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여동생을 향한 하나님의 비젼

이는 내 생각이 너희의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의 길과 다름이니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이는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내 길은 너희의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의 생각보다 높음이니라. ( 이사야 55 : 8 ~ 9 )

하나님의 뜻을 알겠다고 하지만 뭔가 이루어지는 시간이 지체가 될라치면 우리는 또 언제 그 뜻을 알았냐는 듯 다시 하나님께 뜻이 무엇이냐고 물어봅니다. 우리에게 이러실 분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고 고백하지만 고통의 시간이 길어지면 왜 이러시는지 또 물어보곤 하지요. 그러니 믿음의 선진들이 묵묵히 걸어 온 길들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음을 고백합니다.

나의 여동생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내 여동생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18살에 카쟈스탄, 알마아타로 6년간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1992년 카쟈스탄은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이 붕괴되며 소련에서 독립한 직 후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다니던 교회도 그 쪽으로 선교의 눈을 돌리게 되면서 선교사 가족을 보내려던 중이었지요. 담임 목사님은 더불어 여러 명의 유학생도 함께 보내길 원하셨는데 그때 장로님이신 아빠가 자처해서 막내 딸을 그리로 보내신 것입니다. 그러나 가기 전 날까지 가기 싫어하던 동생을 아빠는 러시아어를 배워오면 앞으로 귀히 쓸 일이 있을거라며 강제적으로 유학을 보내셨습니다.

지금처럼 온갖 인터넷 폰들로 나라를 뛰어넘어 서로의 소식을 파악할 수 있을 때가 아니었기 때문에 엄청난 전화비를 치루면서까지 유학 기간 내내 동생의 마음을 달래주어야만 했었습니다. 그때의 알마아타는 카쟈스탄의 수도라고 해도 서울에 비하면 정말 시골 같은 그런 소박한 곳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의 끊임없는 사랑의 관심으로 동생은 6년간의 유학 생활을 잘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한국으로 온 동생은 과자를 만드는 기업의 해외 영업부,중앙 아시아 팀에 입사해 많은 나라들을 돌며 과자를 팔게 되었습니다. 아빠의 말씀대로 러시아 말을 배워오니 여동생은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을 정도로 나름 쓸모있는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앞서 밝혔듯이 지금 여동생은 이스라엘의 회복을 소망하는 청년과 결혼해서 세 아이들과 함께 이스라엘에 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공부하던 제부가 잠시 한국에 나온 사이에 만남이 주선이 되어 그 길로 한 달만에 결혼을 하게 된 것입니다. 5대째 목사님 집안이라는 이유로 다른 어떤 것도 볼 것 없다며 밀어부친 결혼이었지만, 신기하게도 동생 부부는 사랑과 신앙의 이상적인 결합으로 화합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이미 어려서부터 낯선 나라에서 길을 들여놓았던 동생은 이스라엘에서의 신접 살이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런데 더욱 놀라웠던 것은 남편따라 처음 도착한 이스라엘에서 많은 유대인들이 러시아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1948년 이스라엘이 다시 재건되었을 때, 백인화 정책의 일환으로 러시아에 살던 많은 유대인을 다시 이스라엘의 시민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동생이 아이를 낳을 때도 담당 의사나 산파 모두 러시아에서 온 유대인들이었기에 언어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고, 지금은 프리스쿨에 다니고 있는 아들의 같은 반 친구들도 의외로 러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엄마들끼리 교제가 된다고 합니다. 심지어 러시아에서 온 유대인들이 가는 시장이 따로 있어 장보기도 편리하다고 하니 내 동생은 제부를 위한 맞춤형 부인임에 틀림 없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 여동생이 그렇게도 원지 않았던 낯선 카쟈스탄으로 왜 유학을 가야만 했었는지 조금씩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 때까지 우리 가족은, 심지어 아빠까지도, 동생의 유학이 이스라엘의 회복을 위해 일하길 원하는 남편에게 적격인 아내로 쓰임받는 도구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지금 제부의 신분은 간간히 가이드를 통해 가정을 책임지고 있지만, 신학적인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로 떠날 때, 전혀 연고가 없는 한국의 교회, 두곳에서 선교 헌금을 후원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동생 부부를 평신도 선교사로 임명하신 것입니다.

참으로 하나님의 계획하심과 성취하심을 생각하노라면 재미있습니다. Dot to Dot의 점을 선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완성된 그림을 볼 수 없듯이, 여동생의 각각의 일들도 영적인 선으로 연결시키지 않으면 하나님이 계획하신 비젼을 바라볼 수 없습니다. 분명 유학을 갈 때에는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많은 고통이 있었습니다. 그 고통 속에 살고 있을 때에는 하나님의 비젼도 바라볼 수 없었으나 20년이 흐른 지금 그 때를 바라보니 하나님의 비젼이 보입니다. 믿는 자들은 이것을 연단이라고 말하지요. 혹 지금 고통 중에 있는 자들에게 나는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그 고통은 후에 하나님 나라를 위해 귀히 쓰시려고 손수 준비하고 다듬고 계신 시간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동생 부부의 달려갈 길은 멀기만 하지만 마지막 완성된 비젼을 바라보며 동생은 오늘도 신앙안에서 자신을 다스려가며 주님의 사랑을 가족과 이웃들에게 실천하며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