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년기

기도

주일- 금요일: 1사무 3,1-11 16,12-13, 마르 5,41-43.

지난 일을 대하는 마음 자세

우리는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지난 시간을 통해서 형성된 자신을 보려고 합니다. 그러므로 알지 못하고 기억이 잘 안 나는 일은 지나가도록 내버려둡니다. 그때 일어난 일의 옳고 그름을 판별하기 위해서 애쓰지 않습니다.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라나는 아이 시절이므로 성장하지 않은 아이의 관점에서 받아들인 일이라서 옳고 그름이 없이 그때의 마음, 즉 기억만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기억을 고치는 게 아니라 그 기억의 잔재(상처)를 예수님께 드리는 것입니다.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아이를 생각해보십시오. 누군가가 특별히 아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더라도  아이는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쉬지 않고 울기도 합니다.  그러니 맥락도 없이 떠오르는 기억의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다만 그 시기에 자신에게 각인된 무의식에 저장된 기억일 수 있음을 생각하도록 합니다.

그 기억에 너무 집중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마십시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단편적인 기억 하나가 튀어나오면 누구든지 그 기억의 앞뒤를 맞추어서 정리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앞뒤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거나 부모나 형제, 친척들의 기억에 의존하여 없는 사실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각자 성격에 따라 기도를 정리하려 할 수도 있고, 어떤 이야기를 완성하려고 애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그때 느꼈던 자신의 마음만 들여다보도록 합니다. 그 감정 속에 놓여 있는 나의 어린 모습을 받아들이고 예수님께 그 감정을 치유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다 들여다 보기도 전에, 스스로 자신을 안아 주거나 달래 주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서둘러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때의 기억에 충실히 머물러야 하는데, 생각으로 그렇게 함으로써 기도는 닫히고 감정은 정리하는 수순을 밟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충분히 거기에 머물러 있을때에, 자기도 모르게 이런 행동들을 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이것은 자신도 그 감정들이 이해가 되고,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뜻이며 주님은 나를 이렇게 자신과 화해시키기도 하십니다. 이런 화해들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치유를 향해 가는 은총입니다. 다만 우리가 주의할 것은 감정을 스스로 정리함으로써 더 이상 기도가 나아가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기도를 성령께 맡기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