠의 행동은 장남에게 무언의 기대를 하고계셨던 부모님에게 무척 충격적인 듯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본토 아비의 집에서 나오게 하신 것과 같은 계획이었다고 지금에서야 깨달아 집니다. 그렇게 아무 것도 아무 계획도 없이 갔지만, 지금은 하나님께서는 오빠 가족에게 귀한 두 아들과 딸을 주시고, 기업인들의 투자를 받아 IT사업을 하게 하셨고, 훈련에 목숨을 거신 목사님 밑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신앙의 훈련을 감당하게 하셨습니다. 새언니는 공부도 많이 했고 영어, 한국어도 잘 하는 똑똑한 사람이지만 그 재능들을 모두 교회에 봉사하며 하나님 나라를 위해 온전히 사용하며 살고 있습니다. 수 만가지 우상이 있다는 일본에서 오빠 가정이 할일이 유독 많아 보입니다.

여동생은 남편과 세 아이와 함께 이스라엘에 살고 있습니다. 친척의 소개로 이스라엘에서 공부하다 잠시 나왔던 청년을 만나게 되었는데, 양가 부모님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한 달만에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신랑 쪽이 5대째 목사님 가정의 아들이니 더 볼 것도 없다면서 결혼을 추진하셨던 것입니다. 제부는 한동대에 다닐 때부터 이스라엘의 회복을 위한 기도 모임에 참여할 만큼 이스라엘을 사랑하던 청년이었습니다. 그를 따라 동생은 예수님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살게 된 것입니다. 세 아이를 기르느라 정신이 없지만, 요리를 잘하는 동생은 얼마전 이웃 유대인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자 오이 피클을 담아 나누기도 했지요. 피클 통에 ‘ God loves you! ‘ 를 적는 일도 빠트리지 않고 말이지요.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나의 가족을 미국으로 보내신 이유도 같은 목적임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서울에서의 바쁜 삶은 하나님 찾는 일을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게 했습니다. 내 신앙의 잘못을 되돌아 볼 틈도 없이 늘 앞으로만 전진해야하는 상황이었지요. 그래서 그렇게 갑자기 모든 것을 정지시키고 미국으로 보내셨나 봅니다. 결국 미국에 와서야 남편은 교회 문화에 관심을 가지며 교회 훈련에도 참가하게 되었고, 나 또한 성화되어가기 위해 말씀을 삶 속에서 적용하고 있습니다.

첫 해외 선교의 일등 공신은, 핍박으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흩어지긴 했으나, 각 지역의 문화와 언어에 익숙한 해외파 기독 유대인들이었습니다. 사도행전 8장을 묵상하면서 가슴에 뜨거워짐을 느꼈습니다. 우리 가족만큼 하나님 나라를 위해 쓰임받기에 좋은 조건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부모, 자녀세대 모두 다양한 해외 문화를 접하고 있으며 각기2~3개의 언어를 하고 있으니 우리들이 있는 곳에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고 복음이 전파되야하지 않겠습니까? 우리의 자녀들 세대에는 더 큰 열매를 맺게 될 것을 기도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을 흩으신 이유가 이렇게 큰 비젼때문이란 것을 알게되니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이겨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면 가족들이 다시 만나게 되겠지만 그것 또한 주님의 온전한 인도하심에 맡기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