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그랜드캐년에서 무지개를 만나다.

 

무지개가 구름 사이에 있으리니 내가 보고 나 하나님과 모든 육체를 가진 땅의 모든 생물 사이의 영원한 언약을 기억하리라.   ( 창세기 9 : 16 )

 

나는 그랜드 캐년에 갔다와야 할 왠지모를 사명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래드 캐년은 언제나 ‘가장 가보고 싶은 곳’에 당당히 1위에 선정이 되는 곳이기도 했지만 내 신앙에 가장 영감을 주었던 창조신앙을 직접 보고 느끼며 체험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나는 언제나 그랜드 캐년하면 노아의 홍수를 떠올립니다. 대홍수가 만들어 낸 최대의 작품이었기에 나는 성지 순례의 마음으로 가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2011년 여름, 가족 여행지로 그랜드 캐년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랜드 캐년으로 가는 길은 설레임으로 가득찼습니다. 이미 수 많은 사진으로 그랜드 캐년에 대한 이미지가 내 머리에 박혀 있긴 했지만 내 눈으로 확인하는 실체는 또 다른 감동을 줄거라 확신했습니다. 그랜드 캐년이 캘리포니아 주와 접해있는아리조나 주에 있다지만, 우리 집에서 거의 8시간을 족히 달려나 나오는 곳이니 이 미국이란 곳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가면 도착한다는 신랑의 수없는 말을 듣고 겨우 도착할 때쯤, 비 올 확률이 20% 라던 하늘이 검은 구름으로 덮여지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그럴싸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 같아 오히려 기대감에 더욱 부풀게 되었습니다. 빨리 보고싶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차장에서도 셔틀을 타고서도 도통 그 모습을 드러내 주지 않았습니다. 셔틀을 타고가는 도중, 아니나 다를까 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번 나의 여행 테마를 생각하시고 계신듯, 뭔가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시려고 상징적으로 비를 내려주시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드디어 셔틀을 타고 처음 내린 역에서 짝사랑하던 님을 만나듯이 그렇게 그랜드 캐년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이곳은 다른 명소와는 다르게 우리가 서있는 높이에서 땅으로 꺼지면서 만들어진 곳이었기 때문에 절벽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절대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땅으로 꺼져 협곡을 이룬 길이가 무려 서울과 부산까지의 거리를 족히 넘는 446 Km 나 되니, 그 순간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얼마나 시원했었는지 상상해 보십시요. 잠시 내눈이 거리에 대한 초점을 맞추지 못해 어지러울 정도였습니다.

관광하는 내내 차분히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눈 앞에 펼쳐진 수 많은 지층을 보면서 그 옛날 노아의 대 홍수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그 모습은 창조론자인 내가 봐도 진화론자들이 말하는 수억년의 세월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해야 어울리겠단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40일간의 대 홍수가 그치고 그 방대한 물을 빼내기 위해 빠른 속도로 밀어내는 과정에서 구비구비 깊은 협곡이 생기고 그 결과로 콜로라도 강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의 힘이 느껴졌습니다. 문득 그 힘 앞에 나는 조약돌만한 힘이라도 되는 것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말 하나님의 힘의 실체를 보는 듯했습니다. 순간 전능하신 하나님께 조용히 기도를 올려 드렸습니다.

“ 하나님, 이것이 하나님의 힘이시군요. 이것을 감히 어느 누가 계획을 할 수 있으며 또한 실천에 옮길 수가 있겠습니까?  하나님의 스케일이 이 정도라면 앞으로 저는 어떤 일이라도 하나님을 신뢰하며 주님 앞에 의뢰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잠잠히 있어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온전히 느끼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 

그랜드 캐년은 마치 하나님의 스케일을 보기 원하여 찾는 자에게 기꺼이 보여주시기 위해 지구 어딘가에 숨겨놓으신 보물과 같았습니다. 노아의 대홍수를 기억하고 확인하고자 했던 이번 여행의 목적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여행을 마무리하고 있었습니다. 보슬보슬 내리던 비도 이제는 그치고 어느 덧 해도 조금씩 서편으로 기울며 호텔로 달리고 있는 우리를 후광처럼 비춰주고 있었습니다. 영화로 치면 멋진 앤딩 씬으로 마무리를 지어가는 중이었지요.

‘ 내가 구름으로 땅을 덮을 때에 무지개가 구름 속에 나타나면 내가 나와 너희와 및 육체를 가진 모든 생물 사이의 내 언약을 기억하리니 ‘ 창세기 9 : 14 - 15

그런데 그 때 하나님께서는 달려가는 차 앞으로 선명한 무지개를 펼쳐주셨습니다. 높은 빌딩하나 없는 그 넓디 넓은 평야에 나타난 무지개는 그 시작점과 끝점을 알수 있는, 땅에서 땅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아치의 무지개였습니다. 우리 가족은 환호성을 질러댔습니다.하나님께서 노아를 기억하셨듯 나를 기억하고 계셨고 이번 여행의 테마를 기억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우리 가족은 마치 나에게 주실 축복의 통로로 들어가 듯 무지개의 한 가운데로 차를 몰아가고 있었습니다. 2011년 8월 9일, 그랜드 캐년의 하늘에 띄워준 선명한 7색깔 무지개는 평생 잊을 수 없는, 하나님의 나만을 위한 사랑의 이벤트로 기억될 것입니다.

 

--> 카메라 사정으로 동영상 전용 사진기로 찍는 바람에 그 선명했던 무지개가 제대로 찍히지가 않아서 속상합니다. 무지개가 뜨자마자 너무 흥분해서 작품을 남기겠다는 생각도 없이 그냥 차 안에서 앞 유리를 향해 막 찍어댔지요. 돌아와서 보니 그나마 남길만 한 건 이 사진 한장 뿐이니 다시 갈 수도 없고 그냥 가슴에 콱~ 찍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