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28. 어머니 태중에서

기도

주일-금요일: 시편 139,15-16

상처 받은 아이가 내게로 오다

잘 돌봄을 받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거나 특별한 상처가 건드려졌다면, 묵상 속에서 그 감정들이 고스란히 살아나게 될 수도 있고, 실제 현실 속으로도 그 감정들을 가지고 옵니다. 마치 무의식 속의 어린 내가 상처 받은 모습으로 지금 나에게 도움을 청하며 걸어 나온 것처럼 생생하게 말입니다. 그래서 일정 시간 그 감정들 속에 놓이게 됩니다. 미움 속에, 분노 속에, 슬픔 속에 자기를 열어서 의식으로도 자기를 아파하며 함께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도가 제대로 되었다면 현실 속에서도 앓게 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어찌 된 일인지 이 아픔을 통해서 무언가를 해소해 주십니다. 그것이 기도 중에 치유를 위해서 해 주시는 조명과도 같은 일을 합니다. 상처의 원인이 되어있던 어떤 것들을 다시 하게 하심으로써 그것이 해소가 되기도 하고 그 마음을 자기가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용서가 되고 거기로부터 놓여나는 치유를 받습니다. 이것은 모두가 다 기도 속에서 조명될수 있으니, 우리에겐 놀라운 은총이 될 것입니다.

지금 기도가 드러나서 잠시 앓겠지만 그 앓는 시간 동안 우리 믿음으로 용서의 시간을 가지게 되고 그 용서의 의지를 통해서 예수님께서 해결해 주시기를 기다립니다. 이 아픔에 충분히 머무를 때 예수님의 해결을 받습니다. 이렇게 예수님을 좀 더 가깝게 만나게 됩니다.

<기도 이야기 18>

1.

‘내가 태아 때 당신 두 눈이 보셨고’ 라는 말씀으로 들어갔습니다. 기도 중에 불안감만 느꼈고 그냥 푹 잠겼습니다.

2.

강하진 않지만 ‘어? 속이 이상하다.’ 하는 정도의 메스꺼움이 느껴졌습니다. 엄마가 포도즙만 드시면서 거의 열 달을 버티다시피 했다는데 그걸 느끼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원망과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끝났는데 55분이 거의 5분처럼 느껴졌고 이상하게 금방 깨어지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어쨌든 나의 자아 깊은 데 있는 것을 느낀 것인지 엄마의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어 나의 깊은 내면을 보고 나온 느낌이었어요.  또 사랑만을, 사랑받고 싶은 태아의 욕구를 느꼈습니다. 사랑만이 필요한 것처럼요. 다른 원망, 슬픔들이 모두 다 거부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내가 메스꺼움을 느끼는구나.’ 깨달았습니다. 이것이 진짜라면 만족하고 행복하고 아기에게 매일 사랑을 전달하는 엄마는 입덧 안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거기 거부하는 데부터 들어가 볼게요. 근데 이 묵상은 아주 고요해야 되는 것도 특이하군요. 맞나요?

3.

말씀으로 들어가 계속 되뇌었는데 거의 마지막에 엄마의 외로움, 사랑 받고 싶은 마음 때문에 슬픔이 느껴지며  그것으로 똘똘 뭉친 태아를 보는 듯했습니다. 엄마가 느끼는 것을 태아가 다 느끼고 있었습니다. 엄마의 외로움이 태아에게도 깊이 흘러들고 있었어요. 이런 것이 하느님께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라면 치유해 주십시오, 기도하며 마쳤습니다.

4.

사랑받지 못하는  그 슬픔으로 기도에 들어갔는데, 그런데 슬픔이 느껴지기보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확 감싸인 태아로서 내 존재의 시작이 느껴지며 감사로 눈물이 많이 흘렀습니다. 조금 오랫동안... 맞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때 나의 사랑받고 싶은 욕구들은 이렇게 치유해 주시는구나, 했고요, 내가 엄마에게 지금이라도 사랑을 드리면 그때의 태아에게도 흘러갈 거라는 생각, 그래서 치유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향을 두고 딸에게도 엄마에게도 마음으로라도  노력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5.

말씀으로 들어갔습니다. 요즘 태아의 상황과 똑같은 일이 실제로 제 생활에서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 나의 상황과, 태아의 마음이 교차되며 기도한 것 같습니다. 지금 나의 상황으로도 깊은 슬픔이 느껴졌고 말씀이 올라왔는데 ‘그 슬픔을 나에게 달라’ 하셨습니다. 그래서 드렸고 ‘너의 모든 고통과 슬픔은 다 나의 계획에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깜깜한 중에 태아를 보고 있는데 하느님의 눈길로 바뀌며 “예쁘다.” 하시는 말씀이 올라와 막 울었습니다. 서럽게 울었습니다. 그동안 다들 나에게 등을 돌린 것만 같았는데 그 말씀이 위로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해 나도 모르게 “용서합니다, 용서합니다.” 하며 또 울었습니다. 아마 내 마음에 미움이 있었나 봐요. 미워하진 않은 것 같은데요. 다 이해했다 생각했는데. 그리고 감사하며 기도를 마쳤습니다.

6.

지금까지의 내 외로움이 이렇게 어린 태아였을 때 엄마의 마음 때문에 온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 영향으로 나는 늘 사랑에 목말라서, 마음이 채워지지  않은 겁니다. 그때 받지 못한 사랑이 집착이 되어서 남편에게, 다음에는 아이에게, 그 다음엔 친구에게로 옮겨 다닌 것을 알겠어요. 내가 사랑 받고 싶은 욕구 때문에 집착하고 그  집착으로 다  잃어버리고 했던 그 모습이 마치 내 뱃속만 채우려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아팠습니다. 이제 끝난 건가요?