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26. 젖 뗄 무렵

기도

주일-금요일: 1사무 1,24-28,

              창세 21,8

              1사무 2,21

기도 중에 떠오른 것을 바라만 보십시오.

기도가 순간적으로 자신의 기억 속으로 가게 되면 보통은 그 안에 이야기의 전후가 들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도는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쪽으로 이끌리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기도가 이렇게 보이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기도는 마치 하나씩 퍼즐을 맞추어 가는 것처럼 가게 될 때도 있습니다. 분명한 기억의 한 조각이 올라와서, 그것을 가지고 하나씩 자기 감정을 찾아가게 됩니다. 퍼즐을 맞추어 간다는 것은 기억을 머리로 찾아내어 가는 게 아니라 기도 중에 보인 그 하나를 바라보며 거기에 머물러 있음으로써 전체의 모습을 찾아간다는 뜻입니다. 전체를 찾아가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성령께서 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도하는 사람은 여기서 그 징검다리가 되는 하나에 충실히 머물러서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면 머물러 있는 동안 필요한 것들이 맞추어집니다. 기도 중에 어떤 장면이나 기억이 확실하게 떠올려졌다면, 그 다음 기도는 그것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우리는 기억을 완성하거나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그저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지금 그 기억을 어떻게 하려는 게 목적이 아님을 상기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그 기억에 대한 그 순간의 감정만을 예수님께 봉헌합니다.

그 기억을 기도 중에 바라봄으로써, 주님께서 조명해주시도록 주님께 맡겨 드립니다.

기억은 우리의 몫이지만 그 기억을 치유하시는 분은 주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분노나 미움 같은 것이 되살아나더라도, 그 마음을 예수님께 의탁합니다. 또 그 기억 속에서, 자신을 아프게 했던 사람들이 생각났다면, 그 사람들을 용서하는 마음을 청하도록 합니다. 만약 그 안에 필요한 일이 있다면, 주님께서 이미 함께 하셨고, 앞으로도 하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기도 이야기 16>

사무엘 2, 21

1. “어린 사무엘도 주님 앞에서 자라났다”는 구절의 ‘자라났다’에 집중했습니다. 저는 자라고 있는 사무엘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환시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으로 어떤 게 느껴지고 있었어요. 밝고 환한 마음으로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있는 어린아이입니다.

2. 이상하죠? 엄마와 떨어진 사무엘이 밝고 환하게 돌아다니는 게 맞을까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도 중에 계속해서 왜 안 슬프지요? 여쭤보고 있었습니다.

생활 속에서도 틈틈이 사무엘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느껴지는 것은 밝고 환한 어떤 것입니다.

3. 갑자기 이 기도가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지 의심이 심하게 들어서 기도에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자라났다’는 말씀에 머물렀습니다. 그렇게 머물러 있다가 기도가 끝났습니다.

4. 기도 중에 저는 다시 그 밝고 환한 마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작은 아이 하나가 여기저기 사람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면서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그 순간 그 작은 아이는 바로 저라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누군가를 졸졸 따라다닙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쓰다듬고 예뻐해 주는 것이 느껴집니다. 기도가 끝나고, 나를 사랑하는 따뜻한 사람들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아마도 제가 엄마와 떨어져서 이렇게 할머니 뒤를 따라다니면서 어른들 사이에서 예쁨을 받았다는 게 알아집니다. 엄마 없다고 안쓰러워하면서 사랑해주시던 그 마음들이 그냥 알아집니다.

5. 기도 중에 그 아이가 되어서 여기저기를 재미있게 다니는 것이 느껴집니다. 잠이 오는데 잠을 안 자려고 하고 있었어요. 어른들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다는 것을 알아서 안 자고 그 이야기를 들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어릴 때, 밤 마실에 할머니 따라가서 안 자고 같이 걸어와서 맨날 잠도 없다고 소리 들었던 기억이 났어요. 아마 그 일인가 봅니다.

6. 기도 중에 다시 어린 나를 생각하고 있노라니, 내가 하느님께 ‘호기심을 받았구나’가 알아집니다. 타고난 호기심으로 심심할 겨를도 없이 바쁘게 살았구나. 또 순박한 사람들이 나를 예뻐해 주셔서 그 사이에서도 슬프지 않았고 엄마를 찾을 겨를도 없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환경이 나에게 가져다 준 달란트가 깨달아졌습니다. 그것이 곧 사물을 꿰�돗� 보는 시각이라는 것, 즉 왜 사람들이 저의 눈을 불편해 했었는지 알아집니다. 그것이 곧 그 시기에 너무 자유로운 경험과 어른들의 이야기가 제 안에 깊이 들어가 있어서, 그것이 제 직관력을 길러주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저는 직관이 무척 빠릅니다. 이 직관력이 기도를 통해서가 아니라 이런 환경을 통해서 길러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시골에서 어린 제가 여기저기 혼자 돌아다니면서 보고 들은 많은 경험으로 내 영혼이 주님 앞에서 얼마나 자유롭게 성장했었는지가 느껴졌습니다. 주님께서 나를 그 환경에서도 호기심 하나를 무기로 주셔서 이렇게 살리신 것입니다. 엄마가 없었던 사무엘도 나처럼 이렇게 살리셨구나.’가 믿어집니다. 마음 깊이 주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아멘.

7. 그리고 한편으로는 제가 아이를 키워본 경험으로, 이렇게 자유롭게 컸으니, 나중에 제가 얼마나 버릇없는 천방지축이 되어 갔을지, 그리고 철들면서 얼마나  미운 짓을 했을지 그냥 상상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