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무척 덥습니다.
건강들 유의하시기를 빕니다.
얼마전에 아들이 한국에 다녀왔어요.
라섹수술을 하러 갔는데 돌아오는 길에 제가 이것저것을 주문했지요.
그중에 가장 큰 짐이 홍어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자란곳이 홍어가 잔치음식중에 가장 높이 쳐주는 전라도 신안군입니다.
제 아이들은 항상 염전노예가 있는 무서운 곳이라는 이야기를 저를 놀리느라 합니다.
제가 사는 곳은 바닷가가 있긴 했지만 염전이 그리 크지 않았고,
주로 염전일은 외지인들보다는
농토가 없는 사람들이 일하는곳이었지요.
그곳에서도 가장 고급진 음식은 단연코 홍어입니다.
어느 잔치에서나 홍어가 없으면 사람들이 입맛을 다시곤 하고 뒷말이 무성할정도로 홍어가 중요합니다.
잔치를 앞두고 흑산도홍어를 사러들 멀리들 나가곤 하셨지요.
저도 홍어를 좋아하고 잘먹습니다.
이번엔 아주 홍어 바람이 불어서 홍어를 사오라고 했답니다.
모든 생선은 가지고 올수 있다는 세관의 안내서를 찾아서 당당하게 가져오라고 했어요.
아들은 그저 난감해했지만!!
그래도 가져오겠다고 했답니다.
이번엔 아들이 뭘 좀 가져올거라고 했드만, 사촌들이 친척들이 고추가루부터 시작해서 온갖것을 다 아들에게 보냈네요.
제 시골은 깡다리 젓갈이 유명했고, (조기 새기젓갈) 황석어 젓갈이랑 갈치 새끼젓갈인, 까느리를 가까운 곳에서 잡습니다.
까느리 같은 것은 서울로는 올라가지 않고 지역내에서만 소비되는 젓갈이라서 서울 사람들이 잘 모릅니다.
고향에 계시는 어르신들이 계셔서 이런 젓갈들을 주문해서 보내주셨어요.
그리곤 생각지도 않게
마침내 사촌형부가 흑산도 홍어를 통째로 경매를 받아서 해체해서 아이에게 보내주었어요.
아이가 난리가 났지요!!!
아니 저도 그렇게 한마리를 해체해서 그대로 보낼줄을 누가 알았나요?
그게 얼만데 그걸 경매 받아서 보내심??
게다가 제가 과연 그걸 삭힐수가 있을까요?
그저 열심히 맛있게 먹어만 본사람이......
홍어는 무사히 저에게로 왔습니다만!!!!!
온전히 다 삭히질 못하고 먹었죠.
그래도 너무 감사하게 잘 먹었지요.
그렇게 먹고 싶었던 홍어와,
그렇게 먹고 싶었던 젓갈들이고, 그렇게 먹고 싶었던 나물들인데!!!!
제가 먹은 맛은 예전의 맛이 아니네요.
제가 무쳐서 그런걸까요?
아들들과 먹으면서
"음식이 그리운게 아니라 그음식을 함께 나누었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요? " 아들이 그럽니다.
엄마는 음식을 먹는게 아니라 그리움을 먹는거라고.
홍어를, 그 젓갈을 맛있게 먹었던 그시절의 사람들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아요.
그리고 남은 사람들도 서로의 터전으로 오래동안 소식들도 없어져 버렸고요.
아들 말대로,
내가 먹고 싶었던 그 홍어는 홍어맛이 아니라 그 홍어를 함께 먹었던 사람들에 대한 맛이라는거!!!!
그렇게 생각하니, 저도 이제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싶습니다.
젓갈들을 무치면서도 그 젓갈을 먹었던 그 시절들이 살아나네요.
그때는 참 짜고 맛없었던건데
지금 이렇게 먹고 싶은 그리운 맛이 되어서 맛을 음미하게 되네요.
홍어 한쪽을 남겨서 온갖 인터넷을 뒤져서 삭혀봅니다.
그 어린날들에 그 홍어를 먹고 싶어했던 그 기억을 되새기면서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홍어가 와서 저를 또 힐링이 되게 하네요.
저는 친정이 있었어도 아무것도 챙김을 받은적이 없는데,
이번엔 온 친척들이 모두들 나서서 얼마나 챙겨주셨는지,
친정이 이런거겠구나 싶네요.
그러고보면 제 홍어는 친정의 맛인가 보네요.
고향의 맛,
그리움의 맛,
친정의 맛.....
저도 힘들고 어려운 분들에게 이렇게 힐링이 되게 챙겨줄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아름다운 가을날을 잘 맞이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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