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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는 기도

누구에게나 자기의 십자가는 있는거지요. 오 은정 (sungshim7614) 2021-10-18  10:12:31

오늘은 날이 많이 흐립니다.

아침부터 마음속에서 내내 머무는 생각들이 있어서 열심히 생각을 정리하고서 글을 준비하다가보니,

예전에 책을 쓸때 묵상을 했었다는 기억이 났어요.

그래서 찾아서 읽어보니, 오늘 아침내내 제가 생각한 사족보다도 더 나은것 같아서 여기에 나누어 봅니다.

선선해지는 가을날을 건강하게 즐기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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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는 십자가 - 야곱의 삶

"그래서 그는 레아와 라헬과 두 여종에게 아이들을 나누어 맡긴 다음 두 여종과 그들의 아이들을 그 위에 그리고 라헬과 요셉을 맨 뒤에 세웠다."(창세 33,1-2)

 

저는 야곱의 고난이 바로 우리의 십자가와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곱은 에사우를 만나러 가기 전에 자기 식구들을, 하녀의 자식에서 라헬의 자식까지 줄을 세우는데 그 순서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 순서입니다

혹시 있을지 모를 불행에 대비해서인데 그것을 바라보는 아이들이 이미 장성한 사람들입니다

그전에 르우벤이 들에 나가서 자귀나무를 캐왔다는 걸(창세 30,14 참조)로 보아서는 아이들이 철이 들었다고 여겨집니다

죽을지도 모를 그 순간에 야곱은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걸 바라보며 그대로 따라야 하는 아이들 마음에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제 마음은 계속해서 아이들을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부모를 느끼고 직감적으로 압니다

나중에 르우벤이 실수를 저지르고 맏이 역할을 못 하게 된 것이 르우벤만의 잘못이 아니라 이렇게 사람을 편애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모습이 그런 삶을 가져다주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 요셉을 잃어버리는 불행도 마찬가지로 다 이렇게 자식을 편애한 삶의 결과일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어떤 면에서 야곱은 참 아픈 사람입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 제대로 행복을 누려본 적이 없던 것 같습니다

엄마의 편애 대상이었고 그것이 사랑하는 엄마를 떠나게 했습니다.

사랑하는 엄마를 떠나 더부살이를 하면서 사랑하지도 않는 레아를 데리고 살아야 했는데 

정작 사랑하는 라헬은 오랫동안 자식을 못 낳아서 속을 끓입니다


그러니 후에 라헬이 낳은 자식이 얼마나 사랑스러웠을지 알 수가 있습니다

야곱은 부모에게서 깊은 편애를 보았고 그 자신은 엄마의 편애의 혜택을 받은 자로서 고통을 짊어지고 살았음에도 

그 자신도 자식을 편애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결국은 가장 사랑하는 요셉을 떠나보내게 하고야 맙니다


그 이후 아들 요셉을 잃고 긴 시간을 보냅니다

그토록 사랑하던 요셉을 잃어버리고 산 그 시간들이 그에게 얼마나 큰 고통이었을까요?


제게는 그 삶이 스스로 만들어 낸 십자가를 지는 것과 같아 보입니다

부모와 자식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 보게 되는 십자가 말입니다

소통하지 못하고 공정하지 못해서 마음 깊은 곳에서 상처를 받게 하고 분노를 키워가는 긴 시간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관계의 십자가입니다


이것은 자기도 모르게 만들고 있다가 어느 날 지게 되는 벼락 같은 십자가입니다

현실적으로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진 십자가는 누적된 것이 폭발하여 바로 봉합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십자가입니다


자기가 살아온 대로 결과를 주는 그런 십자가입니다.

그렇게 보면 아들을 가슴에 품고 긴 시간을 견뎌 내는 야곱의 마음이 바로 십자가를 안은 우리의 모습일 것입니다


얼마나 그의 마음이 황량했을지 야곱의 마음이 애잔하게 생각됩니다

우리가 지는 십자가도 이렇게 야곱처럼 나의 삶의 결과로 받게 되는 것이 많습니다


자식들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오랜 시간 비틀린 관계를 통해 누적되어서,

 지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십자가 말입니다

이것은 자기가 책임을 져야 하는 스스로가 만든 십자가입니다


이 관계의 십자가는 늘상 우리 곁에 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 삶의 역사에 매순간 함께하시지만 어떻게 살아갈지는 순전히 나의 몫임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래도 우리가 지는 이 십자가는 자신을 보속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개선시켜서 주위와 관계를 회복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지게 함으로써 우리를 정화시켜주는) 십자가입니다


(그래서 결국엔) 자신도 살리고 이웃도 살게 하는 십자가 말입니다.


깨어나는 기도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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